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최악의 폭염·태풍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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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최악의 폭염·태풍 다음은?

  • 승인 2018-08-24 06:0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폭염 2
그림=우난순 기자
아틸라는 서구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훈족의 아틸라'는 일테면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라는 의미였다. 5세기 유럽은 동쪽에서 쳐들어온 훈족의 아틸라에게 철저히 짓밟혀 쑥대밭이 돼 버렸던 것이다. 피해자인 유럽의 시각에서 저술된 역사에서 아틸라는 잔혹한 파괴자였다. 어찌나 거칠고 포악했던지 당시의 유럽인은 아틸라의 악명을 '신의 심판'이라고 명명했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훈족의 유럽 침략은 가뭄 때문이었다고 한다. 몽골계 훈족은 중앙아시아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런데 가뭄이 들어 풀이 말라버린 목초지는 쓸모없는 황무지로 변했다. 양을 치며 살았던 그들은 기근에 시달렸다. 민심이 흉흉해지는 건 당연지사. 돌파구가 필요했다. 『문명의 충돌』의 새뮤얼 헌팅턴도 이를 근거로 봤다. "아시아 유목민들이 살던 중앙아시아의 목초지가 말라 버린 것이 야만인 부족들을 서쪽의 유럽으로 이동시켜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가져왔다."



거시사적으로 보면 지구의 역사는 기후변화의 역사인 셈이다. 동·식물의 역사,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 듯, 기후는 그만큼 변화무쌍했다는 얘기다. 공룡이 절멸한 것은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알고보면 가뭄 때문에 쇠퇴했다고 한다. 마야문명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사건은 오래도록 미스터리였다. 여러 가지 설이 분분했으나 이 역시 가뭄이 원인이었다.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는 덥고 습한 열대 우림지역이다. 이 곳 역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 우물이 마르기 시작했다. 주식이었던 옥수수가 영글 턱이 없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가뭄은 찬란했던 마야문명을 뒤흔들었다. 배를 굶주리던 부족 간의 격렬한 전쟁으로 결국 그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사서엔 갑작스런 가뭄과 냉해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17세기 조선은 대기근에 시달렸다. 현종에 이어 숙종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냉해와 가뭄, 수해로 농사를 망쳐 온 나라가 기아에 허덕였다.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했고 심지어 인육까지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숙종 때는 정쟁이 극심한 시기였지만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에 당파를 초월해 의견을 합심했다. 민생 안정이 발등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은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미국과 유럽은 화재로 초토화될 지경이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산불로 급기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는 극과 극의 '미친 날씨' 앞에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이상 기후를 부채질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삶의 방식도 바꿔버렸다.

지난 겨울은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온난화로 북반구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한 찬 기온이 남하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겨울 내내 극심한 추위로 거리는 두툼한 패딩점퍼가 물결을 이뤘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선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다. 스타킹에 하이힐은 엄두도 못 내고 어그부츠로 한겨울을 났다. 등산과 심지어 동네 공원에서 하는 걷기운동도 접고 말았다. 집과 회사만 간신히 왔다갔다 하다보니 안 찌던 살마저 쪘다.

올 여름은 어땠나. 거의 한달 동안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땅덩어리가 지글지글 끓었다. 난 여태까지 에어컨 없이 여름을 잘 지냈다. 선풍기도 골방에 처박아두고 여름이 와도 꺼낼 일이 없었다. 이번 여름 열대야에 시달리면서 당장 내년에 에어컨 살 계획을 세웠다. 평소보다 출근을 빨리하는 웃지못할 일도 생겼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회사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휴가는 고사하고 연차도 안 가고 꼬박꼬박 회사가는 일에 목을 맸다. 본의아니게 폭염이 날 근면성실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파와 폭우, 가뭄,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말할 것 없이 여기에도 경제논리가 적용된다. 빈부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겨울도 여름도 다 살기 힘들다. 바람도 안 통하는 굴 속 같은 쪽방에서 노인이나 장애인의 삶은 어떨까. 공사장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더위를 피할 그늘막은 존재할까. 강대국이라고 나을 것 없다.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500명이 죽고 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참사를 불렀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태풍 '솔릭'이 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남길 지 걱정이 앞선다. '루사'와 '매미', '곤파스'의 악몽이 떠올라 몸서리쳐진다. 최악의 태풍, 최악의 폭염, 최악의 한파…. 지금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신기록이 해마다 경신되는 환경에 살고 있다. 답은 어디에 있을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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