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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흰 눈처럼 마구 나부끼는 가운데 그 바로 옆자리엔 또 다른 비둘기 한 마리가 그처럼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주하던 버스가 속도를 늦추지 못한 바람에 비켜라는 뜻으로 경적을 마구 올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 마리의 비둘기 역시 버스에 희생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버스 뒤까지 가서 그 처참한 비둘기들의 죽음 현장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건 인간으로서 너무도 잔인한 행위라는 불편한 정서와 시선 때문이었다.
추측컨대 비둘기 두 마리의 그러한 최후는 아마도 차로에서 먹이를 먹다가 졸지에 당한 비극이지 싶었다. 부부 사이가 좋은 관계를 일컫는 표현에 '잉꼬부부'라는 게 있다. 여기에 비둘기 역시 부부애가 남다르다는 걸 추가하고자 한다.
실제로 한 마리의 비둘기가 사고를 당하면 또 한 마리는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고 하는데 이 경우 '비둘기 부부'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이석이 부른 <비둘기 집>이란 가요가 있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
노래만 봐서는 대단히 평화롭고 목가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대전역과 보문산광장에 오르면 비둘기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비둘기는 잡식성 조류인데 먹이는 주로 작은 씨앗과 곡류 외에도 작은 벌레라고 한다.
따라서 공원 등지에서 쉬 만날 수 있는 비둘기에게 새우깡 등의 과자를 던지면 그야말로 환장하듯 좋아라 하며 달려든다. 허나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곳(지자체)이 많다.
어쨌거나 어제 목도한 비둘기의 '순애보'는 비록 그들이 미물(微物)이라곤 하되 사실은 인간보다 낫다는 교훈을 발견하는 계기로까지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추석은 예부터 설날과 더불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그렇지만 추석 즈음에 발생한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이 더욱 극심한가 하면, 재산분배를 둘러싼 반목과 상충 따위의 파열음은 자칫 가족해체로까지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게 사실이다. 추석연휴 즈음에 유독 급증하는 가정폭력의 다발은 이러한 주장의 방증이라 하겠다.
조상님과 가족에 대해서 감사하고 가족이 화목해야 할 추석명절이 되레 불화의 온상이 된다면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어디에 또 있을까. 비둘기는 우리와 달리 추석이 되었어도 송편 한 쪽조차 얻어먹지 못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보다 더 진한 순애보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비둘기는 어쩌면 인도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학문의 신(神)인 가네샤(Ga?e?a)와도 같다는 생각이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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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