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85.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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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85. 작은 행복

불변의 교조(敎條)

  • 승인 2017-10-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용희450
야근이 주근보다 두 배 많다. 야근을 하자면 준비할 게 적지 않다. 우선 읽을 책이나 신문 등을 챙긴다. 다음으론 라디오와 1회용 봉지커피다. 이처럼 '유익한 친구'가 셋이나 필요한 까닭은 야근을 하면서 꾸벅꾸벅 졸지 않기 위해서다.

졸다가 혹여 본사의 감사반에라도 걸리게 되면 관용(寬容)에 용코없다. 신문은 보통 20분이면 다 본다. 반면 책은 한 줄 한 줄 의미를 곱씹으면서 밑줄까지 긋기에 넉넉한 시간을 할애한다.

얼마 전 읽은 신영복 교수의 저서 <처음처럼>의 289쪽을 보면 '비아당사(非我當師)'라는 글이 등장한다. 이는 비아이당자 오사(非我而當者 吾師)의 약어로서 '나를 올바로 꾸짖어 주는 자는 스승이고, 나를 올바로 인정해 주는 자는 나의 벗이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주체는 바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을 사려고 서점에 들르면 우선 넉넉한 자아감(自我感)에 마음이 흡족하다. 고루한 주장이겠지만 책은 우리네 인생길을 더욱 밝고 안전한 길로 인도하는 어떤 등대이다.

지난 10월 21일 <2017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을 찾았다. 인근의 이응노 미술관 앞에서 치러진 <'먼저 가슈' 어린이 그림 & 글짓기 대회장>에선 캘리그라피를 써주고 직접 글쓰기까지 할 수 있는 체험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많은 터다. 요즘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캘리그라피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한다. 좁게는 서예(書藝)를 이르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書體)를 이른다.

캘리그라피로 쓴 글자를 아예 상표와 상호로 사용하는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학원을 다닌다든가 하는 따위로 캘리그라피를 배울 순 없는 노릇이다. 하여 독학으로 배우고자 하는데 캘리그라피 배우기 책을 봤어도 당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그래서 행사 부스에 나와 있던 캘리그라피 작가님에게 물어봤다. "이걸 잘 쓰자면 얼마나 배워야 하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3년 이상은 배워야 될 겁니다." '......!!'

순간 연전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개그맨 강성범의 "저희 연변에서는 캘리그라피를 프로처럼 잘 쓰자면 최소한 30년 이상은 그 실력을 갈고 닦아야 됨다~"라는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하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던가? 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 번을 단련된 다음에 나오는 법이며, 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다음에야 비로소 맑은 향기를 발하는 법이니 말이다.

이러한 어떤 불변의 교조(敎條)는 작가와 기자 역시 항상 책을 읽는 습관의 견지 없이는 좋은 작품과 기사가 나올 수 없음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모레 야근 때부터는 책(신문)과 라디오, 봉지커피 외에도 캘리그라피 습작용 노트와 펜과 붓 등 필요한 도구까지 준비할 요량이다.

신영복 교수의 저서를 교재로 삼아 이를 비아당사(非我當師)로까지 차용할 생각이다. "진주를 바라지도 않아 에메랄드 반지도 아냐 ~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사랑이 내겐 필요해 ~" 조용희가 부른 <작은 행복>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여기에 캘리그라피마저 섭렵한다면 이는 분명 나로선 '작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조그만 기쁨 하나로 여자는 행복이라지만 나는 그 행복의 소스가 세 가지나 되는 때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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