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31. 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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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31. 빠리야

지인의 이력서

  • 승인 2017-08-29 00:01
  • 홍경석홍경석


그동안 같이 일하던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가 많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이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 단위의 계약직인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근무평점이 낮은 경비원은 연말에 실시되는 고용 재계약에서 탈락하기 일쑤다.

나는 천만다행으로 입때껏 시말서 한 장조차 써본 적이 없다. 외려 우수사원상은 받은 바는 있지만. 각설하고 최근 직장 건물 내에 모 공사의 IDC(Internet Data Center) 설비가 설치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신규로 세 명의 경비원을 채용하기로 했단다.

어제는 입사코자 낸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게 되었다. 한데 그중엔 지인도 한 분이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 이력서를 내게 보여준 직장상사께선 금세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유는 한 가지,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1953년생, 그러니까 올해 우리 나이로 치자면 65세인 때문이었다. “제가 이 분을 잘 아는데 정말이지 법 없어도 사실 분입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서류심사에서부터 불합격 ‘처분’을 받는 걸 보면서 많이 심란했다.

나는 올해 59세다. 따라서 불과 넉 달만 지나면 60세에 닿는다. 그래서 지인의 이력서가 전혀 낯설지도, 또한 결코 남의 일 같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는 무려 1,000만 명에 이를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 빈곤한 노후는 사실 상 비극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생각이다. 노후의 비극은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혼자서 외롭게 살다가 죽음마저도 쓸쓸하게 맞는 ‘고독사’가 늘고 있는 때문이다.

이 고독사의 주인(主因)은 돈 없고, 늙었고, 병까지 들었다고 해서 아예 자녀들마저 자신의 노부모를 방기하는 데서 기인한다. 과거엔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고려장(高麗葬)까지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게 있을 리 만무다.

그렇긴 하되 그때보다 더 무서운 건 가족들마저 노인을 경시한다는 것일 터다. 따라서 고독사는 이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이자 또한 어쩜 나의 일이 된 셈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는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이 소중하여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에 와서는 경도되고 훼손까지 되어 시나브로 허구(虛構)의 허방다리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거나 지인의 이력서에서 솔직히 불안한 내일을 가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의 취업은 과연 이뤄질까? 나이가 많은 건 죄가 아니거늘 그러나 현실에선, 더욱이 취업현장에선 고령(高齡)이 엄청난 속박의 족쇄로까지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인생은 즐겁게’라는 부제가 붙은 한서경의 <빠리야> 가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젊음도 순식간에 가더라 인생도 잠깐이더라 ~ 후회 없이 살아보자 인생은 즐겁게 ~” 맞는 주장이다. 생로병사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이고 권세 역시 잠깐이다. 따라서 직장이 있고 기운도 있을 때 화끈하게 살아야 한다. 지인이 어디든 취업을 했으면 좋으련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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