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코로나-19와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코로나-19와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 승인 2020-07-26 19:45
  • 신문게재 2020-07-27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 (Factfulness)라는 제목의 책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은 10가지 사고 본능 또는 사고 습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본능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서 사실에 입각해서 세상을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그런 취지에서 책 제목을 팩트풀니스로 붙였다.

로스링이 잘못된 인식의 전형적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이 지구상의 국가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두 개 집단으로 구분하는 일이다. 세계 각국의 소득에 관한 최근 자료를 보면, 세계 인구의 75%가 중간소득 국가에 살고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구분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로 세상을 양대 집단으로 구분하는 경향을 그는 '간극 본능'이라 불렀다.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50년 전쯤의 세계 상황을 기술할 때나 유용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구분을 여전히 즐겨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회변화를 제대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충격은 대단히 크다.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아마도 서양 '선진국'이 보여준 부실한 대응 능력과 피해 규모일 것이다. 도대체 그동안 '선진국'으로 자처해온 나라 중에서 국격을 제대로 보여준 나라가 몇이나 있는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격자인 코로나-19는 잘 사는 나라, 강대국, 복지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뚫고 들어가 세를 확장시켰다. 방어자인 '선진국'의 경우에는 돈도, 국력도, 복지제도도 코로나-19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 발전에 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코로나-19 앞에선 '선진국'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자. 국제통화기금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즉 1인당 GDP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룩셈부르크이다. 룩셈부르크의 1인당 국민소득은 11만 3196달러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룩셈부르크에서 지금까지 인구 1백만 명 기준으로 9508명이 감염되고, 204명이 사망했다. 다음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보면, 인구 1백만 명당 1만 2599명이 감염되고, 445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내고 있지만, 기껏 달러로 백신을 입도선매 방식으로 선점한 것 외에 두드러진 실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상황을 보면, 공공의료시스템도 바이러스 앞에서는 큰 힘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웨덴의 경우, 인구 1백만 명당 확진자는 7799명이고 사망자는 562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백만 명당 확진자는 273명이고 사망자는 5.8명이다. 각국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수치는 7월 24일 기준이다. 그리고 공정한 비교를 위해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실제 숫자가 아니라 인구 1백만 명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앞에서 우리나라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제시한 것은 K-방역의 우수성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선진국'의 부실한 대응 능력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교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룩셈부르크, 미국 그리고 스웨덴은 분명히 중요한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서나간 나라'이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큰 허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체제의 허점이 단지 코로나바이러스 통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적극적으로 지켜주는 사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방식의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방식이 후진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 [2026 수능]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3.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4. [2026 수능] 황금돼지띠 고3 수험생 몰려…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5. [2026 수능] 분실한 수험표 찾아주고 시험장 긴급 수송…경찰도 '진땀'
  1. 해운대 겨울밤 별의 물결이 밀려오다 '해운대빛축제'
  2. 더민주대전혁신회의 "검찰 집단항명, 수사 은폐 목적의 쿠데타적 행위"
  3. 이한영, 중앙로지하상가 집중점검… "실효성 있는 활성화 대책 필요"
  4. 대전경찰청, 14일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앞두고 안전 점검
  5. [2026 수능 스케치] "잘할 수 있어"… 부모·교사·후배들까지 모여 힘찬 응원

헤드라인 뉴스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