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30. 라라라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230. 라라라

열흘만의 해고… 어른이란 게 참 부끄러웠다!

  • 승인 2017-08-28 14:52
  • 홍경석홍경석


지난주의 어느 날이었다. 야근을 하고자 출근하니 직속상관이 그제 입사한 여직원이라며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갸름한 얼굴에 앳된 미소까지 영락없는 스물예닐곱 살의 아리따운 처자였다.

꾸벅 인사까지 진중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물감으로 번졌다.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별로 어렵진 않을 거니까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우리 실장님(직속상관)이 워낙에 좋은 분이라서 힘들 건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랬는데…… 어제도 야근인지라 오후에 회사에 도착했다. 직속상관의 미간이 구겨진 신문지처럼 몹시 얼크러져 보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채용한 지 불과 열흘 밖에 안 된 지난주의 그 처자, 즉 위에서 열거한 신입여직원을 회사에서 해고하라고 했단다. 이는 곧 채용할 경비원 세 명만으로 충분히 상쇄가 되는 때문의 참 나쁜 반대급부(反對給付)의 귀결이지 싶었다.

그럴 거면 진작 그 여직원을 아예 뽑지 말지 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단 말인가! 또한 그렇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그 여직원은 얼마나 충격의 트라우마까지를 느낄 것인가!

나도 딸을 키웠지만 딸이 힘들게 대학원까지 졸업하곤 첫 직장을 잡았을 때의 그 감격해 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아빠, 저 드디어 취직했어요!” 딸은 첫 급여로 나에겐 고급 아웃도어를, 아내에겐 여성의 로망이라는 명품백을 선물했다.

요즘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이 대세라고 한다. 한데 그런 건 고사하고 고루하게(?)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치러 어렵사리 뽑은 여직원을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한다면 이게 과연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이 내 딸보다 네댓 살은 연하인 까닭에 그 처자가 느낄 심적 고통과 상실감 따위는 또한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에 더하여 우려된 대목은, 세상은 왜 이다지 불신의 가득이며 또한 어른들은 나이 어린 자신을 상대로 거짓부렁을 일삼는 것일까… 라는 반감이 태산보다 높이 생성될 수도 있을 거란 우려였다.

아들이 대학에 합격한 뒤 택배 알바를 했다. 그러나 밤마다 나가서 힘들게 두 달 정도 어렵게 일하고 받은 임금 중에서 무려 이틀분이나 떼고 주지 않았다. 이에 격분하는 아들 앞에서 내가 어른이라는 게 정말로 부끄러웠다.

‘이런 갑질을 보면서 아들은 과연 무얼 배웠을까?!’ 남들이 보기엔 고작 유니폼이나 차려입고 인사와 안내나 하는 ‘허투루’ 처자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처자도 집에 돌아가면 귀한 딸이다. 열흘 전 취업됐다며 희희낙락하던 딸이 갑자기 해고되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대는 참 아름다워요 밤하늘의 별빛보다 빛나요~ 지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줄 그대 품이 나의 집이죠~ 세찬 바람 앞에서 꺼질 듯한 내 사랑도 잘 참고서 이겨내 줬어요~ ” SG워너비가 부른 <라라라>다.

‘라라라’는 기분이 좋을 때 자연스레 나온다. 따라서 열흘 만에 해고 통보를 받는 처자에겐 전혀 합당치 않다. 그렇긴 하되 이어지는 노래의 가사처럼 ‘세월에 걷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더 힘을 내라고 응원한다. 여기보다 낫고 좋은 직장에서 진정한 라라라를 부르길~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4.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5.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1. 천안법원, 안전난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와 회사 각 벌금 100만원
  2. 장기수 천안시장 예비후보, 'NOVA 엘리트 아카데미' 강연··· 지역 현안 놓고 대담 진행
  3. 이종담 천안시의원, 불당LH천년나무7단지 아파트 명칭 변경 간담회
  4. 천안법원, 음주 전동킥보드·과속 화물차 운전자 각 유죄
  5. 한기대 '다담 EMBA 최고경영자과정' 41기 출범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