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년의 날, 우리 모두의 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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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성년의 날, 우리 모두의 축제로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5-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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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인 2014년 5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열린 전통 성년례 행사에서 계례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관례와 계례는 성인식의 전통적인 형태로서 남자는 상투를 틀어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는 의식이다. 관례와 계례를 마치면 정식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받는다./연합DB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올해 46회째다. 1973년 제정 당시는 4월 20일이었다. 1975년 5월 6일로 바꾸었다가 1984년 현재와 같이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것 같다. 따라서 당사자들조차 별 관심이 없다. 서적을 뒤적이다 보면 과거에도 있었다. 고려 광종(光宗, 925 ~ 975, 고려 4대 왕 949 ~ 975년 재위) 때인 965년 세자 유에게 원복元服을 입혔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다. 조선시대 중류 이상 가정에서는 보편화 되었다 한다. 우리 자신을 빼앗겼던 치욕의 시절 전후로 단절되었다가 1973년부터 다시 시행했는데 유명무실해졌다. 1999년 문화관광부에서 전통 예법을 모으고 변형하여 새롭게 시행했다. 어른의 축사를 듣고, 술 마시고, 성인이 됨을 선언하는 선언문 낭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또한 별 호응을 얻지 못한 듯하다.

성년이 되면 각종 제한이 없어진다. 먼저 생각나는 것이 흡연, 음주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공법상 선거권 취득, 기타 성인에게만 가능하던 자격 취득을 할 수 있다. 사법상 완전한 행위능력자가 되는 것이다. 친권자 동의 없이 혼인할 수 있고, 양자도 할 수 있다. 권한과 의무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뜻깊은 날인가?

이날 모범 성년에 대한 표창, 간단한 다과회, 선배들의 기념사와 훈화 등이 개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 성년례는 성균관(成均館)에서 전통격식으로 행해왔다. 남자의 경우 '관례(冠禮)'를, 여자의 경우 '계례'를 행한다. 몇몇 곳에서 전통 성년례를 행하고 있기도 하다. 대전 동구문화원에서는 2004년부터 매년 우암사적공원 이직당 앞에서 전통 성년례를 거행하였다. 대전대학에서 행한 경우도 있다. 올해가 16회다. 올해는 동구청 앞마당에서 갖는다고 한다. 나름 볼거리도 많다. 많은 지역민이 오셔서 함께 즐기고, 음미하면 좋을듯하다.

얼마 전부터 선거관리 위원회도 함께하고 있다. 성년이 되면서 눈에 뜨이는 변화 중 하나가 선거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선거권자 나이 문제로 정당끼리 다툰다. 선거는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러면서 성년으로 인정하는 모든 제도와 상호 관련이 있다. 교육제도와도 관련이 된다. 선거 연령을 낮추려면 고등학생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삼학년만 선거권이 부여된다면, 선거와 관계없는 저학년도 삼학년으로 인하여, 거의 매년 치러지는 선거에 휘둘려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교육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민법에 부모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를 정하고 있다. 이도 마찬가지다. 예외야 언제고 있는 일이지만 실제 자립할 여건이 마련된 다음에 결혼한다. 성인문화를 즐기는 나이의 결정도 애매하다. 성인문화를 규제하는 것은 분별력이나 자제력, 통제력을 스스로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논어 위정편에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도에 거스르는 일이 없다(從心所欲不踰矩) 한 나이가 70이다. 그것마저, 아마 현자에 해당하는 말 아닐까? 주위를 살펴보자. 살아보지 않아 모르긴 해도, 죽을 때가 되어야 철든다는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 보면 우리 모두 성인이 아니다. 각설하고, 성인에 대한 기준이 통일되어있지 못하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다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를 배우는 의미 중 하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잘된 일은 본받아 배우고, 잘못된 일은 고쳐서 배우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래 창조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아는 만큼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문화를 삶의 총체로 볼 때 새로운 문화는 저절로 형성된다. 때로는 의도한 것이 문화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 기저에 깔려있는 감성을 밖으로 이끌어 내거나, 공감을 얻어 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인위적 문화창조는 집단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는 누가 강제하지 않았다. 국적 불명이다, 장삿속이다 비난하지만,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주고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지만, 사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마냥 즐겁다. 마음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문화로 자리 잡는 것처럼 보이자,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라 한다거나, 치약치솔데이, 허브데이, 짜장면데이, 오이데이, 꽈배기데이, 젓가락데이, 숟가락데이 등 무수한 날들이 탄생했다.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중에는 참으로 의미 있는 날도 있다. 모두 문화로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이러한 날들을 지정하는 것이 문화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면서 자식에게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 본 일이 있는가? 성년의 날, 부모가 자식을 불러 인생 계획을 들으며, 함께 술을 나누어보자. 멋진 인생을 위한 응원도 해보자. 술집은 이날 성년이 되는 사람에게 일정량까지 공짜로 술을 주면 어떨까? 조금, 과격하지만 성년이 되면 출입 가능한 모든 곳을 무료 체험으로 개방하면 어떨까?

자유로운 의사결정, 성인이 되면서 갖는 자신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시작으로 국가와 인류사회에 대한 역할과 권한, 의무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모두가 격려하고 빛내 주어야 할 소중한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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