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3. 최고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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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3. 최고다, 당신!

사랑의 결실

  • 승인 2017-11-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최고다650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올해 2018학년도 수능은 당초 11월 16일에 치러지기로 했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를 앞두고 중차대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그건 바로 포항 전역을 뒤흔든 지진!

포항에서 발생한 강도 5.4 규모의 지진은 전국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그 불안감과 심각성이 국민들의 공포로까지 연결되었다. 지진의 여파로 말미암아 수능은 부득이 일주일 뒤로 연기되었다.

더 이상의 피해는 제발 없길 소망하면서 나의 기억은 십여 년 전, 딸이 수능을 보던 날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했다. 그날도 날씨는 꽤 차가웠다. 예전부터 이상스럽게 수능이 있는 날엔 유독 그렇게 날씨가 고약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노라면 공교롭게 비가 오곤 했다. 한데 이는 소사 아저씨가 용으로 승천하는 이무기를 잡아먹은 때문이라는 믿을 수 없는 전설 아닌 전설이 회자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지금으로 치면 나처럼 경비원이었을 소사 아저씨는 그래서 적이 억울하다. 어쨌거나 수능일에 추운 건 정신 바짝 차리고 그동안 배웠던 공부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여 후회 없는 결과를 도출해내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싶다.

그 해 수능일에 딸의 손을 잡고 수능 고사장 앞까지 갔다. 딸보다 더 떨렸지만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 "평소에 했던 것만큼만 하면 돼, 우리 딸은 잘 할 수 있어!" 딸이 손을 흔들며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딸을 그렇게 배웅한 뒤 사찰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의 좋은 성적을 발원하는 정성의 108배를 올렸다. 딸은 수능을 치르기 전 수시모집으로 지원한 두 곳의 대학에서 이미 합격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능성적이 좋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불합격이라는 절체절명의 기로였다. 따라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한다는 명제는 어떤 배수진에 다름 아니었다.

한시적이지만 자녀가 수능과 만나는 그 해엔 1년 내내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공부에 열중하는 아이의 바라지에 가족 전체가 노심초사의 모드로 진입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벌 지상주의'의 근저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우리가 만날 사용하는 돈, 그것도 동전이 아닌 화폐(貨幣)일 경우 우리나라는 유독 그렇게 교육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화폐에 전쟁 영웅이 많이 등장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세종대왕과 율곡 이이, 퇴계 이황에 이어 신사임당까지 명함을 내밀고 있다.

따라서 이는 물론 교육(敎育)과 연관된 인물들임을 쉬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도 느낄 수 있듯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단연 세계 최고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랄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교육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주지하듯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에 이어 막상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율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 때문에 소위 학군(學群)의 중요성은 더욱 그 범위와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렵게 낳은 아이인 만큼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잘 키우고 잘 가르치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본능이자 이심전심이란 얘기다.

고로 전체적으로 인구는 줄 망정 학군의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불변할 것임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하겠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아파트와 주택의 경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긴 하되 이른바 좋은 학(원)군으로의 쏠림 현상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데 이는 좋은 학군은 대체적으로 입시 성적이 좋은 때문이다. 서울의 강남이 여전히 최고의 학군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명문대 진학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까닭일 게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강남으로 이사를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서울, 그리고 강남에 가지 않더라도 거뜬하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녀에 대한 칭찬과 사랑이라는 주장이다.

아무튼 그날 저녁이 되자 이윽고 수능을 마친 딸이 귀가했다. 녀석의 컨디션을 보니 기대만큼의 성적은 거뜬히 도출되리라 예견되었다. 그래서 설렘의 감도는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예측은 정확했다. 딸은 수능에서도 최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딸은 결국 두 배수의 최초합격자에서 해당대학의 최종합격자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돈이 없어 사교육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다만 돈이 안 들어가는 칭찬과 사랑, 그리고 관심과 배려만큼은 만석꾼인 양 아끼지 않고 펑펑 낭비했다.

그 덕분이었으리라. 나의 설렘은 그예 현실이 됐다. 딸은 서울대로 직행했다. "남자는 남자는요 너무나도 바보랍니다 ~ 당신이 없으면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답니다 ~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 쑥스러워 말 못합니다 ~"

김혜연의 <최고다, 당신!>이다. 딸은 여전히 나의 최고(最高)와, '모도리'의 불변한 사방팔방 향기로운 꽃내음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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