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4.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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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4. 알 수 없는 인생

칼에는 눈이 없다

  • 승인 2017-11-19 09:4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문세
죽을 때까지 가지 말아야 할 곳엔 무엇이 있을까? 죄를 지으면 가는 경찰서와 교도소, 몸이 아프면 가는 병원과 빚이 많아서 가는 금융기관과 법원 쯤 되겠다. 오래 전 몸이 아파서 병원에 보름가량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잘 아는데 당시 가장 '고팠던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중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푸짐한 안주에 소주를 두어 병 비우는 것이었다. 이윽고 퇴원날짜가 임박했다. 마지막으로 나를 회진(回診)한 의사는 엄포를 잊지 않았다.

"퇴원하더라도 술과 담배는 반드시 끊으세요. 그러지 않으면 죽습니다." 하지만 나는 의사의 그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병원서 탑승한 택시기사에게 도청 뒤 꼬리곰탕 전문식당으로 가자고 한 건 그 때문이었다.

거기서 꼬리곰탕에 소주를 두 병 마시니 비로소 살 것 같았다(의사의 말과 달리 여전히 두주불사인 나는 지금도 건강하다!). 절친한 죽마고우가 오늘 퇴원한댄다. 병원서 무려 석 달 이상이나 있었으니 그 갑갑증이 오죽했으랴!

친구가 병원에 간 건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한 때문이다. 그 비보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깁스를 한 친구는 병상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 모습에 열매하려다(몹시 심하게 꾸짖다)가 그만 눈물만 하염없이 솟구쳤다. 두어 달 뒤 다시 병원을 찾으니 그때는 목발을 짚고 조금은 움직일 수 있었다. 하여 사갖고 간 치킨과 소주를 병실에서 나눠먹을 수 있어 좋았다. 환자에게 술을? 하지만 우린 '예부터' 그리 해왔다.

그건 건강해졌다는 반증이며, 또한 술 없으면 못 사는 우리 친구들의 어떤 우정의 표시이기도 했기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군복무를 하기 전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레미콘이나 콘크리트 타설 차량이 없었다.

따라서 인부가 시멘트를 철판에 붓고 또 다른 인부들이 등에 짊어지고 온 모래와 자갈을 섞은 뒤 물을 부어 콘크리트 공사를 대신 했다. 당시엔 나도 젊은 청춘이었기에 자갈을 지고도 2층 건물 쯤은 마치 홍길동과 임꺽정인 양 가볍게 뛰어다녔다.

그랬지만 그때도 건설현장에서의 사고는 무시로 일어났다. '칼에는 눈이 없다'는 말도 있듯 공사장의 그 잡다한 가꾸목(각목)과 빠루(못빼는 연장), 가나고데(쇠흙손)와 산승각(세치각재)등은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눈 없는 칼'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가꾸목' '빠루' 등의 용어는 지금도 여전히 공사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본어의 잔재용어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 이문세가 부른 <알 수 없는 인생>이란 가요다.

공사장에서의 예기치 않은 사고는 자칫 생명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한 사고는 또한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사 -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와도 부합된다.

친구의 퇴원을 축하한다. 넷째 주 일요일의 우리 죽마고우들 정기모임 때는 그 친구가 발걸음도 낭창낭창 그렇게 왔으면 좋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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