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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내도 깨서 주방으로 나왔다. "시방(지금) 뭐하는 겨?" "응, 엊저녁에 밥을 덜 먹었는가 벼, 그래서......" 이내 아내의 힐난(?)이 돌아왔다.
"하여간 당신은 못 말려! 우리가 아파트서 살았다면 벌써 쫓겨나고도 남았을 껴. 당신이 새벽부터 쿵쾅거리며 돌아다녀서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아래층 사는 사람이 쫓아올 건 불을 보듯 뻔하니께 말여." "......!!"
아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가 오래된 3층의 빌라인데 바로 위층엔 할머니가 사신다. 한데 그 할머니의 '부지런'은 나보다 한 수 위다. 재래시장의 난전(亂廛)에 나가 팔 요량으로 심지어 새벽 2시부터 마늘을 절구에 찧는 소리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만성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땜에 시끄러워 도저히 못 살겄슈!"라며 찾아가 어필한 적은 없다. 늘그막에 혼자 사시는 것도 억울하거늘 층간소음이란 이유만으로 항의까지 한다는 건 너무 한다 싶어서였다.
주지하듯 지난 7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해 붙은 시비가 살인으로까지 번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진 바 있었다. 이 살해범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는데 여기서도 볼 수 있듯 아파트의 층간 소음은 심각한 국면의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다.
오늘처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동동거리는 건 직업 상 야근이 잦다보니 자연스레 몸에 붙은 습관이다. 야근은 밤을 얼추 꼬박 새워야 하는 중노동인데 배가 고프면 더 힘들다. 따라서 야근을 하자면 최소한 주전부리라도 가까운 곳에 두어야 한다.
LH(한국주택공사)가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아파트 사업에 나선 게 지난 1971년이다. 어느새 4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싶은 와중에 나도 30여 년 전에는 잠시 그 임대아파트서 살았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도 아내는 아파트의 특성 상 '조심조심 코리아'가 아니라 '조심조심 발걸음'으로 살아야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과거 초등학교 다닐 적에 선생님으로부터 "사람은 부지런해야 잘 사는 겨"라고 배웠다.
한데 부지런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선생님. 책임지세유! 선생님 말씀 좇아서 너무 부지런하게 살다 보니 입때껏(임대아파트 이후론) 아파트(신규 분양)엔 입주조차 못 하고 있으니께유."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 윤수일을 더욱 확고한 스타로 만들어준 히트송 <아파트>다. 앞으로도 내가 아파트에서 살 일은 없을 듯 싶다. 오늘처럼 쓸데없는 부지런을 떨면 자칫 아파트 입주민들까지 들고 일어나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도 있을 테니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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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