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9.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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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9. 겨울풍경

화목(和睦)의 세레나데

  • 승인 2017-11-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재훈650
해마다 겨울이면 김장을 했었다. 그랬던 '연례행사'가 그친 건 재작년부터였다. 아이들이 직장과, 결혼 후 분가한 때문도 있지만 주근보다 야근이 많은 나의 직업 상 김장김치는 사실 큰 의미를 상실한 때문이다.

더욱이 야근 뒤의 이튿날 아침엔 회사식당에서 아침까지 사먹고 귀가하였기에 집에서 담근 김치는 속절없이 시기만 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젠 다시금 아내의 가족사랑이 듬뿍 담긴 김치를 맛볼 수 있게 되어 반갑다.

이러한 전기는 며느릿감이 인사를 오고난 뒤 아들의 결혼문제가 급물살을 탄 덕분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김치는 건강이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한자인 침채(沈菜)가 우리말의 '김치'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무와 소금,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새우젓 등의 부수적 소비를 견인한다. 따라서 우리 농가에도 큰 힘을 부여한다. 김치는 발효라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이게 또한 참으로 절묘한 과학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김치의 재료들이 갖고 있는 당분과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의 성분과 소금은 상호유기적 관계가 되면서 발효를 담당하게 될 미생물을 직·간접적으로 돕는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김치 내의 일반 병원균이나 부패균 등은 서서히 죽어가고, 소금에 잘 견디며 공기가 필요하지 않은 김치 내의 유익한 유산균들은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그렇기에 김치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물질만을 가득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고조의 맛에 이른 김치는 영양가 등의 함량 역시도 최대치를 보인다. 김치는 때론 우리네 인생과도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혹자는 이를 빗대 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네 번의 위기를 견뎌야 한다고 했다. 땅에서 뽑히고, 반으로 잘리는 외에도 소금에 절여지고, 매운 양념에 버무려져야 하는 그런 과정의. 이쯤 되면 '고진감래'라는 인생의 여정과 김치는 동반자인 셈이다.

예전엔 김치와 쌀과 땔감만 비축하면 겨우살이엔 문제가 없었다. 아내가 절임배추를 주문한댄다. 김장을 해서 아들도 주고 딸에게도 몇 포기 보낼 거라며. 김장하는 날, 예비며느리도 와서 거든다면 더욱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

김장을 마친 뒤 냄새 안 나게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에 겉절이 김치를 싸서 먹는 저녁은 푸짐함의 영마루(고개의 맨 꼭대기)다. 이는 또한 화목(和睦)의 세레나데(serenade)까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소주가 빠지면 실정법 위반이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도 좋지만 대화에 있어서도 "차 창문을 여니 바람은 어느새 겨울이야 ~ 벌써 하늘사이 거리는 쓸쓸한 겨울풍경 ~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어느 작은 카페에 앉아 ~ 마음 따뜻한 사람과 차 한 잔 하고 싶어 ~"를 부른 이재훈의 노래 '겨울풍경'처럼 훈훈한 윤활유 역할까지 하는 때문이다.

여기서 '보너스'로, 먹고 남은 소주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몇 개 소개한다. 분무기에 소주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부엌타일과 전자레인지 등 기름얼룩이 있는 곳에 뿌린 후 행주로 닦아주면 깨끗하게 제거된다.

소주 뚜껑을 연 채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탈취제 역할을 하는가 하면, 생선을 굽고 난 프라이팬에 소주를 부어 살짝 끓여주면 냄새가 사라진다. 옷에 볼펜이 묻었을 때 역시 소주를 옷에 묻히고 10분 후 살살 문질러 주면 쉽게 지울 수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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