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시간 안자고 일했죠"…生死 걸린 드라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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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시간 안자고 일했죠"…生死 걸린 드라마 현장

  • 승인 2018-0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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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일주일 동안 드라마 촬영을 하면 잠을 숙소에 들어가서 자는 게 아니라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자요. 숙소는 그냥 옷 갈아입거나 씻고 나올 때 쓰는 공간이죠.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배달 김밥 한 줄 먹고 그렇게 일을 하는 거예요. 저는 63시간 정도 안 자고 일한 적도 있어요.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놀라운 게 아니에요." (촬영팀 스태프 A 씨)

사전 제작도, 사후 제작도 예외는 없다. 최근 대규모 드라마 촬영 도중 연달아 사상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작 스태프들이 겪는 열악한 노동 현실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A 씨의 이야기처럼 방송 및 영화 제작 스태프들이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는 세트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추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부상을 입었고, 평소 건강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미술 스태프는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상 사고의 이유를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현장과 주 평균 116.8시간에 달하는 장기 노동으로 지목하고 있다.

'킹덤' 제작사 측에서는 사망한 스태프가 촬영 전 이틀을 쉬었기 때문에 과로사가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이전부터 수면 보장이 어려운 장기적인 노동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해당 스태프가 속해 있던 미술팀의 경우, 촬영 준비 업무가 많아 그 강도가 다른 팀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고용노동부는 1주 평균 60시간 이상 업무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지속해서 가질 경우,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고시하고 있다.

'킹덤' 사고를 두고 '장시간 노동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라고 비판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측 관계자는 "'킹덤' 사망 스태프는 우리 노조 소속이었고, 드라마라고 하지만 제작사부터 스태프들까지 100% 영화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면서 "촬영할 때만 노동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철수하는 모든 시간이 결국 시간 외 근로다. 미술팀이면 다른팀보다 준비나 정리 시간이 배로 많이 걸린다. 하루에 4시간도 잠을 못 잔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킹덤'은 100억 원 가량이 투입된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보니 다른 제작 현장보다는 촬영 일정이 여유로웠지만 소위 '생방송'이라고 불리며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 현장은 수면, 식사 등 기본적 권리를 아예 보장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드라마 사전 제작이 활발해졌다고 해도 일부일 뿐, 대다수 드라마들은 일주일 내에 2시간 분량 영상물을 작업해야 되니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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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이 관계자는 "영상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이렇게 일한다고 해서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스태프 100명에게 조사한 결과 단 한 사람도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하지 못했다"며 "12시간 일하면 12시간 휴식을 보장해달라고 하는 이유는 돈은 차치하고, 사람답게 일하길 원해서다. 우리에게는 지금 잠이라도 잘 수 있는 현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스태프들을 고용하는 제작사에 대해서는 "이런 환경을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없으니 결국 제작사 재량대로 환경이 조성된다. 돈이 없으면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듯이 우리는 정해진 예산 안에 쓰이는 일회용품에 불과하다. 공장을 그렇게 돌리려면 교대근무라도 해야되는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화유기'와 같은 사고는 촬영 현장 내에서 비일비재하다. 45m 높이의 롤러코스터 위에 올라가 카메라를 잡아도 안전장치 하나 없는가 하면, 세트를 제작하거나 조명을 담당하는 팀은 더 추락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3m 이상 높이에서 작업할 경우, 무조건 안전모와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갖춘 현장이 없는 탓이다. 한 조명 감독은 세트장에서 추락해 의식없이 병원에 실려갔지만 천만다행으로 깨어나 작업을 마무리한 사례도 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 살아난 것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방송 및 영화 제작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제작 스태프들은 대다수 계약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노동자 인권 보장 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고용노동부에서 보호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그렇게 격무에 시달리니 사고 노출 위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노동 정책에 따른 제도적 보완장치가 절실하다. 표준근로계약서가 있어도 관리·감독하는 이들이 없고,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노동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 자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주기적으로 실태 점검을 하지 않은 것 또한 문제 이유라고 본다. 특수직업에 따른 전담 부서나 직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대안책을 제시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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