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17.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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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17. 유혹

복어에서 배우는 치명적 교훈

  • 승인 2017-12-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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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애주가이다 보니 이튿날의 숙취 해소가 관건이자 화두다. 이에 대해 술을 안 마시는 지인은 "돈 주고 술 마신 뒤 거기에 이튿날 해장국까지 사먹으며 속을 푸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런 논리라면 술과 연관된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일이 술술 안 풀리니까 '술술~' 넘어가는 술을 마시는 거다. 따지고 보면 술이 파급하는 경제적 효과는 실로 지대하다. 우선 술을 마시자면 안주는 필수다.

상대적으로 안주의 주문횟수에 따라 매상이 올라간다는 건 상식이다. 만취하면 택시를 타는데 멀쩡한 정신에선 시내버스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튿날엔 대중탕에 가기도 하는데 그래야 세신사 아저씨도 '먹고 산다'.

목욕을 마친 뒤에 찾는 해장국은 또 다른 삶의 환희다. 쇠고기와 우거지도 좋지만 올갱이(다슬기) 해장국도 술꾼들의 속을 확 풀어주는 일등공신이다. 값이 비싸서 그렇지 여기에 복어 해장국까지 초대한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복어는 회로도 즐기는데 그러자면 가격이 껑충 뛴다는 데 접근이 멈춰지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복어 마니아인 동창이 있다. 손도 큰 그 친구는 해마다 동창들을 소집하여 동해안까지 간다.

관광버스에 올라 강원도 절경(?景)의 구경에 이어 '죽이는 맛'의 복어까지 먹노라면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지 싶다. 복어는 예부터 우리 선조들도 꽤나 즐겼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선 복어를 하돈(河豚)이라고 치켜세웠으며, 북송 때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죽음과도 맞바꿀 맛'이라고 칭송했다는 말까지 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 되면 더욱 그리워지는 복어는 하지만 엄청난 독을 품고 있다는 커다란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복어를 전문 요리사나 조리사가 아닌 얼치기 사람이 상에 낸다면 자칫 그걸 먹고 죽을 수도 있는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어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서 필자는 복어에서 배우는 '치명적 교훈'을 논하고자 한다. 예컨대 매력 있고 까칠한 여자치고 장미의 가시인 양 도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다.

한데 그 같이 까칠하기에 매력도 함께 지닐 수 있는 것 아닐까. 독을 많이 품을수록 더 맛이 있다고 알려진 복어는 사실 돈 없는 서민들이 먹기엔 거리감이 멀찍한 게 현실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막상 그 맛에 빠져들면 혼수상태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다음 달에 개통 예정인 서울~강릉 간 KTX 열차를 타면 서울역에서 강릉까지는 114분, 청량리에서는 86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예전 여름에 친구들과 강원도로 피서를 갈 적엔 왕복하는 데만 12시간도 더 걸렸다. 따라서 이쯤 되면 가히 상전벽해의 교통수단이 탄생하는 셈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복어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마음만 먹으면 더욱 성큼 다가갈 수 있는 동해안은 복어의 고장이랄 수도 있다. 술과 복어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또 가고픈 이유다.

"혼자 계신가요 옆에 앉아도 돼요~ 오늘 같은 밤이면 술 한 잔 어때요 ~" 김소이의 <유혹>이란 가요다. 술안주에 복어라면 '오투린(o2린)'이든 '참이슬'이든 두 병은 가볍게 목구멍을 넘는다. 복어는 술꾼들의 영원한 유혹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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