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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집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 덕분이다. 노트북도 있긴 하지만 직장에선 사용금지인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야근을 할 때 노트북으로 글이라도 쓸 수 있다면 시간도 잘 가고 좋으련만.
때문에 도랑처럼 좁아터진 사측의 경영마인드가 아쉽고 때론 짜증까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집에 있던 컴퓨터가 그제부터 아예 기능이 정지되었다. 급히 글을 써야 하는 까닭에 S전자에 AS신청을 했다. 서비스 기사님이 오더니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오래 사용한 바람에 교체해야 된다고 했다.
사람이나 기계 역시 오래 쓰면 고장이 나는 법, 그래서 “얼른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대신 그동안 저장돼 있던 모든 자료는 증발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하는 수 없죠 뭐…….” 10여 만 원이나 주고 하드디스크를 갈았지만 기사님 얘기대로 그동안 축적돼 있던 각종의 글과 사진 등 모든 것이 ‘증발’되고 말았다. 허무했지만 어쩌겠는가.
#2
회사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으로 일한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나 출입하는 까닭에 깍듯한 인사와 웃는 얼굴, 그리고 친절마인드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견지해야 한다.
반면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평소 근무평점이 낮으면 연말에 재계약을 하지 못 하는, 그야말로 ‘파리목숨’의 위태로운 처지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최근 세 명이나 되는 신입 경비원이 입사했다.
나와 연령이 비슷한 베이비부머 세대 둘과 서른 안팎의 젊은이였다. 한데 젊은이는 당최 인사를 안 한다. 그래서 벌써부터 동료들로부터도 평판이 현저하게 낮다. 자화자찬 같아서 면구스럽지만 나는 별명이 ‘정월초하루’다.
이는 그만큼 인사를 잘 한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직장 내에서의 세대 차이라곤 하지만 인사를 안 하는, 아니 아예 그 인사가 ‘증발’되다시피 한 젊은이가 솔직히 맘에 안 든다. 무뚝뚝함과 아울러 인사를 안 하는, 아니 못하는 자세가 덩달아 대신에 ‘증발’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3
더욱 기고만장하여 날뛰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 9월3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실험을 목적으로 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같은 폭탄이 서울시청 상공 100m에서 폭발할 경우, 즉사자 36만 명을 포함해 무려 200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9월 4일 D일보가 미국 민간연구기관 ‘스티븐스 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의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MAP)’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상황의 발생 시 서울 시청 반경 590m 지역에 있는 광화문역, 을지로 입구 등은 강력한 열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증발(烝發)은 어떤 물질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함, 또는 그런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이나 물건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됨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증발은 그만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고 중요한 팩트는 북한이 만일 그러한 경거망동을 취할 경우 우리의 국방력이 결코 강 건너 불구경 하진 않을 거란 주장이다.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평양 역시도 증발의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기에.
이선희는 <아름다운 강산>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
핵전쟁이 발발하고 그로 말미암아 한반도 전체가 증발되는 사태에 직면한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도 함께 사라지고야 말 것이다. 김정은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제2의 한국전쟁은 공멸(共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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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