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불면의 하룻밤이 오랜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낳는다"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불면의 하룻밤이 오랜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낳는다"

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윤규상 옮김│갈라파고스

  • 승인 2020-08-07 06:57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소로의일기전성기
 갈라파고스 제공
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윤규상 옮김│갈라파고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우리를 둘러싼 관계망이 무궁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본문 중에서



30대 중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은 위대한 작가에게서 기대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책 『소로우의 강』이 크게 실패해 빚더미로 돌아온 책 수백 권을 떠안았고, 깊이 교유해 왔던 초월주의자 그룹과 갈등하며 고독함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시기야말로 소로에게는 전성기가 된다. 실패와 좌절, 갈등이라는 생의 '길 잃음'에서 소로는 콩코드 지역의 동물과 식물, 기후에 대한 관찰에 몰두하고 일기를 적었다. 일기의 대부분은 계절의 순환과, 잎과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한 묘사에 집중해 썼다. 소박한 삶을 꾸리는 콩코드 마을 사람들, 주변을 노니는 네발짐승과 때를 맞춰 오가는 철새들, 울음소리로 계절을 일깨우는 풀벌레들, 첫 꽃을 피우는 여러 꽃나무와 겨울에도 지지 않는 상록수들. 소로는 그 사이에서 자기 자신과, 세계 속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그가 자연의 관찰과 기록에 몰두하기 시작한 1852년부터 대표작 『월든』이 출간된 1854년까지 3년간의 기록이 『소로의 일기-전성기편: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위대한 작가의 심중에는 성찰의 문장들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잠시 머무는 나그네에 불과할지라도 자연의 왕국을 느긋하게 나아가는 삶을 살자"는 다짐, "단단히 닫힌 솔방울은 억지로 열려는 어떤 폭력적인 시도도 거부한다. 칼로 힘써 잘라야 간신히 열릴 뿐이다. 그러다가 온기와 건조의 부드러운 설득에 굴복한다. 솔방울이 열리는 시기 또한 또 하나의 계절" 같은 통찰이 펼쳐진다. 일상과 자연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작가가 보내는 선물이다. 여행으로 휴가를 떠나기도 어려워진 요즘, "불면의 하룻밤이 오랜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낳는다"는 말만큼 큰 위로도 없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