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87. 강 건너 등불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가요는 삶의 축] 287. 강 건너 등불

감사할 것 같은데요?

  • 승인 2017-10-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정훈희


근무하는 건물의 키가 꽤 높다. 지하를 포함하여 21층이나 된다. 이에 걸맞게 24시간 내내 출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제의 야근 때는 자정이 임박했음에도 무슨 작업을 한다며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편의를 도모할 생각에 평소엔 23시에 폐문하는 지하 주차장을 개문했다. 그들의 작업은 오늘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마무리할 즈음이었는지 다시금 화물 엘리베이터 부근이 요란했다. 절전의 방법으로 소등했던 1층 로비를 밝게 점등코자 했다.

"일하는 데 편하라고 환하게 전등을 켜 드릴 테니 천천히 하세요." 그러자 작업 중이던 한 사람의 대답이 그만 실소를 금치 못 하게 했다. "그럼 감사할 것 같은데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그처럼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오늘은 제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요" 라든가 "이 음식은 맛이 별로인 것 같아요." 따위들이다. 이처럼 '같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 외에도 '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 것 같다"의 상투적 습관은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에 포함되기에 반드시 피해야 옳다. 예를 들어 "비가 올 것 같네" 라고 한다면 '같다'가 올바르게 쓰이는 경우에 속하지만, "멋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즉 본인의 생각이나 판단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것 같아요"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 또는 면책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상대와 대화를 할 때라든가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본인의 생각이나 판단을 상대에게 알리는 표현이 추측이거나 불확실하다면 언어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언어의 남발과 함께 문제되는 게 또 있다. 그건 바로 사물에 대한 지나친 존댓말의 남용이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노라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백화점 등지에서 손님이 옷의 가격을 물어보면 점원이 대답하길 "네, 이 옷은 5만9천 원이십니다"라는 대답 역시 귀에 크게 거슬린다.

무언가 큰 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 있어 습관적으로, 또한 두루뭉술하게 "~것 같아요"라고 한다면 과연 상대방은 어찌 생각할까! 또한 "아드님이 며칠 전 골라서 사 가신 이 아동복은 품절인 까닭에 교환이 안 되십니다"라고 했다면 이 역시 '대략난감'하긴 매한가지다.

"그렇게도 다정하던 그 때 그 사람 ~ 언제라도 눈감으면 보이는 얼굴 ~ (중략) 사무치게 그리워서 강변에 서면 ~ 눈물 속에 깜박이는 강 건너 등불 ~" 정훈희의 <강 건너 등불>이다.

강 건너의 등불로는 책을 읽을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자랑스런 우리말, 밝은 등불 아래서 잘 익혀 시의적절하게 써야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32] 시의 몰골
  2. 신문 지면으로 본 60년 전 대전의 한가위 풍경! "급증한 귀성객, 물가 걱정 속에서도 타오른 영화와 온정의 물결"
  3.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4.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5. 이서영 충남경찰청장, 귀성길 교통안전 집중 점검
  1. 천안시 성거읍 주민자치회, '천흥사지 역사·문화유산 사진전' 개최
  2.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3.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5. 천안법원, 골프채 판매사기 혐의 '징역 1년'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