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20. 이별의 종착역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320. 이별의 종착역

'가요는 삶의 축' 연재를 마치며

  • 승인 2017-12-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창용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 이만은 왜 못 오나 ~ 푸른 하늘 아래 나는 눈물진다 이별의 종착역 ~"

구슬프지만 특유의 미성(美聲)이 돋보이는 손시향의 <이별의 종착역>이다.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바이벌 되었는데 최초로 부른 손시향(孫詩鄕)의 노래가 역시 압권이다.



손시향은 1950년대 말 등장한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미남형 가수였다. 작곡가 손석우와 콤비를 이루어 많은 곡을 발표했는데 1938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했다.

경북고 동창인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 신성일이 가수로 성공한 그에게 자극받아 배우로서의 성공을 다짐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고 전해진다. 1960년 제4회 미스코리아 진(眞)으로 발탁된 손미희자(孫美喜子)가 그의 여동생이며 1960년 이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마이애미 한인회장까지 지냈다고 한다.



역전이든 터미널이든 거길 가보면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오늘도 어디론가 동동거리며 떠난다.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목적지, 즉 '종착역'이 있기 마련이다. 결혼하기 전, 딸이 서울서 내려온다고 하면 대전역 내지 버스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너무 고왔기에 어려서부터 물고 빨며 키운 녀석은 명실상부 금지옥엽이었다.

이는 지인들도 순순히 인정했다. "예쁜 줄만 알았더니 공부까지?" 딸이 대학원을 졸업하던 날이 기억의 가로등에서 그 빛을 환히 밝힌다. 꽃다발을 사들고 서울대 캠퍼스에 들어섰다. 딸과 어울려 셀카를 찍고 있던 동급생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왜 웃어요?" 그날 딸과 같이 졸업하는 동급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쩜 그렇게 아빠랑 딸이 붕어빵처럼 똑같아요!" 그럼 다른 사람 닮았으면 어찌 감히 내 딸이랄 수 있겠소?

그 동급생들은 이후 딸이 서울대 연구공원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역시도 모두 와서 사진까지 함께 찍었다. 그처럼 딸이 행복의 애드벌룬에 올라타 웃음을 남발할 때 나는 잠시 생각이 그 시절 고향역으로 이동했다.

그날 역시도 역전은 분주했다. 아무리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곤 하되 객지서 사는 자녀들에게 주고자 바리바리 짐을 등에 진 노부부는 부리부리 기운이 넘쳤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승객들의 무리에서 제발 울 엄마도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간절함은 여전한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그렇게 공염불이었고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 이만은 왜 못 오나!'의 반복이자 금세 사라지는 신기루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사무치던 모정에 대한 그리움과 라티푼디움(latifundium)的인 무수한 욕망은 언제부턴가 허우룩의 빈집으로 바뀌었다.

현실을 인정하자 비로소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로부터 비록 작위적이나마 흰여울의 성정으로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고 맘을 다잡았다. 이후 아들과 딸을 보자 슬픔과 아픔은 해지개(해가 서쪽 지평선이나 산너머로 넘어가는 곳)로 꼴깍 넘어갔다.

오랜 기간 가슴을 멍들게 했던 트라우마까지 이별의 종착역에 닿게 해주었다. 누군가 이르길 대학 재학 기간은 자신의 향후 계급을 저울질하는 시기라고 했다. 곧 해가 바뀐다. 신년은 자신의 앞날을 다시금 저울질하는 기간이다.

새해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에도 초만영어(草滿囹圄), 즉 나라의 정치와 경제까지 잘 이루어져서 감옥에 죄수가 없는 것처럼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찰진 국가와 가정이 되길 소망한다.

