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아베와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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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아베와 황교안

  • 승인 2019-02-06 13:29
  • 신문게재 2019-02-07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아베
"나는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학 시절 자신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의 외할아버지다. 아베는 정계에 발을 들인 후에도 각종 인터뷰나 저서에서 기시에 대해 언급했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기시 노부스케는 일본 패망 후 A급 전범 용의자로 투옥됐던 인물이다. 기시는 2차 대전 때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이었다. 그는 전범이었지만 기소를 면하고 정계에 복귀해 총리 자리도 꿰차는 등 일본 정치사에 족적을 남겼다. 알고보면 아베는 일본 최강의 정치가문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정치인이었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외무상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할아버지 아베 간은 반골기질로 반전주의자였다. 아베는 아베 간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의 성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기시가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박정희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소설 『태백산맥』은 해방 후부터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질곡의 한국 역사를 풀어낸다. 『태백산맥』은 전후 반성없는 일본처럼 한국도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 보여준다. 사실 그렇게 된 원인은 미 군정과 하수인 이승만의 야합 때문이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반도를 두고 동서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과 대치중인 미국에겐 반공주의자 이승만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친일파 척결을 주장하는 김구, 여운형과 라이벌인 이승만은 미 군정을 등에 업고 친일파를 십분 활용해 대통령이 됐다. 미 군정과 이승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들 덕분에 일제 강점기 판·검사와 고등계 경찰, 지주들 그리고 그 밑에서 기생한 떨거지들은 해방 후 기득권층이 돼 떵떵거렸다. 일제에 부역했던 그들이 일본의 DNA를 물려받아 한국 정치·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기시 노부스케의 총애를 받은 박정희는 타고난 기회주의자였다. 뛰어난 생존력은 일제, 좌와 우를 갈아타며 위기를 모면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박정희는 일제 하 만주군 하급장교가 되어 출세를 꿈꾸다 해방 후 남로당 비밀 군사책으로 암약했다. 상황이 바뀌자 남로당 정보를 군에 제공하는 대가로 목숨을 건졌다. 6.25 전쟁 후엔 만주군의 인맥을 이용해 군에 복귀해 별까지 단 처세의 달인이었다. 박정희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일제의 그늘 아래서 조국을 다스렸다. 기시 노부스케 뿐만이 아니었다. 만주 군관학교 시절 인연을 맺었던 장교 출신 세지마 류조로부터도 아낌없는 조언을 받았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체제를 연장한 셈이다. 일제에 대한 향수는 그의 사생활에서도 드러난다. 청와대 안에서 일본제국군 장교 승마복을 입거나 일본군 출신 부하와 술에 취해 밤새도록 일본 군가를 불렀다고 한다.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이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2022년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정치행보다. 황교안은 "지금 대한민국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지금 한국당에 뚜렷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 황교안의 등장은 보수진영에 바람을 불어넣는 양상이다. 과연 그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황교안은 김기춘을 능가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정희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박근혜 아래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거쳤다. 박근혜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도 유명했다. 원세훈의 구속영장 청구를 막았고 채동욱도 찍어냈다. '통진당 강제해산의 주역'은 그에겐 큰 자랑거리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며 장기집권을 노리는 아베. 군국주의를 향해 치닫는 아베와 유신시대의 마인드로 중무장한 황교안이 겹쳐보이는 건 과장일까. <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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