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65. 너에게 원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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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65. 너에게 원한 건

'수오지심' 단상

  • 승인 2017-10-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출퇴근을 하자면 늘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지하철이다. 언젠가 '지하철 막말녀'가 뉴스의 중심에 선 적이 있었다. 여기서 잠깐 그 장면을 복기(復棋)해 본다.

서울의 지하철 4호선에서 젊은 남녀가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지하철에 탄 여성이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실수로 발을 찬 것에 격분해 격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의 남성은 여성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계속 시비를 붙자 "또 XX네.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응대했다나. 감정이 폭발한 남성은 "역에서 내려." "조용히 해, 이 미친 X아"라고 말했단다.

남녀는 욕설을 계속 주고받았는데 여성이 "병X같은 XX" "어디서 깐죽대다 X팔리니까 XX이냐"라고 소리를 질러 지하철 안 분위기가 이내 험악해졌다고 했다. 급기야 여성은 남성의 따귀를 때리고 주위 사람들을 향해서도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 여성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의 머리채까지 휘어잡아 지하철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지하철 막말녀'의 줄거리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차원을 넘어 함부로 노는 계집을 일컫는 '논다니'의 반열에 드는 셈이다.

아울러 그처럼 못돼먹은 성정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거동이 부자유스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탑승했어도 앉아서 딴전을 피우고도 남았으리라 유추된다. 사람은 예의도 다림질을 마친 옷처럼 바라야 하지만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옳다.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지하철 이용승객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모스크바 메트로(지하철)는 12개 노선(총 301.2㎞)으로 이뤄져 있는데 냉전시대에 전쟁 대피 방호시설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에 지하 100m 이하로 깊게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지상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메트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데만 3~4분여가 걸린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스크바 지하철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개들의 수가 최소 20마리나 된다고도 했다.

유기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러시아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현재 모스크바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의 수는 약 3만 5,0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적어도 20마리는 정기적으로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지하철역 안이 따뜻하기도 하고, 철도 승객들이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때문이란다.

유럽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모스크바 철도는 연간 승객이 20억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모스크바 지하철 이용승객이 더욱 착한 점은, 어르신에게 더욱 친절한 때문이라고 했다.

-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는 노인이 탑승하자 청년들이 얼른 일어나서 자기 자리로 모셔 앉히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신기하여) 현지 교민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당연한 일이지요!"였다. "이 전철을 저 노인들이 건설했다"는 것이었다. -

신영복 교수가 지은 책 <담론>의 P.109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친절과 배려는 겸손(謙遜)과 동격이다. 겸손은 높이 있을 때는 빛나고 낮은 곳에 처할 때도 사람들이 함부로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늘도 우린 함께 했지 음, 난 또 한 번 느꼈어 ~ 너도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 항상 난 너만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 너는 언제나 너의 뜻대로만 움직였지 ~" 노이즈의 <너에게 원한 건>이란 가요다. 노래의 가사처럼 자신의 뜻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은 이기적 랑그(langue)를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지하철 막말녀'를 꼬집었다. 작년에 결혼한 딸과 달리 딸보다 연상인 아들이 여태 총각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부디 아들의 여자, 즉 나의 며느리가 될 처자는 겸손하며 요산요수처럼 성정까지 맑고 투명하였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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