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6강 계륵(鷄肋)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6강 계륵(鷄肋)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7-0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6강 계륵(鷄肋) : 닭의 갈비뼈

본 고사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의미로는 닭의 갈비는 먹자니 먹을 것은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버릴 수 없다는 의미로 인용되었으며, 비유로는 어떤 것을 취해도 이렇다 할 이득이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에 비유되고 있다.



글자 뜻은 鷄(닭 계)와 肋(갈비 륵)이란 두 글자로 구성되어있으며, 후한서(後漢書) 양수전(楊修傳)과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보인다.

위왕(魏王) 조조(曹操)가 촉(蜀)나라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 한중(漢中)으로 진격했다.



마침내 두 나라 군사는 혼전(混戰)했고 촉나라 마초(馬超)장군의 공격으로 조조는 사곡(斜谷)의 입구로 철수하여 주둔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조는 둔병(屯兵)한지 오래되었지만 군사들을 진격시키자니 촉의 맹장 마초가 굳게 지키고 있고, 그렇다고 군사들을 거두어 돌아가자니 유비의 군사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망설이며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 되었다.

때마침 아침 취사병이 아침식사에 닭국을 들여왔다. 조조는 닭국을 맛있게 먹다가 탕 속에 있는 닭갈비를 보고 이번 전쟁이 마치 계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하후돈(夏侯惇)이 군막에 들어와 군호(軍號)를 물었다. 조조의 머릿속은 온통 계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무심코 "계륵(鷄肋)이라고 해" 하고 뱉었다.

하후돈은 명을 받들어 모든 군관들에게 '계륵'이라고 군호의 명령을 전달했다.

그런데 행군주부(行軍主簿)인 양수(楊修)가 전달된 '계륵'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수하 군사들에게 짐을 꾸려 철수를 준비하게 했다. 어떤 사람이 하후돈에게 이를 보고하자 하후돈이 크게 놀라 양수를 군막에 불러 물었다.

"공은 어찌하여 짐을 꾸렸소?" 양수가 대답했다.

"오늘의 군호를 보고 위왕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를 물려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계륵이란 것이 먹자니 살점이 없고, 맛은 있어 버리기 아까운 것입니다. 지금 진격하자니 이길 수가 없고 물러가자니 사람들의 비웃음이 두렵고, 그렇다고 여기 그대로 있자니 이익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일찌감치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여기실 것입니다. 아마 내일 위왕은 분명 군사를 되돌릴 명령을 내릴 것입니다. 그래서 떠날 때 허둥대지 않기 위해 미리 짐을 꾸리는 것입니다."

사실 조조는 정말 돌아갈 생각을 하고 계륵이라는 군호를 내렸다.

모든 군영의 관속들은 계륵의 의미를 잘 몰랐으나, 주부 양수만은 조조의 진의(眞意)를 알아차리고 즉시 행장을 꾸렸던 것이다. 사람들이 놀라 양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소?" 양수가 대답했다. "닭의 갈비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게 없는 것으로, 현 상황에 비유할 수 있어 왕께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양수는 나중에 조조에 의해 참형 된다. 이는 상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조조로 하여금 질투로 인한 미움과 언제 배반당할지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다. 버릴 것은 빨리 버려야한다. '걸레는 아무리 잘 빨아도 행주가 되지 않는다.'속담에 "쉰 밥 고양이주기 아깝다." . "내가 먹자니 배부르고, 남 주자니 아깝다."

우리나라도 계륵에 해당된 경우가 있었다.

수(隋)나라에 이밀(李密)이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수양제(隋煬帝)가 고구려 침략 원정을 떠나자 반란을 일으켰다. 그때 그는 고구려를 '버리기는 아깝고 피를 흘려 빼앗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계륵(鷄肋)'에 비유하면서 쓸데없는 전쟁을 일으켜 백성들을 도탄(塗炭)에 빠뜨렸다고 양제를 비난하며 그 이유를 반란의 명분으로 삼았다.

결국 수나라는 고구려 침략을 시작으로 멸망을 자초하였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바둑에서도 별로 크지 않는 돌을 취하는 것을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위기십결(圍棋十訣)중 여섯 번째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기에 처한 경우 모름지기 버려야 한다.)가 해당될 듯하다.

또 한 번도 읽지 않고 먼지만 잔뜩 쌓여있는 책을 '계륵집(鷄肋集)'이라고 한다. 이말 역시 버리려니 아깝고 읽으려니 싫은 존재이기 때문이다.(차라리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낫다.)

세상을 살자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부부(夫婦)사이, 부모자식(父母子息)사이, 친구(親舊)사이, 사제(師弟)사이, 직장의 상하(上下)사이, 연인(戀人)사이 등 못마땅한 많은 경우를 경험해야한다. 모든 사이가 어찌 자기 입맛에 꼭 맞게만 진행되겠는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도와가는 삶이 '행복한 삶' 아니겠는가?

대 자연은 버리는 것이 없다. 하찮은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썩혀 자기의 양분으로 거듭나게 한다. 다만 시간이 소요될 뿐이다. 하지만 참고 기다린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교훈을 남겼다.

'집이 가난하매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어지러움에 어진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家貧則思良妻 國難則思賢相:가빈즉사양처 국난즉사현상)'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때, 그때에 따라 모두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소중히 여기면 반드시 그 물건이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인간이겠는가!

국가경영을 위한 인재는 더욱 그러하다. 자기와 배짱이 맞지 않는다고 훌륭한 인재를 버리고 내치면 과연 나라의 흥(興)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1.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2.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5. 대청호 조류경보 발생 139일만에 전부 해제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