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19.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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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19. 여보

映畵 같은 어제, 榮華 같은 오늘

  • 승인 2017-12-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창용
사람은 누구라도 풍진(風塵) 세상과 만난다. 그리고 누군 금수저로, 또 누군 흙수저로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금수저 출신이 비교적 평탄의 삶을 살아가는 반면, 후자는 대체로 간난신고의 가파른 협곡을 점철하기 십상이다.

내가 꼭 그랬다. 따라서 잘 아는 친구와 지인들은 날더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며 위로한다. 각종의 즐비한 암초와 악재(惡災)의 발김쟁이 등쌀에 중학교조차 문턱을 넘지 못 했다.

그렇게 불학의 민초로 추락하다보니 얼추 평생을 어두운 변방과 무대의 뒤편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삶과 인내의 극점에서의 탈출 모색으로 자녀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맹모삼천지교'의 열 배 이상은 족히 투자했노라 자부한다.

그러한 정성은 끝내 결실을 맺었다. 2018년 무술년 개의 해를 맞으면 아들도 결혼한다. 작년에 먼저 결혼한 딸은 동문(同門)의 수재인 사위를 맞았기에 화제가 됐었다. 한데 아들의 처갓집에도 딸과 사위랑 같은 대학을 나온 사돈도령이 있단다.

덕분에(?) 우리 집안은 졸지에 우리나라서 최고로 치는 S대 출신만 셋이나 되는, 그야말로 명문대의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쓰나미로 도착하게 생겼다. 국립극장에서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2017.12.8~2018.2.18)가 펼쳐진다.

이 공연의 시놉시스에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보면 곽씨부인이 나온다. 앞을 못 보는 심봉사의 아내였던 그녀는 금지옥엽인 심청을 얻었지만 출산한 지 불과 7일 만에 세상을 떠난다. 죽어서도 딸을 오매불망했던 그녀는 옥황상제를 모시는 옥진부인이 된다.

그리곤 결국 인당수에 뛰어든 만고의 효녀 심청과 상봉하는 기쁨을 누린다. 뻔한 이효상효(以孝傷孝)와 고진감래의 수순을 따랐다지만 이 공연이 시사하는 바의 울림은 결코 경박하지 않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 S연료가 좋더라 ~ 친구는 오랜 친구 죽마고우 ~ 국민연료 S연료 ~"라는 CM송이 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나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 내 아내가 좋더라 ~ 당신의 지극정성 꽃을 피워 ~ 명문대가 이뤘소 ~" 명문대가(名門大家)는 훌륭한 문벌의 큰 집안을 뜻한다. 따라서 내가 그 정도까지 되었다는 주장엔 분명 어폐가 있다.

하지만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곽씨부인의 심청을 향한 지극정성은 급기야 하늘까지 울렸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 스토리는 '映畵 같은 어제, 榮華 같은 오늘'이 아닐까도 싶다. 아들과 딸, 사위와 며느릿감에게 난로보다 뜨거운 사랑을 표한다.

대신 아내에겐 바위보다 묵직한 존경을 전한다. 가수 이창용은 <여보>라는 가요에서 "여보 울지 말아요 ~ 여보 가지 말아요 ~ 당신 곁에 나 있잖아요 ~"라며 아내를 달랜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살다보니 즐거운 날도 필연코 온다는 걸 깨달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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