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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는 건물의 키가 꽤 높다. 지하를 포함하여 21층이나 된다. 이에 걸맞게 24시간 내내 출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제의 야근 때는 자정이 임박했음에도 무슨 작업을 한다며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편의를 도모할 생각에 평소엔 23시에 폐문하는 지하 주차장을 개문했다. 그들의 작업은 오늘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마무리할 즈음이었는지 다시금 화물 엘리베이터 부근이 요란했다. 절전의 방법으로 소등했던 1층 로비를 밝게 점등코자 했다.
"일하는 데 편하라고 환하게 전등을 켜 드릴 테니 천천히 하세요." 그러자 작업 중이던 한 사람의 대답이 그만 실소를 금치 못 하게 했다. "그럼 감사할 것 같은데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그처럼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오늘은 제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요" 라든가 "이 음식은 맛이 별로인 것 같아요." 따위들이다. 이처럼 '같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 외에도 '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 것 같다"의 상투적 습관은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에 포함되기에 반드시 피해야 옳다. 예를 들어 "비가 올 것 같네" 라고 한다면 '같다'가 올바르게 쓰이는 경우에 속하지만, "멋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즉 본인의 생각이나 판단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것 같아요"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 또는 면책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상대와 대화를 할 때라든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본인의 생각이나 판단을 상대에게 알리는 표현이 추측이거나 불확실하다면 언어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언어의 남발과 함께 문제되는 게 또 있다. 그건 바로 사물에 대한 지나친 존댓말의 남용이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노라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백화점 등지에서 손님이 옷의 가격을 물어보면 점원이 대답하길 "네, 이 옷은 5만9천 원이십니다"라는 대답 역시 귀에 크게 거슬린다.
무언가 큰 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 있어 습관적으로, 또한 두루뭉술하게 "~것 같아요"라고 한다면 과연 상대방은 어찌 생각할까! 또한 "아드님이 며칠 전 골라서 사 가신 이 아동복은 품절인 까닭에 교환이 안 되십니다"라고 했다면 이 역시 '대략난감'하긴 매한가지다.
"그렇게도 다정하던 그 때 그 사람 ~ 언제라도 눈감으면 보이는 얼굴 ~ (중략) 사무치게 그리워서 강변에 서면 ~ 눈물 속에 깜박이는 강 건너 등불 ~" 정훈희의 <강 건너 등불>이다.
강 건너의 등불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자랑스런 우리말, 밝은 등불 아래서 잘 익혀 시의적절하게 써야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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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