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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장인 어르신께서 입원하신 병원에 갔다. 시계바늘에 못이라도 박아 놓았는지 하루가 마치 한 달 이상으로 느껴지는 즈음이다. 더욱이 가족 모두가 당번(當番)을 정해 병원에 상주한다는 건 상당한 성의와 체력까지를 요구한다.
간병(看病)과 스트레스 때문에 지친 때문일까, 장모님께서 위 내시경을 찍으신댔다. 장인께서 계신 병원이었기에 문병 겸 장모님을 부축코자 꼭두새벽부터 서둘렀다. 내시경 결과, 딱히 요주의(要注意) 판정은 없었고 다만 가벼운 위염(胃炎)이 보이니 매년 내시경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이어졌다.
어제 밤부터 금식하신 까닭에 배가 고프다는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 뒤의 식당으로 갔다. 정오가 안 된 시간이었다. 곱창전문 식당인데 육개장과 부대찌개 등의 아침식사도 된다는 안내문에 안도하며 들어섰다.
“낙곱전골이 우리 식당의 주 메뉴인데 뭘 드시겠습니까?” 하여 낙곱전골을 시켰다. 그러나 이내 해산물은 싫다는 장모님의 말씀을 좇아 곱창전골로 바꿔달라고 했다. 기왕지사 쉬는 날이었기에 소주도 한 병을 추가했다.
낮술로 들이켠 소주는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삶의 진통제이다. 적당히만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딱’인 게 바로 소주다. 어쨌거나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셈을 하니 2만5000원이 나왔다. 식당 밖으로 나와 담배를 태우려는 장모님 곁에서 불을 붙여드렸다.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그러다가 바로 근처에 있던 우리를 보았다. “마침맞게 멀리 안 가셨군요, 죄송합니다! ‘낙곱전골’인 줄 알고 계산했다가 ‘곱창전골’로 바뀌었다기에 차액을 드리려고요.” 그러더니 4000원을 현금으로 주는 것이었다.
순간 감동과 고마움이 쓰나미의 협공(挾攻)으로 몰려왔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암튼 고맙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그 공돈은 장모님의 귀가 택시비로 쓰라고 드렸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행복한 시간과 가슴 아픈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처조카의 득남(得男)이 전자(前者)라면 장인 어르신의 입원은 후자(後者)에 속한다. 또한 사람은 차가운 쇠붙이로 만든 감각과 이성 불능의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조금의 성의와 진실에도 감동하는 법이다.
식당 사모님의 진정한 손님 배려에 누렁물처럼 썩은 흙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 같이 울적했던 맘이 잠시나마라도 일급 청정수로 전이되는 느낌이었다. 웅크렸던 장맛비가 다시금 한바탕 요란했다.
장인 어르신을 위한 간병은 만만치 않(았)지만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정직만큼은 긴 장마 끝에 보이는 찬란한 햇빛과도 같았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겠지만 착한 식당은 다 이유가 있다.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 내 나이 묻지 마세요 ~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 탤런트이자 가수인 김성환의 <묻지 마세요>다. 셰익스피어는 “정직만큼 풍부한 재산은 없다”고 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만족한 식당은 대전시 동구 동서대로 21(성남동) <호암곱창>이었다. 복합터미널 앞에 위치한 한국병원 바로 뒤에 있다. 착한 것도 부족하여 정직까지 한 식당은 더 이상 그 출처를 물을 필요가 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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