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106. '월간 샘터' 폐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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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106. '월간 샘터' 폐간 막아야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0-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0월 21일자 조선일보 [창간 50주년 앞두고… '월간 샘터' 12월호로 사실상 폐간]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필자는 샘터 덕분에 작가와 기자까지 된 때문이다.

매달 샘터를 사보면서(이후론 정기구독) 독자들의 글을 신기롭게 보다가 용기를 내어 투고했다. 이어 다음 달에 필자의 글이 실리는 걸 보면서 더욱 패기까지 용솟음쳤다.



기사의 내용처럼 '월간 샘터'는 자타공인, 명불허전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잡지이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말미암아 올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休刊)에 들어간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도 눅진하다.

더욱이 내년이면 창간 50주년을 맞는 실로 뜻 깊은 해에 파선(破船)하는 모양새여서 더 가슴이 아팠다. 뉴스를 잠시 더 인용한다.



= "월간 '샘터'는 1970년 4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며 창간했다. 김 발행인 부친인 김재순(1923~2016) 전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이었던 1965년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준비를 맡았던 것이 동기가 돼 창간했다.(중략)

창간 당시 가격은 100원. "담배 한 갑보다 싸야 한다"는 것이 권당 3500원인 현재까지 가격 책정의 원칙이 됐다. 올 11월호가 통권 597호. 그간 명사(名士)부터 촌부(村婦)까지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샘물처럼 차고 넘쳤다.

글 쓰는 일이 업인 이들에겐 원고를 청탁하고, 이름은 알려졌는데 글을 안 쓰는 이들은 인터뷰하고, 글도 쓸 줄 모르고 이름도 없는 이들은 직접 찾아가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땀과 눈물이 밴 삶의 현장과 깨달음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이 감동에 목말라 있던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때 매달 독자 투고만 300~400여 통이 들어왔다. 당대의 글쟁이들이 필봉(筆鋒)을 휘두른 무대이기도 했다.

시인이자 수필가 피천득,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이해인 수녀, 동화작가 정채봉, 장영희 교수 등 쟁쟁한 '스타 필자'들이 '샘터'의 상징이 됐다. 법정의 '산방한담'과 이해인의 '꽃삽', 최인호 연재소설 '가족'이 특히 사랑받았다.

장욱진, 천경자, 이종상 등 유명 화가들이 그린 표지 그림과 삽화로도 유명하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도 '샘터' 기자 출신이다.

월간 '샘터'의 휴간 소식을 출판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역사가 깊고 많은 사람을 위로해온 '샘터'가 발간을 멈춘다니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모바일 시대에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광영 한국잡지협회장은 "스마트폰 유행 등으로 종이 잡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광고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 오래된 잡지들이 무기한 휴간 내지는 폐간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 '샘터'의 경우 1970년대 중반엔 광고가 없어도 50만 부까지 발행했는데 최근엔 월 2만 부를 채 팔지 못하고 있다. 월간 '샘터'는 휴간하지만 단행본은 계속해서 출간한다.

김성구 발행인은 "그간 잡지 적자를 단행본 수익으로 메워 왔다. 300만 부 팔린 'TV동화 행복한 세상' 순수익이 20억 원이 넘은 덕에 6년 정도를 버틸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단행본 시장도 나빠지면서 매년 매출이 전년의 절반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월간 '샘터'가 지향하는 가치를 누군가라도 이어서 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무리 처지가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보다 더 처지가 안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자'는 가치를 지속시키고 잘 끌어갈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도움을 받거나 '샘터'를 넘길 뜻이 있다"고 밝혔다." =

김성구 '샘터' 발행인의 "90년대 후반부터 매년 3억 원씩 적자를 봐 왔다. 자칫하다간 직원들 퇴직금도 못 주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는 이실직고의 이면에는 작금 책을 안 봐도 너무 안 보는 독자들의 책 외면 현상까지를 덩달아 고찰할 수 있어 괜스런 죄책감까지 들었다.

위에서 뉴스 인용 중, '이름도 없는 이들은 직접 찾아가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래서 말인데 필자는 2016년 여름의 '월간 샘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 - '경비원 작가'의 글쓰기 예찬]이란 인터뷰 전문이 소개된 바 있다.

여유가 있는 기업 내지 문화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분이 작가의 산실에 다름 아닌 샘터를 인수하여 앞으로도 계속 발간되길 희망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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