[가요는 삶의 축] 222. 솔개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222. 솔개

닭은 죄가 없다

  • 승인 2017-08-21 11:00
  • 홍경석홍경석


쉬는 날이면 아내가 묻는다. “오늘 점심은 뭘 해줄까?” “음… 비빔국수로 해 줘.” 잠시 후 식탁에 먹음직스런 비빔국수가 올랐다. 헌데 뭔가 허전하다. 옳거니, 화룡점정이 빠졌다.

“근데 왜 계란 프라이는 없어?” 이내 아내의 입이 뺑덕어멈으로 돌변한다. “입도 까탈스럽긴. 알았어!” 말은 그리 하면서도 금세 계란 프라이를 뚝딱 만들어 주는 참 고마운 아내다. 계란(달걀)을 이용하여 만드는 식품과 요리는 실로 광범위하다.

가장 기본적인 삶은 달걀부터 시작하여 수란(水卵)과 달걀찜, 스크램블드에그(scrambled eggs), 오믈렛(omelet) 등도 있다. 빵 종류와 각종의 식품군에도 계란이 들어간다.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나트륨이 적으며,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다. 계란은 닭이 낳는다. 한데 그 계란이 요즘 큰 문제로 부상했다.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살충제 성분인 ‘ 피프로닐’ 과 ‘ 비펜트린’ 이 계란에서 검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전국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도 계란 판매가 일제히 중단되었다.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이 같은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자꾸만 반복되는 것일까? 먼저 닭은 죄가 없다. 다만 닭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다.

지인이 천안에서 식당을 한다. 그는 식당의 뒤에 있는 널찍한 구릉(丘陵)에서 닭을 기른다. 주지하듯 양계농가의 대부분은 ‘밀집 사육’을 한다. 때문에 그 많은(!) 닭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서 옴짝달싹조차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육되는 닭들의 스트레스 강도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으며 위생적 관점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처럼 밀집 사육을 하는 까닭은 닭의 사육 단가를 낮추기 위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파장과 부작용은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동’처럼 계란의 일제히 사라짐이라는 어떤 비극으로까지 연결되는 임계점이 되기도 한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보면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식생활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여기서 특히 인간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와 심각성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한 예(例)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 8천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치운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굶주리고 있는 인간 수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웅크리고 있다. 소든 닭이든 사람 역시도 따지고 보면 다 같은 ‘동물’이다.

따라서 그 동물들 역시도 현재의 밀집 사육처럼 닭장에 가둬놓고 잠도 안 재우면서 먹이기만 하면 금세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닭은 땅(흙)에 몸을 문지르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야만 몸에 붙은 진드기 따위의 해충을 없앨 수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추자면 현재의 밀집 사육이 아니라 지인 식당의 경우처럼 자연 방목을 해야 한다. 문제로 떠오른 ‘살충제 계란’ 역시 닭들은 가둬놓고 살충제만 마구 뿌린 때문의 당연한 결과이자 어떤 업보이다.

마치 연례행사인 양 또다시 찾아온 먹을거리 불안에 소비자인 국민은 물론이요 업계와 상인들까지 모두가 혼란에 빠진 ‘계란 대란’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인가.

이태원은 <솔개>에서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이라고 노래했다. 솔개(black kite)는 매목 수리과의 조류(鳥類)다. 주로 동물성 먹이를 먹는데 병아리도 먹잇감이다. 그렇지만 살충제를 뿌린 병아리는 얘들도 안 먹는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32] 시의 몰골
  2. 신문 지면으로 본 60년 전 대전의 한가위 풍경! "급증한 귀성객, 물가 걱정 속에서도 타오른 영화와 온정의 물결"
  3.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4.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5. 이서영 충남경찰청장, 귀성길 교통안전 집중 점검
  1. 천안시 성거읍 주민자치회, '천흥사지 역사·문화유산 사진전' 개최
  2.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3.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5. 천안법원, 골프채 판매사기 혐의 '징역 1년'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