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63. 정말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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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63. 정말 좋았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 승인 2017-10-04 23: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주현미1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어떤 교훈을 인지한 건 지천명(知天命)이 되어서다. 그러니 멍청하기가 실로 솔봉이(나이가 어리고 촌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사람) 뺨을 치고도 남을 노릇이다.

어쨌든 나이 오십이 되어서라도 철이 든 까닭에 주경야독의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누구보다 '열공'한 덕분에 3년 뒤 졸업식 날엔 가외로 학업우수상까지 받았다. 그렇게 만학(晩學)이라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앉은 자리를 바꿀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1월 16일로 성큼 다가왔다. 해마다 수능일이 되면 취재를 나간다. 이는 필자가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매체에 기고를 하기 위함에서의 디딤돌이다.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응원코자 꼭두새벽부터 해당 학교의 정문에서 요란스레 꽹과리까지 쳐가며 목이 쉬는 후배들을 보는 모습은 의리(義理),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지난 날 아들은 동대전고에서, 딸은 둔산여고에서 수능을 치렀다. 비록 돈이 없어 사교육은 언감생심이었으되 옥답(沃畓)의 성과를 거둔 수능 이후 둘 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엿 붙듯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과, 자타공인 부러워할 만한 곳의 직장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따금 집에 오는 아들과 딸의 모습이 벽계수(碧溪水) 이상으로 맑고 푸르게 보인다. 잉박선(芿朴船)처럼 통까지 큰 아이들은 아내에게 용돈을 팍팍 '지르기도' 예사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가 성공하는 건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자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까지 비교한다. 맹자(孟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명한 어머니 덕분에 후일 불멸의 사상가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었다. 중국에 맹자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단연 '한석봉(韓石峯)'이 이에 대응한다. 한데 그 역시 어머니의 남다른 교육열과 지성(知性)이 조선시대 불멸의 서예가로 각인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

불을 끄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라고 했던 석봉 모친의 일갈(一喝)은 모두가 아는 상식일 터다. 한데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대목이 바로 실천(實踐)이 아닐까 싶다.

맹자나 한호(韓濩 = 한석봉의 본명) 모두 그 성공의 이면엔 어머니의 교육적 적극 실천이 징검다리가 된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서 수험생들 모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하길 응원한다.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으셨을 어머님들 역시 "수고하셨습니다!"

"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았네 ~ 세월, 그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 불타던 두 가슴에 그 정을 새기면서 ~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 밤이 좋았네 ~" 주현미의 <정말 좋았네>이다.

수능에 목숨을 걸고 있는 지금이 수험생으로선 어쩌면 최대의 고비이자 시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무언가에 집착할 수 있었던 이 시절이 '정말 좋았던 시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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