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40. 아름다운 강산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가요는 삶의 축] 240. 아름다운 강산

‘증발’론(論) 소고

  • 승인 2017-09-10 14:43
  • 강영한 기자강영한 기자
이선희-아름다운강산


#1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집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 덕분이다. 노트북도 있긴 하지만 직장에선 사용금지인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야근을 할 때 노트북으로 글이라도 쓸 수 있다면 시간도 잘 가고 좋으련만.

때문에 도랑처럼 좁아터진 사측의 경영마인드가 아쉽고 때론 짜증까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집에 있던 컴퓨터가 그제부터 아예 기능이 정지되었다. 급히 글을 써야 하는 까닭에 S전자에 AS신청을 했다. 서비스 기사님이 오더니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오래 사용한 바람에 교체해야 된다고 했다.

사람이나 기계 역시 오래 쓰면 고장이 나는 법, 그래서 “얼른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대신 그동안 저장돼 있던 모든 자료는 증발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하는 수 없죠 뭐…….” 10여 만 원이나 주고 하드디스크를 갈았지만 기사님 얘기대로 그동안 축적돼 있던 각종의 글과 사진 등 모든 것이 ‘증발’되고 말았다. 허무했지만 어쩌겠는가.

#2

회사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으로 일한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나 출입하는 까닭에 깍듯한 인사와 웃는 얼굴, 그리고 친절마인드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견지해야 한다.

반면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평소 근무평점이 낮으면 연말에 재계약을 하지 못 하는, 그야말로 ‘파리목숨’의 위태로운 처지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최근 세 명이나 되는 신입 경비원이 입사했다.

나와 연령이 비슷한 베이비부머 세대 둘과 서른 안팎의 젊은이였다. 한데 젊은이는 당최 인사를 안 한다. 그래서 벌써부터 동료들로부터도 평판이 현저하게 낮다. 자화자찬 같아서 면구스럽지만 나는 별명이 ‘정월초하루’다.

이는 그만큼 인사를 잘 한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직장 내에서의 세대 차이라곤 하지만 인사를 안 하는, 아니 아예 그 인사가 ‘증발’되다시피 한 젊은이가 솔직히 맘에 안 든다. 무뚝뚝함과 아울러 인사를 안 하는, 아니 못하는 자세가 덩달아 대신에 ‘증발’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3

더욱 기고만장하여 날뛰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 9월3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실험을 목적으로 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같은 폭탄이 서울시청 상공 100m에서 폭발할 경우, 즉사자 36만 명을 포함해 무려 200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9월 4일 D일보가 미국 민간연구기관 ‘스티븐스 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의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MAP)’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상황의 발생 시 서울 시청 반경 590m 지역에 있는 광화문역, 을지로 입구 등은 강력한 열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증발(烝發)은 어떤 물질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함, 또는 그런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이나 물건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됨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증발은 그만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고 중요한 팩트는 북한이 만일 그러한 경거망동을 취할 경우 우리의 국방력이 결코 강 건너 불구경 하진 않을 거란 주장이다.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평양 역시도 증발의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기에.

이선희는 <아름다운 강산>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

핵전쟁이 발발하고 그로 말미암아 한반도 전체가 증발되는 사태에 직면한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도 함께 사라지고야 말 것이다. 김정은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제2의 한국전쟁은 공멸(共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맥도날드·세종시립박물관' 차례로 오픈… 고운동 정주여건 좋아진다
  2.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3. 경주역 KTX 9월1일부터 증편
  4. 아산시, 골목형상점가 4곳 추가 지정
  5. 인공위성 기업 컨텍-AP위성, 루마니아에 지상국 시스템 전수
  1.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2.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8월7일 금요일
  3. 대전상의, 최원철 공주시장 예방… 지역경제 협력방안 논의
  4. 대전혁신센터, 대전창업허브 입주기업 7개사 모집
  5.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헤드라인 뉴스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대전 서구의 한 무허가 예식장이 구청으로부터 형사 고발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받았으나,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대전 서구의회가 예비부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 서구의회 청년의원 일동은 7일 오전 10시 의회 앞에서 적법한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서구 월평동의 모 예식장에 대한 소비자 피해 방지와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업체는 공연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예식 영업을 했고,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 했다. 서구청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도 4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고 계약 전 위험을 점검하는 예방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사기피해자 등 결정 및 피해주택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LH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만256가구로 집계됐다. 피해주택 매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4년 90가구에 불과했던 매입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977가구(월평균 163가구), 하반기 3924가구(월..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세종시에서도 '기림절'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전과 시민 행사가 차례로 열린다. 사진전은 이 기간 세종시청 1층 로비에서 선보이고, 기림의 날 시민 행사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세종호수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일대에서 진행된다. 세종여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뜻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하고 있다. 세종여성회(대표 이혜선)가 주최·주관하고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조상호)가 후원하는 '제1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절 기억주간 사진전'은 오는 10일부터 14일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