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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열애를 하던 시절이다. 장맛비가 줄기차게 쏟아지던 어느 여름 날, 낮술에 거하게 취하다보니 불현듯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당시엔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있을 리 만무였고 다만 그녀의 집 주소만 달랑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떡 본 김에 굿한다고 술에 취한 김에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작심했다. 천안역에서 열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렸다. 장마철답게 대전 역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택시에 올랐다.
"대덕군 구즉면 문지리(지금은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까지 갑시다." 택시기사는 대화동 공단에서 문지리로 건너가는 다리가 장마 홍수로 인해 유실됐다며 신탄진을 경유하여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쥬 뭐."
그렇게 쳐들어가는 바람에 그녀와, 특히나 예비 장모님께선 부지불식간에 이 부족한 장래의 사위와 초면(初面)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얘긴데 당시 장모님께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선 진짜 억지의, 또한 실로 엉뚱한 나를 과연 어찌 보셨을까!
더군다나 양복이라도 걸치고 점잖게 들어서기는커녕 반바지에 슬리퍼까지 질질 끌면서 들어선 흉악망측의 꼬락서니라니...... 결혼 후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장모님의 당시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정말이지 자네가 우리 집에 들어서는 순간 웬 오구잡탕 같은 놈이 오나 싶어 아연실색했다네. 그래서 자네가 하룻밤 자고 이튿날 가자마자 00엄마(아내)에게 쐐기를 박았지. 다시는 자넬 만나지 말라고!"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었다. 아내는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나와의 결혼을 그예 강행했으니까. 잠시 전 아내가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는 토요일에 아들이 마침내(!) 며느릿감의 손을 잡고 집에 온댔다.
"정말! 리얼리?" 대체 언제부터 기다렸던 낭보(朗報)였던가...... 좋은 말도 세 번이면 지겨운 게 인지상정이다. 작년 봄에 여동생(딸)이 먼저 결혼한 것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이 없지 않을 터인데 거기에 대고 다시금 "넌 대체 언제 결혼할래?"라고 해봤자 이는 되레 반발심만 키울 건 뻔한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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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요것 좀 드셔보세요 ~ 노릇노릇 굴비 한 접시 ~ 어머니 요것도 드셔보세요 ~ 몸에 좋은 보약 한 사발 ~ (중략) 아버님, 이 옷 좀 입어보세요 ~ 울긋불긋 꽃무늬 남방(셔츠) ~ 아버님 요 옷도 입어보세요 ~ 새로 나온 맞춤형 정장 ~" 강수빈이 발표한 <며느리>라는 곡이다.
남방도 양복도 다 필요 없다. 다만 아들처럼 효심이 바다처럼 깊고 예의까지 똑바른 며느리라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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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