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가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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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가을의 단상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18-10-09 08:25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서장원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관측 시작 이래 일 최고기온 극값 1위를 갈아치웠다, 비공식 기록으로는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였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무더위와 열대야가 어느새 사그라지고 요즘 아침·저녁으로는 꽤 쌀쌀하기까지 하다. 대전·세종·충남지역 역시 8월에만 역대 일 최고기온을 매일 갈아치워 가며 그 위세가 대단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을날의 시원한 바람이 참으로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시릴 정도로 사람을 깊은 사색의 오솔길로 우리를 이끄는 느낌도 든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도 불리는 가을, 가을이 되면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르다고 이야기한다. 청명하고 낭만적일 것만 같은 가을 하늘에 담겨있는 속사정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 어느 가을날, 미국의 여류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 여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의 가을 하늘을 네모, 다섯 모로 접어 편지에 넣어 보내고 싶다." 라고. 또 우리가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부르던 애국가 3절에 가사를 보면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라는 부분에서 왜 하필 가을 하늘일까? 라는 궁금증도 어릴 적 가져본 것 같다. 어느 날 갑작스레 올려다본 하늘이 온통 파란색 물감을 쏟아버린 듯 파랗게 물들어 버렸다면 다른 계절보다 더 파랗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먼저 하늘이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이는 원리를 알아보자면 바로 '빛의 산란' 때문이다. 빛의 산란이란 태양 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공기 중에 포함되어있는 산소, 수증기 등 미세한 입자에 부딪힌 후 다시 방출되는 과정을 말한다. 태양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켰을 때 우리 눈이 인식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색과 파장은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색깔의 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 중 빨간 색깔을 파장이 길고 파란 색깔은 파장이 짧은데 햇빛이 지구에 들어오게 되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 남색, 보라색이 공기 입자와 충돌하여 사방으로 퍼지게 되고 빨간색의 긴 파장은 공기입자와 충돌하는 비율이 낮아 공기 입자와 부딪히지 않고 멀리까지 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특히 '레일리 산란' 이라고 하는데 낮에는 태양과 지표면의 거리가 짧으므로 짧은 거리에서 우세하게 산란하는 청색광이 사방에서 우리 눈을 향해 들어오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붉은 노을도 이와 같은 이치인데 저녁때가 되면 태양과 지표면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기층을 통과하게 된다. 이때 산란이 잘되는 청색광은 다 튕겨 나가고 파장이 긴 적색광만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므로 저녁에 노을이 붉게 물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계절 중 가을 하늘이 유난히 더 진하고 뚜렷한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보통 9월 이후 늦장마나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대륙 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점차 우리나라로 다가오게 된다. 특히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 대기는 안정해지고 지상의 먼지는 높은 곳으로 잘 올라가지 못하게 되며 평상시 파랑색 파장은 작은 대기 입자와 충돌했을 때 가장 산란이 잘 일어나게 된다. 가을 하늘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서 수증기와 미세오염 물질이 적기 때문에 오롯이 파랑색만 산란을 일으켜서 하늘이 더 높고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에 비해 건조해지는 날씨 덕분에 가을에는 파란빛이 더 잘 산란하므로 가을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름에는 공기 중의 많은 물방울이 태양 빛을 흡수해서 빛의 산란을 방해하기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올여름의 강력했던 폭염 때문인지 뺨을 스치는 가을의 그 선선함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이번 가을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겨울에게 빨리 내어주고 싶지도 않다. 가을이 언제 오나 싶었는데 정작 가을 바람을 온 몸 구석구석 느끼지도 못한 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겨울이 와있는 배신감 아닌 배신감이 올해는 빨리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괜스레 외로움이 짙어지는 가을, 무료한 일상에 힘들지만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뜨거웠던 2018년 여름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선선한 이 가을을 여유롭게 마음껏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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