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89. 그대만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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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89. 그대만 사랑해요

36년 만의 어떤 '피정'

  • 승인 2017-11-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속리산650
휴일을 맞아 모처럼 아내와 속리산을 다녀왔다. '보은 대추축제'가 열리는 즈음에 가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아 늦은 것이다. 새색시처럼 청실홍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속리산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루고 있었다.

이어 호서 제일의 가람인 법주사(法住寺)로 들어섰다. 천년고찰인 법주사는 각종의 국보와 보물 외에도 유.무형문화재까지 부지기수다. 그중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역시나 금동미륵대불이 아닐까 싶다.

대웅보전과 팔상전에서 바라보면 더욱 미경(美景)인데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불공과 셀카 등을 찍느라 분주했다. 오늘 속리산 행(行)은 36년만의 어떤 '피정'이었다. 피정(避靜)은 가톨릭 용어로써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결혼식을 올리고 속리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지금과 달리 그 즈음 신혼여행지는 경북 경주와 온양온천이 각축을 벌였다. 그럼에도 굳이 속리산을 찾았던 건, 결혼이라는 '대장정'을 시작함에 있어 새삼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함에서의 지인용(智仁勇) 습득 차원 수순이었다.

산채백반으로 저녁을 먹고 아담한 여관에서 1박을 했다. 쥐뿔도 없는 집안의, 그것도 장손(長孫)에게 흔쾌히 시집을 와 준 아내가 새삼 감사했다. "앞으로 당신만을 사랑하며 더 열심히 살게!" 세월은 여류하여 어느덧 36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삶은 우순풍조(雨順風調)가 아니라 송곳으로 찔러도 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는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점철이었다. 그랬음에도 아내는 조강지처의 본분까지 지켜 끝내 두 아이를 자타공인의 동량으로 길러냈다.

법주사를 나와 식당으로 들어섰다. "우리 과거를 회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오늘 점심은 산채(山菜) 한정식으로 할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가 평소보다 더 고와보였다. 서른 가지도 넘는 반찬이 두리반(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넘을 만치로 진수성찬을 이뤘다.

덕분에 포식을 하고 속리산 터미널로 가는데 아내가 상점에서 마른 대추를 샀다.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도 있으니 내가 이걸 끓여 놓으면 보리차처럼 열심히 마셔."

다 늙어빠져서 볼품마저 상실한 남편을 그래도 지아비라고 챙겨주는 아내가 부처님보다 든든했다. 또한 아내의 그런 자비(?)는 잉박선보다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눈감아도 그대 볼 수 있어요 ~ 내 안에 그대 있으니 오직 그대 한 사람 ~ 내 생에 한 사람 그대는 내겐 전부에요 ~ 흐르는 세월 앞에 무뎌진 내 삶 속에 ~ 변치 않는 나의 마음 그게 바로 나예요 ~"

김영아의 <그대만 사랑해요>이다. 36년 만의 '피정' 소득, 그건 '물망초심 초심불망(勿忘初心 初心不忘)'이었다. 여보, 앞으로도 그대만을 사랑하리다! 정말 감사합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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