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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손이 별로 필요치 않은 밀과 달리 쌀은 무려 여든여덟 번이나 농부의 손길이 가야 한다. 쌀을 한문으로 쓰면 미(米)라고 하는 데서도 쉬 볼 수 있듯 자식을 기르듯 해야 하는 농부의 정성은 또한 기본으로 담보된다.
지난봄부터 농부님(농부의 수고를 기리고 존경하는 의미로써 여기에 '님'자를 추가한다)들은 노심초사의 나날을 보내셨다. 그 결과가 요즘 한창 수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촌은 지금이 가을걷이로 가장 바쁜 즈음이라 하겠다.
아직 추수를 마치지 않은 논도 드문드문 보이긴 하지만 올해 역시도 풍년이 확실하다. 아울러 누런 황금벌판의 논들을 보자면 새삼 농사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관심과 정서의 접근에서 최근 치러진 <2017 문화원의 날 행사>는 신토불이 농사와 농부님들의 지극정성을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10월16일 대전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엔 대전시 동구와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 문화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각종의 '전통 민속놀이 경연대회'가 펼쳐져 눈길을 모았다.
여기서 동구문화원은 '공주말디딜방아 뱅이'를, 중구문화원은 '무수동 산신토제마 짐대놀이'를 선보였다. 서구문화원에서는 '숯뱅이두레'를 뽐냈고 유성문화원은 '대전 웃다리 풍물'을, 그리고 대덕문화원에선 '계족산 무제'를 경연무대에 올렸다.
그럼 이 행사의 의미를 살펴본다. 먼저 '공주말디딜방아 뱅이'는 예부터 홍역이나 염병 따위가 발생하면 목신제와 거리제를 지냈단다. 그래도 효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 디딜방아를 실천하여 죽음의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무수동 산신토제마 짐대놀이' 역시 의미가 남달랐다. 국사봉에서 출토된 다섯 마리의 토제마가 모티브가 되어 산신제와 함께 정월대보름 거리제까지의 정초에 이뤄지는 마을 공동의 갖가지 제의식과 놀이를 재현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번엔 '숯뱅이두레' 차례다. 이는 대전시 서구의 농경문화로 독창성이 강하고 멋과 흥까지 두드러진다는 특성을 보인다. 김매기로 시작되는 이 민속놀이는 상여소리까지를 삽입하고 있어 과거 우리의 장례문화까지를 살필 수 있어 유익했다.
'대전 웃다리 풍물'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민속음악으로 행하여진 풍물놀이인데 민중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어 역시나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계족산 무제'는 기우제를 화두로 한 행사였는데 이는 조선시대 읍치 기우제의 전통을 민간에서 계승한 흔치 않은 기우제라고 했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전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말미암아 큰 고통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모 정부기관의 정책기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 자격으로 취재를 두루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댐과 저수지가 바짝 말라있어 어찌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거북의 등처럼 농민님들 마음 역시 쩍쩍 갈라졌었음은 구태여 사족의 강조(?調)다. 천만다행으로 그 뒤 흡족한 비가 푸짐하게 내리긴 했지만.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이런 고찰(?)에 걸맞아서였을까…….
<2017 문화원의 날 행사, '전통 민속놀이 경연대회'>에서 유독 관심을 증폭시켰던 공연은 단연 '계족산 무제'였다. 참고로 계족산(鷄足山)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뭄이 심할 때 이 산이 울면 비가 온다 하여 '비수리' 또는 '백달산'이라고 불리었다는 설도 있다. 지역의 주류회사 오너가 에코힐링(eco-healing) 공간으로 만들고자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한 덕분에 맨발체험 등으로 건강을 음미할 수 있기에 더욱 유명한 산이 되었다.
2007년부터 시작한 '계족산 숲 속 음악회'는 올해까지 11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설이 다소 길었다. '계족산 무제'의 종장(終章) 즈음엔 이윽고 갈망했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행사에 참여한 농부님들께서는 이구동성으로 "와~ 마침내 비가 온다!"며 금세 환호작약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위에서 언급한 '쌀의 귀환'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쌀 농사는 협업이 대세이자 관건이다. 또한 쌀은 항상 물이 존재해야만 튼실한 수확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쉬 간과하기 쉬운, 물에 대한 '신비로움'까지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먼저 지구상의 물은 97.5%는 바닷물인 반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민물은 고작 2.5%라고 한다. 그러니 평소 물을 아껴야 한다는 건 부동의 명제가 되겠다. 사람의 몸무게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이 없다면 생명의 부지 역시 어렵다는 건 상식이라 하겠다. 농사와 물의 중요성을 거듭 깨닫게 해 준, 실로 의미가 남달랐던 '전통 민속놀이 경연대회'를 보면서 우리 농부님들의 수고에 다시금 박수를 아낄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 나 ~"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다. 여기서 가수는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하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풍년의 농사 뒤에 바라보는 붉은 노을은 '포실하다'의 절정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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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