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소제동 철도관사촌 보존 위한 실측과 지역학 연구 필요

[대전기록프로젝트] 소제동 철도관사촌 보존 위한 실측과 지역학 연구 필요

소제동 민간에 불화되면서 기록 골든타임 놓쳐
정동과 소제동 중심 철도종사자 2000명 거주해
관사촌 실측으로 보존과 역사적 가치 판단 필요
소제동 자료발굴과 지역학에 대한 관심 높아져야

  • 승인 2020-06-07 16:14
  • 신문게재 2020-06-08 5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소제동 관사촌
1999년 발행된 한국철도청 '사진으로 본 한국철도 100년' 중 1938년 대전 철도관사 단지 모습이다.
⑥소제동 철도관사촌의 기억과 기록

소제동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된 건 카페와 맛집으로 변한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소제동의 긴 역사를 봤을 때 상업화된 동네의 모습은 철도관사촌이라는 역사를 추적해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다수의 사람에게는 그저 씁쓸한 변주(變奏)에 불과하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곧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살았고, 어떤 형태로 지어졌고, 왜 기록과 보존 논의 없이 철거됐는지를 공식적인 연구와 분석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수많은 의문을 남겨둔 채 사라질 게 분명하다.

소제동과 관련된 기록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50여 년 소제동에 사는 주민들이 있지만, 철도관사촌에 대한 기억을 기록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극히 일부지만 소제동에 대한 기억과 기록은 몇몇 책자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019년 한국철도협회가 발행한 '신한국철도사', 이영남·정재정 교수가 쓴 '일제하 서울의 대단위 철도관사단지의 조성과 소멸'에 대한 논문, 2013년 대전시가 발행한 '소제동(근대 이행기, 대전의 역사와 경관)'이 대표적이다.

철도관사촌은 서울을 비롯해 20개 도시에 있었는데 대전은 정동과 소제동에 관사촌이 밀집해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대전 동구 주변 철도관사촌에는 2000명 이상의 철도종사원과 가족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소제
대전철도관사단지지도 1928 일제하 서울의 대단위 철도관사단지의 조성과 소멸 논문에 담긴 대전 철도관사단지 지도. 당시 관사촌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이영남·정재정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922년 22만132㎡였던 관사촌은 17년 만인 1938년 2배 증가한 42만953㎡로 증가할 정도였다고 하니 대전도 마찬가지로 급증한 시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재를 차례대로 담아낸 '소제동(대표 집필 대전근대아카이브즈포럼 고윤수·이희준)' 책자에는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소제동 관사촌을 실측한 귀중한 자료가 담겼다. 실측을 통해 소제동 299-110번지 주택은 1939년 지어졌고, 대지면적과 건축면적이 각각 288㎡, 59㎡로 7등급 관사에 해당함을 밝혀냈다. 철도관사는 직급에 따라 다른 규모로 지어졌는데 7등급 관사는 '판임관', '고원'이라는 직급이 살았다.

저자 이희준 교수는 "대전의 경우 1940년 7월에 철도사무소가 조직됐기 때문에 4등급 철도관사도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남아있는 철도관사는 6~8등급 관사만 확인된다"고 했다.

타 지역에 비해 극히 일부 남은 철도관사촌이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관 주도로 관사촌을 실측하고 기록과 보존의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방 이후 전국의 철도관사촌은 미군 귀속과정을 거쳐 정부수립 후 국유재산이 됐는데, 일반 공무원의 관사제도가 폐지되면서 차츰 민간 불하(매각) 과정을 밟았다. 대전에서도 민간에 불하되면서 소제동은 사실상 기록의 타이밍을 놓치게 된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1910년 경부선 대전역 주변(사진으로보는철도100년)
1910년 경부선 대전역 주변(사진으로보는철도100년)
신한국철도사를 총괄 집필한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철도는 중앙 위주기 때문에 소제동 철도관사촌과 지역의 철도사는 자료가 없다. 소제동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고 어려운 이유"라며 "관사촌에 대한 자료가 많이 발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소제동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자료 발굴과 지역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여종 문화유산 울림 대표는 "소제동과 관련해 어떤 자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관사 운영과 관련된 기록물, 1호부터 시작해 초창기 누가 살았는지, 불하 됐을 때 누구에게 매매 됐는가에 대한 기록들이 필요하다. 일제 당시 자료기 때문에 꼼꼼하게 기록된 자료가 관이나 관계 기관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용상 교수는 "근대 속 역사를 발굴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 내는 것은 대전학과 지역학이 뿌리가 되어야 한다"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평당 1900만 원대' 세종 스마트시티 2100세대 분양 초읽기
  2. 정부·민주당, 행정수도특별법·행복도시특별법 최우선 처리 약속
  3.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총사업비 5716억원 확정… 사업 추진 속도 내나
  4.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 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5. 대전 구도동 수소생산시설 최적지 제시…개발제한구역 규제 '걸림돌'
  1. 오석진 교육감 국제중·고 설립 내년 기반마련…원도심 교육격차 해소할까
  2. 천문연, ‘우주 팽창 논쟁’ 암흑물질로 새로운 접근 나선다
  3. 대전 서구, 갈마문화공원에 1.6㎞ 무장애 둘레길 조성
  4. 대덕대 야구부 창단 4년만에 프로선수 배출
  5. 대청호보전운동본부 25주년 기념... 앞으로 25년 논의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대전시가 정부의 추가 국비 지원을 확보하면서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캐시백 혜택이 한시적으로 최대 18%까지 확대된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추가 교부받은 국비 7억 9500만 원과 기존 확보한 국비를 활용해 이날부터 11월 15일까지 온통대전 캐시백 비율을 일반 시민 15%, 복지대상자 최대 18%로 상향한다. 이번 조치는 전국적인 소비 활성화 행사인 '2026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으로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