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새벽길의 천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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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새벽길의 천사 할머니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18-11-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장하십니다."

새벽 운동 나가다가 쓰레기 줍는 할머니께 건넨 인사말이다. 오늘 새벽만이 아니라 매일 새벽 요맘때 시간에 단골손님으로 만나는 할머니이시다. 이 할머니 얘기를 들어보니 검정비닐봉투를 들고 거리의 휴지를 주운 지가 어언 15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이 분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를 제외하고는 전천후로 천사의 향을 풍기며 새벽길의 천사 노릇을 하고 계신 남기남 할머니이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대(오전 5시 40분 전후)에 천사할머니로 활동하시는 분이시다.

새벽길에서 자주 뵙는 할머니이시기에 갈마동 아파트 근처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이다. 롯데아파트 주변과 갈마아파트 주변이 깨끗한 환경 유지가 되는 것은 아마도 이 천사 할머니 덕분이리라.

이 남기남 천사 할머니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이 아닌 솔선의 행동으로 사셨으니 기림을 받아 마땅하리라.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으니 더더욱 훌륭한 분이 아니시겠는가!

타의에 의한 피동적 활동이 아닌 자율적 자발적인 미행(美行)이었으니 그 모습이 더더욱 아름답고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

정작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15년 이상의 선행을 한 분이니 기억해도 좋은 분이시리라.

표가 나지 않게, 눈에 띄지 않는 솔선수범의 행동이니 본보기로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늘그막의 천사 행동이니 열 번 스무 번의 칭찬인들 아까워할 수 있으랴!

이런 분을 일러 새벽길의 천사라 한들 무슨 잘못된 일이라 하겠는가!

할머니를 길에서 처음 뵈었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 시간에서부터인가 예사로 보이질 않았다. 의식하지 못하는 세월 속에 나에게 사람 보는 안목이 생겨서일까?

아니면, 세월이 위력이 나를 성숙의 길로 끌고 가서일까? 나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천사 할머니를 위해서 내가 할 무슨 일이 없을까 몇 날 며칠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고심 끝에 바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이 지역이 서구청 관할이니 서구청에 건의해서 장한 모범시민 표창을 받게 해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할머니 성함도, 어떤 인적 사항도 아는 것이 없어서 다음날 새벽길에 여쭈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대로 같은 시간대에 천사 할머니를 만났다. 먼저 할머니께 찬사(讚辭)로 인사말을 건넸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 드렸다. 어느 새 힘 안들이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이무로운 사이가 되었다. 사생활까지 얘기할 만한 다소곳한 분위기가 되었다. 자연스러운 질문으로 할머니의 존함을 알아냈다. 그제야 알아낸 것이 롯데 아파트 사시는 남기남 할머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서구청 홍보실로 전화를 걸었다. 내 신분을 밝히고 용건을 말했다. 나는 갈마동 사는 남상선이란 주민인데 매일 새벽 운동을 나갈 때마다 휴지를 줍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난다고 했다. 할머니가 휴지 줍는 일을 15년이 넘도록 하시는 미담사례를 얘기했다. 적당한 시기에 서구청에서 장한 모범시민표창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을 발굴 표창하는 일로 미담 사례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미담 사례 붐을 조성해서 보다 훈훈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리하여 미담 사례 주인공들이 많이 나와 표창도 많이 받고, 절로 살기 좋은 밝은 사회도 조성되어 금상첨화의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일을 서구청이 선도적 입장에서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세월은 그럭저럭 몇 달이 또 흘렀다. 서구청에 건의했던 부탁 건이 자초지종 어떻게 됐는지 머릿속에 둥지를 튼 궁금증으로 떠나질 않았다.

마침 남기남 천사할머니를 새벽길에서 만났다. 그 동안 서구청서 무슨 연락이 없었느냐고 여쭤 보았다. 무슨 얘기냐고 반문을 하셨다. 순간 몇 달 전에 통화를 했던 서구청 직원에 대한 불신감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 지나서 서구청으로 다시 확인 전화를 했다.

서구청 담당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표창할 시기가 적절치 않아 표창을 못했다며 많이 미안해했다. 한 달쯤 지난 후 길에서 만난 천사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서구청에서 주는 표창장을 덕분에 받았다고 좋아하셨다. 내 마음은 표창을 받은 천사할머니보다 몇십 배 더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덕분에 온 종일 흐뭇하게 지낸 하루였다.

새벽길에서 천사할머니를 만나 뵐 때마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단어가 떠오르곤 했다. 삼(대마초)처럼 사시는 남기남 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와 세상이 온통 삼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모든 쑥이 삼을 닮은 삼밭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방방곡곡 골목마다 골짜기마다 살고 있는 하니, 종순이, 보니, 철수가 생각났다. 이들 모두가 남기남 천사할머니에 교화되어 삼대를 닮은 쑥으로 살아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천사가 따로 없는 할머니 삼밭세상이었으면 우리 모두 얼마나 좋을까?

한라에서 백두까지 새벽길 천사 할머니의 마음으로 하나 되어 그 향기가 만기시효를 모르고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새벽길의 천사 할머니!

세상이 삭막하다지만 천사할머니의 맥은 아직도 뛰고 있어 세상은 살 만하여라.

저밖에 모르는 거칠고 험한 세상이지만 마중지봉(麻中之蓬)의 위력은 헛되지 않으리라.

남기남 천사할머니의 마음이 우후죽순(雨後竹筍)이 되어 나타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죽순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온통 할머니 마음으로 뒤덮혔으면 좋겠다.

※ 마중지봉(麻中之蓬) : 삼(대마초)밭 속의 쑥이라는 뜻으로, 키가 크고 곧은 삼밭 속에서 자란 쑥은 삼(대마초)을 닮아 키가 크고 곧게 자라게 된다는 뜻. 좋은(선한) 사람과 사귀면 그 감화를 받아 자연히 선해짐(좋게 동화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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