반목질시(反目嫉視)가 사라지고 사랑과 배려라는 '종착역'이 그 자리를 채운다면 까치놀처럼 반짝이는 삽상의 시원함은 상상만으로도 족히 너분너분의 잉박선이 되고도 남을 것이리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홍경석-인물-210
홍키호테-210


**[가요는 삶의 축]을 마치며



안녕하십니까?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경비원스럽게 어둠과 적막이 점령한 회사의 1층 안내데스크를 야근으로 사수하며 이 글을 씁니다. 먼저, 그동안 집필했던 본 [가요는 삶의 축] 320화 '이별의 종착역'을 탈고하며 나름 '대장정'이었던 이 칼럼의 연재를 마치고자 합니다.

성원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니 얼추 1년 가까이 달려온 마라톤이었네요. 많이 부족한 글이었고 때론 마치 블로그인 양 방향타를 잃은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랬음에도 스스로 면죄부를 줄 수 있었던 건, 그 어떤 것과 곳에도 종속되지 않았고 강요된 부채의식 역시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탈고'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탈고(脫稿)는 원고 쓰기를 마침입니다. 따라서 시원하네요. 또 하나는 탈고(脫苦), 즉 글을 쓰는 괴로움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입니다.

작가든 기자든 글을 쓰는 이들에겐 한결같은 고민이 있습니다. 그건 어제보다 오늘의 글이 더 멋지고, 기왕이면 감동을 주기까지 하는 글을 쓰자는 것입니다. 한데 그 과정이 실로 지난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죠.

또한 글을 쓰자면 사전을 반드시 확인하면서 중언부언과 아울러 겹치는 낱말과 표현은 없는지 역시도 눈이 빠져라 살펴야 합니다. 단락이 너무 길면 식상하므로 이 또한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죠.

재작년에 처음으로 저서를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들인 집필엔 석 달이 걸리더군요. 하지만 수정과 교정 등을 보는 건 그보다 두 배 정도 더 걸렸습니다. 그랬음에도 돌아서면 어느새 잡초처럼 불쑥 솟아나 있는 오기(誤記)엔 정말이지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더군요.

책이란, 신문이란 그처럼 글자 하나조차도 실로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은 책(종이신문)을 안 봐도 너무 안 보는 경향이지 싶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에 포로가 되어 속박돼 있는 모습을 보자면 안타깝기 그지없더군요. 어쨌거나 [가요는 삶의 축]의 집필기간 중에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랑하는 아들이 참한 며느릿감과 집에 온 '낭보'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자타공인의 효자인 아들처럼 부창부수인 양 며느리 역시 효녀 심청의 반의 반만 닮아도 좋겠습니다. 딸과 사위의 불변한 부부애 역시 우리 부부를 웃음 짓게 하는 빛나는 보석입니다.

다음으론 다양한 언론과 기관 등지에의 기고와 집필, 그리고 의미가 남다른 모 문학상의 수상입니다. 제가 칼럼에서도 누차 강조했듯 가족 간의 도타운 사랑이 오늘날의 저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입니다.

그 사랑이 없었다면 저는 일개 무지렁이로 존재감조차 상실한 채 더욱 확실하게 표류하면서 늙기만 했을 겁니다. 그동안 이 글을 써 오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항상 부족한 저에게 용기와 함께 이 글의 연재를 허락해주신 중도일보사 관계자님들께 거듭 심심한 감사말씀 올립니다.

새로이 시작하는 소생의 연재 칼럼에도 배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고통과 슬픔, 아픔과 절망 따위 모두를 각자의 무술(武術)로 타개하시며 더 좋은 행운 가득의 2018년 무술년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천안법원, 안전난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와 회사 각 벌금 100만원
  4.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5. 장기수 천안시장 예비후보, 'NOVA 엘리트 아카데미' 강연··· 지역 현안 놓고 대담 진행
  1. 이종담 천안시의원, 불당LH천년나무7단지 아파트 명칭 변경 간담회
  2. 천안법원, 음주 전동킥보드·과속 화물차 운전자 각 유죄
  3. 한기대 '다담 EMBA 최고경영자과정' 41기 출범
  4.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5.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