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75. 나는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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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75. 나는 문제 없어

운일기구(運一技九) 유감

  • 승인 2017-10-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황규영
얼마 전 모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사정이 생겨 시상식장엔 가지 못했지만 우편으로 상장과 부상까지 보내주어 고마웠다. 상장을 면장철(面張綴)에 담노라니 아이들이 재학 시절에 받았던 상장들이 "방가방가~ ^^" 하며 인사했다.

굳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어쨌든 아이들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장)은 그 수가 엄청나다. 특히나 딸의 수상 '업적'은 특출하다. 고교시절만 따지더라도 수십 장의 상장이 즐비한 때문이다.

최근 뉴스에서는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의 평균 교내 상(賞) 수상 현황이 상식 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의 평균 교내 상 수상 개수는 27개였는데 가장 많이 수상한 합격자는 교내 상을 무려 120개나 받기도 했다며 '꼬집었다'.

이쯤 되면 고교 입학 후 3학년 1학기까지 학기마다 24개씩이나 상을 받은 셈이다. 이러한 논조에 대해 왈가불가할 필요성은 굳이 느끼지 않는다. 다만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수상할 만한 깜냥이 되었기에 상도 받을 수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딸도 서울대를 수시로 합격해 입학했지만 녀석은 고교 시절에도 부동의 전교1등을 독주했다. 이러한 '뒷북치기'의 자랑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서울대의 지속적 '수재 영입정책'이 결코 허투루가 아니란 사실을 에둘러 강조코자함에서다.

상이라는 건 밥상을 받아도 좋거늘 하물며 그 상이 최우수상 내지 대상(大賞)이라고 한다면 더군다나 금상첨화다. 그렇지만 그러한 상을 받고자 한다면 평소 트랜싯(transit)적인 마인드의 견지와 함께 적확한 사리판단의 눈금조절 같은 균형의 조화까지 이뤄져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참고로 '트랜싯'은 측량현장에서 쉬 볼 수 있는, 각을 재는 측량 기계를 뜻한다. 지상을 측량하거나 태양과 천체 따위를 관측하여 방위·경위도(經緯度)·시각 따위를 재는 데 쓰기에 정확이 생명이다. 무릇 사람도 마찬가지다.

빈털터리 맥장꾼이 고가의 명품가방을 구입할 리 없듯 수상(受賞) 역시 마찬가지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도 있듯 알맞은 인재와 더불어 그에 걸맞는 이에게 상을 주는 게 정확한 순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동안 상도 숱하게 받았거늘 왜 나에겐 운칠기삼(運七技三)의 기회는 당최 찾아오지 않는 건지 참으로 의문이다. 운칠기삼은 커녕 여전히 운일기구(運一技九)의 항구에만 장기 정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즉 아무리 노력을 쏟아 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운(運)은 고작 하나(一)라는 것이다. 불평등은 인간의 숙명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닐지 싶다.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 황규영이 부른 <나는 문제 없어>라는 가요다.

어쨌거나 나의 의식 또한 이 노래와 비슷하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 가고,내가 꿈꾸던 것들 역시도 언제나 같은 자리긴 하지만 여기서 이대로 무의미하게 끝낼 수는 없는 때문이다.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결코 넘어지진 않을 테다. 나는 문제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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