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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의 어느 날이었다. 야근을 하고자 출근하니 직속상관이 그제 입사한 여직원이라며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갸름한 얼굴에 앳된 미소까지 영락없는 스물예닐곱 살의 아리따운 처자였다.
꾸벅 인사까지 진중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물감으로 번졌다.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별로 어렵진 않을 거니까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우리 실장님(직속상관)이 워낙에 좋은 분이라서 힘들 건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랬는데…… 어제도 야근인지라 오후에 회사에 도착했다. 직속상관의 미간이 구겨진 신문지처럼 몹시 얼크러져 보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채용한 지 불과 열흘 밖에 안 된 지난주의 그 처자, 즉 위에서 열거한 신입여직원을 회사에서 해고하라고 했단다. 이는 곧 채용할 경비원 세 명만으로 충분히 상쇄가 되는 때문의 참 나쁜 반대급부(反對給付)의 귀결이지 싶었다.
그럴 거면 진작 그 여직원을 아예 뽑지 말지 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단 말인가! 또한 그렇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그 여직원은 얼마나 충격의 트라우마까지를 느낄 것인가!
나도 딸을 키웠지만 딸이 힘들게 대학원까지 졸업하곤 첫 직장을 잡았을 때의 그 감격해 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아빠, 저 드디어 취직했어요!” 딸은 첫 급여로 나에겐 고급 아웃도어를, 아내에겐 여성의 로망이라는 명품백을 선물했다.
요즘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이 대세라고 한다. 한데 그런 건 고사하고 고루하게(?)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치러 어렵사리 뽑은 여직원을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한다면 이게 과연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이 내 딸보다 네댓 살은 연하인 까닭에 그 처자가 느낄 심적 고통과 상실감 따위는 또한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에 더하여 우려된 대목은, 세상은 왜 이다지 불신의 가득이며 또한 어른들은 나이 어린 자신을 상대로 거짓부렁을 일삼는 것일까… 라는 반감이 태산보다 높이 생성될 수도 있을 거란 우려였다.
아들이 대학에 합격한 뒤 택배 알바를 했다. 그러나 밤마다 나가서 힘들게 두 달 정도 어렵게 일하고 받은 임금 중에서 무려 이틀분이나 떼고 주지 않았다. 이에 격분하는 아들 앞에서 내가 어른이라는 게 정말로 부끄러웠다.
‘이런 갑질을 보면서 아들은 과연 무얼 배웠을까?!’ 남들이 보기엔 고작 유니폼이나 차려입고 인사와 안내나 하는 ‘허투루’ 처자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처자도 집에 돌아가면 귀한 딸이다. 열흘 전 취업됐다며 희희낙락하던 딸이 갑자기 해고되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대는 참 아름다워요 밤하늘의 별빛보다 빛나요~ 지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줄 그대 품이 나의 집이죠~ 세찬 바람 앞에서 꺼질 듯한 내 사랑도 잘 참고서 이겨내 줬어요~ ” SG워너비가 부른 <라라라>다.
‘라라라’는 기분이 좋을 때 자연스레 나온다. 따라서 열흘 만에 해고 통보를 받는 처자에겐 전혀 합당치 않다. 그렇긴 하되 이어지는 노래의 가사처럼 ‘세월에 걷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더 힘을 내라고 응원한다. 여기보다 낫고 좋은 직장에서 진정한 라라라를 부르길~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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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