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큰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큰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 승인 2020-07-13 14:42
  • 신문게재 2020-07-14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향배교수님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뜻이다. 자와 효는 전통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당연히 실천해야 할 윤리이자 의리였다. 효는 자식이 부모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덕목이지만 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짐승이 새끼를 낳으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온힘을 다해 양육을 한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짐승이든 사람이든 정상적인 아비 어미라면 그렇게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한없는 사랑을 대변한 글자가 자(慈)이다.

중국 고사를 보면 부모 사랑과 관련하여 표현할 때 대표적으로 드는 동물이 소와 원숭이이다. 박학하고 재치가 넘치던 양수(楊修)가 조조(曹操)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의 아비 양표가 자꾸 야위어 가자 조조는 왜 야위었느냐고 물었다. 양표는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老牛?犢之愛]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진(晉)이 촉(蜀)을 칠 때 삼협(三峽)을 지나는데 병사가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다.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며 백 여리를 따라왔다. 배가 정박을 하자 어미 원숭이는 뛰어올라왔으나 지쳐 죽었다. 병사들이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끊어져 있었다. 환온은 새끼를 풀어주고 원숭이를 잡았던 병사를 쫓아버렸다. 지독(?犢)과 단장(斷腸)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되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사람과 동물이 같다. 다만 사람의 자식 사랑은 분별이 있다. 자식에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예의범절, 인간관계, 전문지식, 문제해결능력 등을 가르치기 위해 엄함과 자애를 병용한다. 그래서 한없이 자식을 사랑하지만 자식이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부모는 엄히 자식을 훈계하기도 하고 때로는 매로 다스리기도 했다. 나도 어려서 공부하기 싫어하고 말썽을 피우고 다녀서 아버지에게 꾸지람은 물론 매도 맞았다. 지금도 뇌리에는 아버지가 매우 엄하고 무서운 분으로 남아있다.

어느 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뜻밖의 말씀을 들었다. 아버지께서 우리 오남매를 무서워하셨다는 말씀이다. 나는 무슨 말씀이냐고 여쭈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눈이 무서웠다고 하셨다.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함부로 하면 자식이 보고 영향을 받을까 두려워서 무척 조심하신 것이다.



나는 예전에 사춘기가 된 딸하고 자주 부딪쳤다. 감정이 격해진 딸이 도대체 아빠가 해준 것이 뭐냐고 따지고 들었다. 해준 것이 뭐냐고. 나는 화가 나서 네가 먹는 밥은 어디서 나왔으며 네가 입는 옷은 누구 돈으로 산거냐고 일일이 따져주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참 치사하다고 느꼈다. 딸이 원하는 것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인데 말이다. 그 뜻을 알면서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 감정의 골을 메우는데 3년이 걸렸다. 부모는 감정을 잘 조절하여 참고 냉정하게 판별한 다음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자식을 보듬어 줘야 함을 배웠다.

자식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자식을 낳으면 누구나 부모가 되지만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기는 매우 힘들다. 자식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방식은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만 봐야할 때도 있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엄한 훈계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부모가 자식의 성장과정과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여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자식이 일시적으로 일탈하더라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요즘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 이야기가 종종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부모가 자식을 구타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사랑을 가지고 진정으로 자식을 대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소중한 가족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가족 구성원에게 좀 더 양보하고 소통하며 정성과 관심을 쏟는 길 밖에 없다.

이향배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3.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4.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5.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3.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4.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