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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야근! 어제도 야근을 들어왔다. 근무 매뉴얼대로 둘이 같이 근무하면서 교대로 회사 건물 1층의 출입구를 지킨다. 새벽에 지하 경비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습관처럼 지하의 주차장 출입문부터 살폈다.
그러자 새벽 5시면 개방해야 하는 출입문이 여전히 닫혀있었다. 순간 당번(當番)인 동료 경비원이 피곤했던 나머지 이를 깜박했지 싶었다. 하여 얼른 출입문부터 개방했다. 이어선 주차장 입구인 지상으로 올라와선 주차 진입 금지 표지판도 치웠다.
안내데스크로 가보니 예상대로 동료는 졸음의 포로가 되어 비몽사몽이었다. 순간 ‘천하장사도 자기 눈꺼풀은 못 든다’는 속담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났다. “제가 출입문 다 정리했으니 어서 내려가서 좀 쉬세요.” 나의 사소한 배려(配慮)에 동료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야근을 할 적마다 많이 힘들다. 더욱이 날이 바뀌는 이튿날 새벽의 피로도(疲勞度)는 정점에 닿는다. 오늘도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배려만 아끼지 않아도 피로도가 대폭 경감되는 게 사람 사는 이치가 아닐까 싶다.
배려의 좋은 글에 ‘맹인의 등불’이란 글이 돋보인다. 어느 마을에 밤마다 물을 길어 나르는 맹인이 있었다. 어차피 낮에도 볼 수 없으니 인적이 드문 밤을 택한 것이지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늘 한 손에 등불을 높이 쳐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동이의 물이 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길을 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맹인은 늘 그렇게 등불을 들고 물동이를 날랐다. 어느 날, 길을 가던 나그네가 그 광경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물었다.
“앞도 못 보는 당신이 왜 무거운 물동이를 나르면서 불필요한 등불까지 들고 다니는 겁니까?” 그러자 그 맹인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랍니다. 깊은 밤에 혹시라도 저를 보지 못하고 부딪혀서 다치는 분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또한 힘들게 나르는 저의 물동이도 엎질러지는 일은 없겠죠.”
또 다른 배려와 보은(報恩)의 축에 <초한지>에 나오는 대장군 한신(韓信)이 있다. 그는 과하지욕(跨下之辱) 외에도 일반천금(一飯千金)이란 고사성어를 남긴 인물이다. 한신은 젊은 시절에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불우했다.
하루는 물가에서 빨래하는 노파가 그를 측은하게 여겨 밥을 먹여주었다. 한신은 고마운 마음에 “반드시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후일 그는 마침내 초왕(楚王)에 봉하여지는 등 크게 성공하기에 이른다.
과거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한신은 예전의 그 노파를 찾아 천금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물론 오늘의 내 조그만 배려가 어찌 감치 ‘일반천금’에 비하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함께 근무하는 짝꿍이고 하니 늘 그렇게 배려하는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썼다.
“내게 약속해줘 오늘 이 밤 나를 지켜 줄 수 있다고 ~ 함께 가는 거야 나를 믿어 내가 주는 느낌 그걸 믿는 거야 ~ 내겐 너무 아름다운 너의 밤을 지켜주겠어 ~ 우린 오늘 아무 일도 없겠지만 ~ 그대가 원한다면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나와 함께 해줘 ~”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곡이다. 동료와 짝꿍은 같이 근무하면서 얼추 간담상조(肝膽相照)의 마인드를 공유해야 옳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것 역시 어떤 소득으로 도출해낼 수 있으리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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