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맛있는 참견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맛있는 참견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20-08-05 08:07
  • 신문게재 2020-08-05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며칠 휴가를 다녀왔다. 어느새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습관처럼 되다 보니 잠깐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너무 커져서 몇 달 전 예약해둔 여행 계획을 강행했다. K-방역에 견줄만한 나라가 없으니 다른 나라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모두 같은지 제주도 공항은 예상보다 더 북적거렸다.

그래도 다행히 대부분 사람들이 방역 위생지침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물론 우리도 야외나 사람들이 덜 몰릴 것 같은 곳으로 한가한 시간대에 가게끔 여행 경로를 짰다.

넓은 정원, 한적한 나무 그늘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있노라니 더없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느리게 움직이기로 했다. 조금 덜 다니고 덜 보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일정을 일찍 끝내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갈 식당을 찾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제주에 도착한 후,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맛집 리스트에 나오는 곳으로 갔다가 휴일이라는 이유로 두 집이나 허탕을 치고 그냥 근처 뒷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지역민들을 위한 30년 맛의 전통'이라는 광고판에 어울리게 맛있는 제주 음식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는 행운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제주를 방문할 때면 유명 맛집들에 대한 정보에 따르곤 했었다. 때로 제주도 지인들에게 대접을 받을 때도 역시 유명 맛집들에 가곤 했다.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체중을 걱정하고 있던 차에 아침의 경험이 좀 다른 식사를 하고픈 마음을 먹게 했다. 이런 마음으로 검색창을 두드리니 현지인들이 올려놓은 듯한 식당 리스트가 나타났다.

그중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식당은 재래시장 먹거리 골목을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곳이었다. 주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손님이 없어서 안심이었다. 당연히 손님이 많은 식당이 맛집인 건 아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이 많은 곳에는 들어가기 꺼려지는 이상한 마음이 생긴 탓이다.

식당에 들어간 우리는 메뉴를 훑어보고 옥돔구이를 2인분 주문했다. 그런데 주인장께서 구이만 먹지 말고 몸국과 구이를 하나씩 주문하라고 하였다. 옥돔구이 가격이 더 비싸니까 영업적으로 생각하면 상관하지 않아야 할 터인데 참견하는 게 조금쯤은 신선해서 그 말을 따랐다. 그런데 그때까지 필자는 몸국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국 종류라고 생각하고 끄덕거렸다. 조금 기다리자 둘이 먹기 충분한 크기의 옥돔과 처음 보는 몸국이 나왔다. 작은 크기의 살코기와 모자반이 들어있는 부드러운 국인데, 맛보니 먹을만하였다. 잘 먹고 있는지, 모자라는 반찬은 없는지 묻고 살펴주던 주인께서는 우리가 바닥이 보이도록 깨끗이 먹자 이번에는 또 다른 국물을 가져다주며 접짝뼈국이니 맛보라고 하였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며 궁금해하던 우리의 말소리를 들었던가 보다. 접짝뼈국은 담백함이었다.

맛나게 먹고 검색해보니 '몸'은 해초인 모자반의 제주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삶아낸 육수에 갖은 양념과 모자반을 넣고 끓인 후 메밀가루를 넣어 끓인 국을 몸국이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집안에 큰일을 치를 때 먹던 것으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다. 관혼상제가 있는 특별한 날에 제주도에서는 주로 돼지를 잡았다고 하는데, 육지보다 식재료가 풍족하지 않은 섬에서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기 위해 수육을 만들고 남은 국물에 고기의 내장이나 뼈 등을 넣어서 오래도록 끓인 후 메밀가루를 풀어 넣어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 그러나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를 생각하게 하는 음식인데, 게다가 영양가도 매우 좋다고 한다. 접짝뼈국 또한 돼지사골을 우려낸 국물에 무를 갈아넣고 고아서 만든다더니, 그렇게 담백한가 보다.

처음 먹어본 몸국에 대한 소감을 감사 인사와 함께 전하며 어느새 손님이 꽉 들어찬 식당을 훈훈한 마음으로 나왔다. 제주 아즈망(아줌마)들도 육지 손님들에게 제주를 소개해서 뿌듯한 마음이겠지!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딸기와 가요의 달콤한 만남”… ‘제1회 논산딸기 전국가요제’ 개최
  2. 충남대 ‘NEXUS’ 승부수… KAIST·기업 역량 모아 '서울대 10개' 도전
  3. 2375명 중수청 특례임용 지원… 대전청 비수도권 ‘선호지’ 될까
  4. 공공기관 이전 발표 임박에 충청권 지자체 '후끈'
  5. 김해분청도자기축제 30년 만에 진례 떠나 장유로
  1. 전직 소방간부 자녀 근평 7위→2위… 전 둔산소방서장 벌금형
  2. 기업은 대학 안으로, 성과는 중부권으로… 충남대 IoC 구상
  3. KAIST, 물방을 맺히는 신기술로 열전달 5.5배 향상 개발
  4. [앵커 ON] 강의실·연구실·기업 한 팀… 한남대의 '새 실험' 지역 성장으로
  5. 전국 각지서 대전으로…‘빵박 2일’ 성료

헤드라인 뉴스


학생 줄고 선택지는 넓히고… 대전 학교 `남녀공학 전환` 잇따라

학생 줄고 선택지는 넓히고… 대전 학교 '남녀공학 전환' 잇따라

학생 수 감소와 고교학점제 시행 등으로 학교 운영 여건이 달라지면서 대전지역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신설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히고, 변화하는 학생 배치 여건에도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24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서대전고의 남녀공학 전환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20일간 행정 예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후 관계기관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부서 검토 등을 거쳐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환이 확정되면 2028학년도 신입..

투자보단 관망하거나 예·적금으로... 충청권 목돈 저축성·요구불 예금 쏠린다
투자보단 관망하거나 예·적금으로... 충청권 목돈 저축성·요구불 예금 쏠린다

등락 폭이 큰 주식 시장을 경험한 충청 지역민들의 목돈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각 은행이 높은 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전 시중은행 저축성예금 잔액은 48조 810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부터 6월까지 총 증가액은 5조 7861억 원이다. 6월 한 달 저축성예금은 846억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냈으나, 요구불예금은 2000억 원 이..

세종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행정수도 기관 이전 `촉매제` 되나
세종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행정수도 기관 이전 '촉매제' 되나

<속보>=성평등가족부 산하기관인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세종시 어진동에 건립된다. <중도일보 2026년 4월 10일자 1면 보도> 부지는 어진동 메리어트호텔 뒤편에 자리한 문화시설 용지 1-2 구역으로, 이르면 2029년 첫 삽을 떠 203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세종시 이전 움직임도 물밑에서 감지되면서, 법안 계류로 지지부진한 성평등가족부 이전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중도일보가 세종시와 행복청, 성평등가족부를 취재한 결과, 성평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 시작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 시작

  • 호흡기 질환자 급증…‘건강 유의하세요’ 호흡기 질환자 급증…‘건강 유의하세요’

  •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