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103. 다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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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103. 다방 이야기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0-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최근 고향 초등학교에서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마침맞게 우리 13회 졸업생들의 환갑과 맞물린 까닭에 모교가 예년보다 더 살가웠다.

코흘리개 여덟 살이 되어 입학했을 때는 운동장이 마치 바다처럼 넓어보였다. 하지만 그날 다시 본 운동장은 동문들이 족구를 하는 데도 부족해 보였다. 행사를 마친 뒤 2차론 별도의 장소에서 음주가무까지 실천(?)한 뒤 천안을 출발했다.

친구의 승용차가 천안역을 지날 즈음, 과거 그 주변에 즐비했던 다방들이 기억을 뚫고 소낙비로 쏟아졌다. 지금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게 대세다.

그러나 과거엔 다방(茶房)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사전적 의미로 '다방'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 수 있도록 꾸며 놓고, 차나 음료 따위를 판매하는 곳이다. '찻집'이란 얘기다.

사외보 독립기념관 10월호에 [일제강점기 서울의 다방]이 실려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1902년에 문을 연 손탁호텔 안의 다방이 우리나라 다방의 효시라고 했다.

이어 1923년 명동에 있던 일본인 소유의 '후타미 다방', 1927년에 문을 연 종로의 '카카듀 다방', 1929년엔 종로2가 '멕시코 다방'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1933년에는 시인 이상이 기생 금홍과 문을 연 '제비'라는 다방도 유명했는데 경영난으로 2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전한다. 아무튼 다방과 연관된 일화는 적지 않다.

그중 두 가지만 호출한다. 고난의 소년가장 시절, 역전 근방의 다방은 나와 같은 구두닦이로선 가장 합당한 밥벌이 무대였다.

역전이라곤 하되 예쁘고 젊은 레지([일본어] reji에서 파생된 말이며, 다방 따위에서 손님을 접대하며 차를 나르는 여자) 아가씨에게 홀딱 빠진 아저씨들의 단골집이었기 때문이다. 여우처럼 교활한 마담 아줌마는 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자 혈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미스 김~ 일루 와 서 앉아라. 박 사장님이 너한테도 쌍화차 사주시겠단다." "내가 언제?" "남자가 쩨쩨하게." "아, 알았어! 얼마든지 마시라고."

천안역에서 떠나는 경부선과 장항선 열차의 탑승과 하차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로지 시간이나 죽이려는 소위 한량들은 구두도 멋있었다.

"아저씨,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번쩍번쩍 광나게 구두 잘 닦아드릴 게 얼른 벗으세유." "그럴까 그럼." 세월은 훌쩍 지나 아내와 연애하던 즈음이다. 그 즈음, 하루는 아내가 나를 보려고 내 직장이 있던 O읍까지 왔다.

하지만 그날따라 일이 많았던 터였기에 나는 "곧 갈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그 다방서 꼭 기다려!"라는 말만 연발하면서 발을 굴러야 했다. 그녀(아내)가 기다리고 있던 다방에 들어선 건, 자그마치 다섯 시간도 더 지난 저녁 무렵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뿔이 잔뜩 난 아내는 투덜거리면서 셈을 치렀다. 한데 가만 보니 커피 한 잔 값이 아니었다. "커피를 대체 몇 잔이나 마신 겨?"

"다방 마담과 레지 아가씨들의 눈총이 여간해야 말이지,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석 잔이나 마셨다고 했다. 커피를 그렇게나 마셔댔으니 저녁식사가 맛있을 리 없었다.

8월 30일자 조선일보에 [당신이 1년간 마시는 커피 '353잔']이라는 뉴스가 올라왔다.

=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두 배 가까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작년에 7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엔 9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현대경제연구원)으로 보인다. 커피 소비량은 인구 대비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작년 15만t의 원두를 소비해 세계에서 여섯째로 큰 커피 소비국으로 꼽혔다.(중략)

인구 대비 고급 커피 매장 수도 미국·중국·일본보다 많다. 고급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국내 수요가 최근 급증하면서, 스타벅스 리저브 바·블루보틀·커피앳웍스 같은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는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고급 매장(리저브 바)을 많이 개설했는데, 그 수가 인구 1000만명당 9.8개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숫자다.(후략)" =

두주불사(斗酒不辭)를 자랑했던 친구들이 이제 2차는커녕 찻집으로 가자고 성화다. 술 대신 '다방'을 찾는 것이다. 새삼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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