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6.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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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6. 산다는 건

나의 '랑그'

  • 승인 2017-11-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홍진영산다dfdgg
발걸음이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주 토요일엔 실로 귀한 손님이 방문하는 때문이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갔으나 8분 후 도착이란다. 그 시간조차 절약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지상으로 올라와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냅다 뛰었다. 옳다구나, 내 생각이 옳았어! 버스는 3분 뒤에 도착했다. 하지만 토요일임에도 승객들로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시간 역시 얼추 한 시간 가까이나 걸려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는 초겨울답게 앙칼스러웠지만 몸에선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내는 음식을 만드느라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한 듯 보였다. "아직 안 왔지?" "응~" 급히 욕실로 들어가 양치질을 하고 발도 씻었다. 양말에 이어 카디건으로 갈아입고 나자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화면에 아들의 모습이 보름달보다 밝았다. "어서 와! 춥지?" 아들의 뒤에서 며느릿감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한 눈에 보기에도 여리여리하고 수수한 봄꽃인 양 곱디고운 처자가 첫 상면(相面)임에도 내 마음에 만족으로 차고 넘쳤다.

며느릿감은 선물을 세 꾸러미나 들고 왔다. 그중엔 우리 부부의 캐리커처를 손수 그린 작품까지 있어 감동이 쏠쏠했다. 아내가 정성으로 만든 각종의 음식과 반찬을 너부죽한 식탁에 차렸다. 이 좋은 날에 술이 빠지면 안 되지.

지난 추석에 지인이 선물로 준 한산소곡주가 떠올랐다. 그 술을 주전자에 담아 아들의 애인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러면서 '내 생애 최고의 날'에 부합되게 술을 맘껏 들이켰다. 아, 이제 나도 기어코 아들을 장가보내는구나…….

"당신이 먼저 한 마디 하구려." 그러나 아내는 사돈댁과 상견례 때 얘기하겠다며 미뤘다. 하여 내가 먼저 며느릿감에게 말문을 뗐다. "작년에 딸을 먼저 결혼시킬 적에도 그랬지만 우린 예단 따윈 일체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돌아가면 부모님께 나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 주세요!"

이러한 랑그(langue)는 자녀가 마치 줄줄이 사탕만치로 많은 집안에서 자녀를 결혼시키면서 비싼 예단까지 주고받자면 그야말로 기둥뿌리가 빠지는 모습을 여실히 보면서 각인된 오상고절(傲霜孤節)의 어떤 교훈적 각인이었다.

입때껏 고이 기른 정성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한 분들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지워서야 이게 어찌 사람의 도리이랴! 나의 당찬 발언에 며느릿감 역시 만족하는 느낌이 드러나 보였다.

사람이 풍진 세상을 사노라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다. 하지만 지난주의 토요일처럼 좋은 일도 있기에 사람은 이 세상을 애써 살아가는 것 아닐까. 홍진영은 <산다는 건>이란 가요에서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 ~ 힘들고 아픈 날도 많지만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라고 위로한다.

맞는 얘기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한숨만 나는 삶의 연속이다. 따라서 어제도 한 잔 걸쳤지만 술이 고달픈 역경을 해결해 줄 리 만무다. 그렇긴 하되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었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살다보면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온다는 걸 확연히 깨달은 지난 토요일이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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