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51. 당신은 모르리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251. 당신은 모르리

못 말리는 바보 아빠

  • 승인 2017-09-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미자ggg


책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서점에 가도, 도서관에 들러도 행복하다. 매달 보는 책에 '월간 좋은 생각'이 있다. 지난 9월호에선 '폴란드 접시'라는 글이 유독 그렇게 마음을 울렸다.

내용은 글을 쓴 이가 폴란드에서 살 때 겪은 일이다. 옆집에 할머니 여의사가 살았는데 북한에서 바르샤바 공대로 유학 온 북한남자를 사랑했단다. 하지만 그 남자가 갑자기 소환되면서 생이별을 했다.

그녀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북한은 의약품도 부족하다는 그 남자의 편지에 무려 수십 년 동안이나 약과 생필품을 보내주었단다. 글쓴이는 '(전방에서 복무 중인 아들을 떠올리며) 조금만 떨어져도 이토록 보고 싶은데 그녀는 긴 세월 그리움을 어떻게 견뎠을까'라며 글을 맺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만 그렁거리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올해가 가면 나도 이순의 나이가 된다. 따라서 무려 59년 동안, 그러니까 올해의 내 나이만큼이나 되는 엄청난 세월동안 나는 그리움을 가슴에 묻으며 살아왔다.

그 그리움, 아니 사실은 '미움'의 대상은 바로 다름 아닌 어머니다. 아무리 아버지의 주사가 심했다곤 하더라도 그렇지 어찌 그리 핏덩이에 불과한 겨우 생후 첫 돌 즈음의 아들인 나까지 버리고 가출한 걸까. 또한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것일까…….

"당신만을 사랑하고 믿어온 이 마음을 ~ 정주고 정을 뺏고 가버린 당신은 모르리 ~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뜨거운 이 눈물을 ~ 당신은 모르리 진정한 나의 마음을 ~" 이미자의 <당신은 모르리>다.

무려 60년 가까이나 이별이 계속되었으니 어머니는 언제든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나의 당신을 향해 믿어온 이 마음을 철저히 배신한 셈이다. 어쨌건 부전자전이랬다고 나 또한 선친을 본받아 지금도 여전히 두주불사다.

하지만 아내는 입때껏 달아난 적이 없다. 어제는 아들이 사준 대하구이와 꽃게탕으로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쉬는 오늘 아침엔 아들의 구두를 닦았다. 모처럼 집에 온 아들이, 하지만 중요한 행사장에 가는 터였기에 실로 오랜만에 구두를 닦았던 것이다.

간난신고의 소년가장 시절 남의 구두를 닦노라면 흡사 나의 박복한 인생을 닮았다고 느낄 때도 없지 않았다. 까만 구두약의 색깔과 같이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먹빛 미래처럼 그렇게. 그래서 한 때는 불땔꾼(심사가 바르지 못하여 하는 짓이 험상하고 남의 일에 방해만 놓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처럼 막 살았던 적도 있었다.

공연히 애먼 사람을 패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다가 개과천선(?)하게 된 건 오로지 아내 덕분이다. 내 사랑의 분신인 듬직한 아들에 이어 금지옥엽 딸까지 보게 되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까지를 두 배 이상으로 돌려주리라 다짐했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사랑과 칭찬을 행사하는 데는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정을 잘 마친 아들은 아까 회사와 집이 있는 경기도 H시로 올라간다며 전화가 왔다. 이제 다음 달이면 추석이다.

그럼 아들에 이어 딸과 사위도 집에 올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도 여전히 '아들바보'에 이어 '딸바보', 그리고 '사위바보'에 이어 '며느리바보'까지 될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청 2026년 공무직 채용 평균 경쟁률 6.61 대 1… 조리실무사 '최저'
  2. 의대 정원은 늘리는데 비수도권은 교원 확보 난항…감사원 "대책 시급"
  3. 표준연 '플래시 방사선 1초 암 치료기' 프로젝트 시작 "2035년 상용화 목표"
  4. 6개월 째 치솟는 주담대 금리…대전·세종·충남 실수요자 부담 가중
  5. 교복부터 릴스까지… 대전교육감 후보 이색 홍보 경쟁
  1. 임신 23주 600g 신생아 4개월 집중치료 덕분에 '집으로'
  2. 대통령 체험학습 발언에 지역 교원단체 "교권 보호" 한목소리
  3. "지식재산고등법원으로" 특허법원 명칭 개정 목소리 나와
  4. [박현경골프아카데미]호구 안 당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세요..현직 프로들이 말하는 OECD 극복하기
  5. 육군32보병사단, 대전 충무훈련서 민·관·군·경 합동 수송동원 훈련

헤드라인 뉴스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하고… 대전·충청 선거 분위기 고조

선대위 띄우고 공동선언하고… 대전·충청 선거 분위기 고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는 여야 각 정당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충청권 공동대전환'을 선언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개 시·도지사 후보들은 29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재명 정부의 '지방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충청을 변방이 아닌..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與 충청 시·도지사 후보, "수도권 일극 깨부순다" 초광역 협력 선언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와 초광역 협력을 내걸며 세몰이에 나섰다. 더 이상 지역 간 소모적인 경쟁 없이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광역 경제·생활권 구축 등 핵심 의제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를 통해 충청권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어갔다. 허태정(대전), 조상호(세종), 박수현(충남), 신용한(충북) 시·도지사 후보는 29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 공동대전환' 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 이상 대한민..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 버드내초 인근 신생 핫플레이스로 '주목'…신규 창업점포 지속적 증가

대전지역 곳곳에서 신생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다시금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신규 점포 등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어서다. 기존 상권과 달리 신규 창업 점포가 눈에 띄게 눈에 띄게 확장되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9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신생 핫플레이스는 중구 유천1동 '버드내초등학교' 인근이다. 신생 핫플레이스란, 상권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소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곳을 뜻한다. 5만 1045㎡ 규모의 해당 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때 이른 더위에 장미꽃 ‘활짝’

  •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우회전 시 일시정지 꼭 해주세요’

  •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74명 사상’ 안전공업 건물 철거 돌입…현장감식 병행

  •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다례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