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74. 친구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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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74. 친구라 하네

1977 VS 2017

  • 승인 2017-10-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마음친구라하네
그녀가 내 맘을 마구 헝클어뜨린 건 지난 1977년도다. 그러니까 2017년 올해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어언 40년 세월이다. 당시 열아홉 꽃다운(?) 나이였던 나는 무서울 게 없는 이른바 열혈청년이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이 연하였는데 첫인상부터 미모사(mimosa)인 양 그렇게 내 말 한 마디에도 이내 수줍어서 부끄럼을 타는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 그렇게 눈이 맞은 그녀에게 나는 금세 열애의 강에 푹 빠졌다.

"내가 군대 다녀오면 우리 결혼하자!" 방위병으로 입대하여 무사히 군 복무를 마쳤지만 수중엔 지닌 거라곤 먼지 밖에 없었다. 새벽마다 공사장에 나가 '노가다'를 했지만 오구잡탕(烏口雜湯) 같은 세상은 늘 그렇게 빈곤만을 재촉했다.

남들처럼 배운 머리도 아니고, 유산 한 푼조차 받은 게 없는 참담한 20대의 초반은 그야말로 빈털터리의 풍파였다. 노동으로선 도저히 미래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에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영어교재 회사에 입사했다.

이력서에 곧이곧대로 국졸(國卒)이라고 썼다간 서류심사에서부터 탈락일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고졸'이라고 허위로 제출한 뒤 어찌어찌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학교라곤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지만 주경야독의 간절함에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다.

열정은 엄동설한도 녹인다 했던가. 전국 최고 실적의 달성이란 업적 외에도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의 탄생이란 기염은 그러한 기반에서 구축되었다. 곰팡이가 피어서 축축하고 방안의 자리끼마저 꽁꽁 얼어붙던 반 지하 월세를 탈출한 이듬해 듬직한 아들을 낳았다.

4년 뒤엔 지금도 여전히 나를 '딸바보'로 만들고 있는 우리 공주님까지 보았다. 세월처럼 빠른 게 또 있을까. 그제 우리부부의 결혼 36주년을 맞았다. 집으로 고운 꽃다발이 배달되었다. 향기를 맡으며 좋아라 하는 아내의 손을 다소곳이 잡았다.

"여보, 우리 집에 사실은 저 꽃이 필요 없지만 서운하기에 주문한 거야." 아내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당신 자체가 꽃이잖아!"

나의 위트에 아내는 배를 잡고 웃었다. 첫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으면 절대 일을 망치지 않는다는 말이 '물망초심 초심물망(勿忘初心 初心不忘)'이다. 나보다 최소한 열 배는 더 나은 혼처(婚處)마저 내팽개치고 달려온 진정 감사한 여자가 바로 지금의 아내다.

그랬기에 '나는 죽을 때까지 당신과 반드시 백년해로하겠소!' 라는 다짐을 '물망초심 초심물망'으로 나의 뇌리 깊숙이 저장했던 것이다.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친구라 하네 ~ 긴 날을 마주보며 살아도 친구라 하네 ~ 사랑이라 말하면 가슴 떨림 다신 없을까봐 ~ 느낌 곱게 간직하며 그저 친구라 하네 ~" 한마음이 부른 가요 <친구라 하네>이다.

열애 기간 포함 무려 40년 세월을 동고동락해 준 '진정한 친구'인 아내에게 정녕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여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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