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디지털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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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디지털 성폭력

  • 승인 2018-10-24 08:5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몰카 2
구스타프 쿠르베의 그림을 최초로 기억하는 건 고등학교 미술책에서다. '돌을 깨는 사람들'은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나 인상주의 화풍과는 많이 달랐다. 하층민의 노동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린 이 그림은 르누아르나 들라크루아의 그림처럼 달달하지 않았다. 훗날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라는 그림도 알게 됐다. 충격적이었다. 포르노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여자의 벗은 몸을 그린 건데 보통의 누드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워있는 여성이 다리를 짝 벌리고 관객을 향해 음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림으로 사진처럼 정교했다. 철학적 사유가 요구되는 이 그림이 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됐을 때 관객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의 몸은 무엇을 의미하나. 왜 남성은 여성의 은밀한 몸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 집착할까. 여성은 남성에게 보여주기 위한 존재일까. 고등동물 가운데 성 본능이 가장 발달한 동물은 아마 인간일 것이다. 프로이트의 성 이론을 십분 이해한다 쳐도, 지금 남성들의 리비도는 문명 발전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성 도착자나 변태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불쾌하고 끔찍하고 역겨운 짓을 저지르는 데 일말의 양심이나 죄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타락의 징조인 것이다.



'타인의 몸을 불법으로 촬영하는 건 범죄에 해당합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화장실에 가면 문에 붙어있는 이 문구가 눈에 띈다. 언제부턴가 여자화장실은 여성들에게 공포의 공간이 됐다. 변기에 앉기 전에, 아랫도리를 내리고 일을 볼 때 주위를 둘러보는 건 습관이 됐다. 화장지 걸이에 혹시 몰카가 없을까, 벽에 구멍은 없는지 쉴새없이 두리번거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탈의실, 지하철도 께름칙하긴 마찬가지다. 어쩌다 여성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게 됐을까. 요즘 들어 문명의 발달이 과연 여성에게도 긍정적인지 의문이 든다. 문명의 이기가 흉기로 돌변해 여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세상이다.

마르크스의 계급론은 남녀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남녀평등을 논하는 진보된 사회에서 남성들은 아직도 여성 위에 군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데 그 수법이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소라넷'. 이름은 어여쁘지만 실체는 여성들에게 가공할 공포를 안겨준 집단. 소라넷은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로 몰카의 범죄성을 만천하에 알렸다. 거기에서 남성에게 여성은 단지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난도질하고, 씹고, 능욕하고, 잘근잘근 저며서 탐욕스럽게 먹는 도마 위의 살덩이 말이다. 여성을 나이, 직업 상관없이 그냥 창녀, 걸레로 취급하는 남성들이 100만 유저에 달했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몸서리쳐진다. 다행히 2016년 폐쇄됐지만 유사 사이트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헤어진 연인의 영상을 동의없이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는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장식한다. 초등 남학생은 엄마 몸을 몰래 찍어 올리는 걸 '놀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연예인의 몰카 동영상을 보고 싶어 안달하는 남성들은 도처에 널렸다. 도대체 남성들의 무시무시한 일탈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은 정신적, 인격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성장기 내면의 결핍과 경쟁 사회에서 비롯된 열등 의식. 기진맥진한 신경은 더욱 강한 자극과 더욱 짜릿한 쾌락을 통해 기력을 되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추하고 혐오스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어느덧 어린 여자 후배들에게 염려와 당부의 말을 하곤 한다. 요즘 무서운 세상이니까 남자 잘 만나라, 사이코같은 남자 많지 않으냐. 이런 말밖에 해줄 수 없어서 자괴감이 든다. 남성들아, 더 이상 여성을 당신들의 적으로 만들지 말라. <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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