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77. 소양강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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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77. 소양강 처녀

"죽어야 술 끊어"

  • 승인 2017-10-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소양강처녀
지금은 마음을 잡았지만 과거엔 역마살이 잔뜩 끼었다. 그래서 툭하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언젠가는 '호반의 도시'인 강원도 춘천에 갔다. 한데 춘천 닭갈비를 안 먹으면 간첩으로 신고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닭갈비를 먹어봤는데 그 맛이 실로 기가 막혔다. 닭갈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볶음 요리다. 토막 낸 닭을 포를 뜨듯이 도톰하게 펴서 고추장, 간장, 마늘, 생강 등으로 만든 양념에 재운다.

이어 고구마, 당근, 양배추, 양파, 파, 떡 등의 재료와 함께 철판에 볶아 먹는다. 강원도 춘천에서 유래한 향토음식으로, '춘천 닭갈비'라고도 불린다. 춘천 닭갈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춘천시, 지금의 중앙로 2가 18번지에 판자로 지은 조그만 장소에서 돼지고기 등으로 영업을 하던 김영석이란 분이 계셨단다. 1960년의 어느 날,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워 닭 2마리를 사 와서 토막낸 뒤 돼지갈비처럼 만들어 보았단다.

이후 부단한 연구 끝에 닭을 발려서 양념한 뒤 12시간 재운 후 숯불에 구워 '닭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닭갈비의 유래라고 한다. 1970년대 들어 춘천의 번화가 명동의 뒷골목을 중심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여 휴가 나온 군인과 대학생들로부터도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요리로 각광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어제는 출근하여 라디오를 듣자니 닭갈비를 잘 하는 식당의 소개가 나왔다. 방송 진행 상 진행자와 리포터는 특정업소의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00동"이라고 했기에 금세 유추할 수 있었다.

그 업소는 시내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늘 보는 식당이었기에 주저 없이 들어섰다. 1인분에 9천 원인 닭갈비를 그러나 2인분 포장을 부탁하자 1천 원을 깎아주었다. 그걸 덜렁덜렁 들고 집에 와 아내에게 가열을 부탁했다.

준비된 닭고기와 양념, 그리고 각종의 채소까지를 넓은 프라이팬에 볶는데 얼추 30분이 소요되었다. 다 익은 고기를 한 점 먹어보니 "와 ~ 원더풀(wonderful)!"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안 먹으면 간첩이라지만, 그야말로 끝내주는 맛의 대전 닭갈비를 술 없이 먹는다는 건 실정법 위반이었다. "여보, 소주 한 병 콜~" "또 마셔?" "죽어야 술 끊어." 덕분에 아내도 닭갈비에 소주 한 잔을 가볍게 비웠다.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 종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밥도둑'이라고 한다. 밥도둑엔 종류도 많다. 고등어구이와 간장게장 외에도 오징어찌개와 순대국밥도 명함을 내민다. 그들이 밥도둑이라고 한다면 술도둑엔 단연 닭갈비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

김태희의 <소양강 처녀>다. 닭갈비를 먹으며 이 노래를 듣노라면 춘천이 떠올라 더 맛이 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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