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46. 배 떠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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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46. 배 떠나가네

더 이상의 욕심은 그만

  • 승인 2017-09-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동진


아내와 결혼할 당시엔 더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래서 보증금도 없는 반 지하 월세를 얻었다. 한겨울엔 방안의 자리끼까지 꽁꽁 얼어서 동태가 되기 일쑤였다. 이듬해 이사를 하고 아들을 보았다. 세월은 여류하여 나는 이제 이순을 코앞에 두고 있다.



아들과 딸은 서른이 넘은 청년이 되었는데 두 아이 모두 벌써 ‘내 집 마련’을 끝냈다. 물론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과 경기도인지라 전세 가격만 해도 억대를 넘으니까 이를 빗대 에둘러 ‘내 집 마련’이란 수식어의 과장(誇張)을 동원했음을 밝힌다.

반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이 아비는 입때껏 내 집 한 칸조차 없어 심히 부끄럽다. 이런 까닭에 딸과 사위가 집에 오는 경우, 가뜩이나 좁은 방이기에 아내는 안방을 내주고 자신은 거실에서 자는 신세로 전락한다.



어쨌거나 아들과 딸 모두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직장 역시 탄탄한 곳에 재직 중이다. 그러나 지난날 집 없는 민달팽이 시절에 겪었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들의 참담한 고생담과 어떤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잊을 수 없다.

장사를 하다가 쫄딱 망한 뒤 방이 두 개인 누옥(陋屋)의 전세를 얻어 입주했다. 한창 민감한 여중생 시절의 딸이었건만 방이 없는 까닭에 제 엄마랑 잤다. 아들은 나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럴 적마다 가난이 얼마나 징그러운 원수인지를 새삼 깨닫곤 했다.

돈이 없으니 당연히 아이들에게 사교육조차 언감생심이었다. 이의 상쇄차원에서 주말과 휴일이면 도서관을 같이 출입했다. 덕분에 둘 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기에 이는 분명 민달팽이의 어떤 승리라 하겠다.

주변 시세보다 200만∼300만 원 이상이나 낮은 가격에 분양돼 소위 ‘로또아파트’로 불린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모 재건축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과열을 빚었다는 뉴스를 봤다.

당첨만으로도 일약 억대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불로소득이 어디에 또 있으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여전히 부동산엔 관심이 없다. 그럴 여력도 없거니와 부동산 투자, 아니 부동산으로의 투기는 여전히 범죄라는 고루한 인식의 소유자인 때문이다.

지인들 여럿이 세종시로 이사를 갔다.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면서 희희낙락의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또한 나로선 하나도 부럽지 않다. 민달팽이스럽게 값싸고 푸짐하기까지 한 단골식당의 산재(散在)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불러내서 술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들까지 그득하거늘 뭘 더 바란단 말인가.

그래서 ‘가난한 자는 다 그에 따른 원인이 있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배 떠나가네 배 떠나가네 ~ 저 바람 속에 배 떠나가네 ~ 저 하늘 아래 배 떠나가네 ~ 정든 사람 잠이 든 채 흰 돛배는 떠나가네~”

조동진의 <배 떠나가네>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이듯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배 떠나듯 그렇게 이 세상을 빈손으로 떠나야 한다. 노래의 가사처럼 흘릴 눈물 하나 없고 슬픈 노래 또한 다 잊었다.

다만 사위와 아울러 장차 며느리까지 우리 집에 와도 최소한 하룻밤 잘 수 있는 공간의 마련이 이뤄진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없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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