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천박한 서울? 그럼 세종은…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천박한 서울? 그럼 세종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9-14 08:1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얼마 전 수도 이전과 관련해 당시 집권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이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해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아마도 서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좀 더 나은 수도 건설의 대의명분을 확보할 요량 속에 나온 말실수라고 선해(善解)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이자 심장부인 서울, 조선 개국을 통해 600년 이상 수도의 지위를 차지해오면서 역사, 문화와 예술의 중심부로서 자리매김해온 서울을 두고 천박하다고 했으니 그 후유증을 쉽게 피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격한 감정 누그러뜨리고 찬찬히 생각해보자. '서울'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한강, 남대문, 광화문, 경복궁 등등. 이외에 뭘 또 기억해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들은 모두 조선시대의 유산이 아니던가? 건국 후 대한민국의 작품으로 서울을 상징하는 것들은 아니지 않은가? 눈부신 산업발전 속에 당당히 OECD 회원국이 된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위상과 품위에 걸맞은 연상물은 이해찬 의원 표현대로 한강변을 채우고 있는 천편일률의 성냥갑 아파트 말고는 또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서울이 이럴진대 세종은 어떨까? 대전에서 금남교를 넘어 세종으로 진입하면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하늘 닿을 듯 높이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다. 숨이 막힌다. 인적조차 찾기 어려운 거리, 줄줄이 임대 팻말만 나부끼는 텅텅 빈 상가, 자동차 한 대 제대로 주차하지 못해 맨땅 위에 임시로 마련된 주차공간을 헤집고 다니는 민원인 차량이 세종의 현재 얼굴이 아닐까?

이것이 미래를 내다본 천박하지 않은, 그래서 명품 도시 소리를 들어도 봄 직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일까? 제아무리 후한 평가를 주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 이곳이 국회의 완전 이전과 청와대까지 수용할 그릇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세종시의 비교 대상이 우리나라의 주변 도시들이 아니기에, 그렇고 그런 신도시 건설이 아니기에 그렇다.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 철학과 예술이 없다. 청사 건물과 아파트라는 삭막함에 조화와 방향성 없이 그저 생색처럼 설치한 '국립' 자 붙은 공원과 시설물 등이 널브러져 있을 뿐이라면 심한 표현일까? 왜 세종시를 조성했는지, 세종시의 정체성과 기능에 부합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철학과 이들을 조화해내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예술이 없다. 그저 콘크리트 빛 회색 도시일 뿐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도시 조성을 책임진 행복청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깊은 철학과 예술 정신을 가미하지 못한 채 그저 토목과 건설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같은 청의 수장 이력을 지닌 시장의 경력을 비추어보면, 현재 세종시의 모습을 비켜서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그나마 행복청이 조성을 주관할 때만 하더라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올 수 있었고, 나름 체계를 세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도시계획과 건설에 관한 권한이 점점 행복청을 떠나 세종시로 옮겨오고 있다. 세종시 능력으로 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자체 용역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발표한 KTX 세종역 신설사업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토교통부 사무관으로부터 부인되고, 국회를 이전하겠다고 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으로 겨우 10억 원만 책정된 현실이 답해 주리라고 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종시의 정체성과 조성 당위성에 미래를 향한 모습까지 담아낼 철학과 예술상을 먼저 형성한 후, 여기에 세부적인 계획들이 들어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여 자체적 능력과 경륜이 부족하다면, 열린 마음으로 각계 전문가의 지혜를 빌려야 할 것이다. 세종시가 명품 수도로 자리매김해야 대한민국이 살기에 어려운 말을 전하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의 자체 역량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수도상을 구현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묻는다. 정말 세종시는 준비되어 있는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일 세종시의원 예비후보 등록...경쟁구도 눈길
  2. "설 연휴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 휴무일 확인하고 가세요"
  3. 충남교육청 "설 명절 주차, 걱정마세요" 도내 교육기관 주차장 무료 개방
  4. 설 귀성길… ACC 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 주시 태만 ’
  5. 초등 졸업때 미래 나에게 쓴 편지 20년만에 열어보니…대전원앙초 개봉식 가져
  1. 백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전국 8개 시·도 임용고시 수석·차석 등 합격자 배출
  2. 세종시의원 선거, '지역구 18석·비례 2석' 확정
  3. '학교급식법' 개정, 제2의 둔산여고 사태 막을까… 새학기 학교는?
  4. 대전 백화점과 아울렛이 준비한 설 연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5.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설 앞두고 전통시장 민생 행보

헤드라인 뉴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그땐 그랬지] 1992년 설날, ‘홍명’과 ‘중앙’ 장악한 청춘들

1992년 2월 4일 설날, 대전 원도심의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OTT도,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절, 명절 연휴 극장은 시민들에게 최고의 오락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본보(중도일보)에 실린 빼곡한 극장 광고는 그때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 홍콩 액션과 할리우드 대작의 격돌 광고의 중심에는 당시 극장가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액션물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홍콩연자(香港燕子)'는 당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대변하며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공략했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위세도 대..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한국 최초 근대교육기관 설립한 선교사 '친필 서간문집' 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친필 서간문집이 복원된다. 한국전쟁 이후 발견됐던 이 서간문집은 교육과 외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료다. 16일 배재대에 따르면,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이 국가기록원 복원 사업에 선정됐다. 서간문집은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인정받아 국가기록원의 보존 처리, 정밀 스캔으로 디지털 파일로 복원돼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된다. 1005쪽에 달하는 서간문집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 선교사(H. G. Appenzeller, 1858-19..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지방선거 후 '세종시 3분기'...새로운 전환점 맞는다

2026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의 골든타임 한해가 다시 시작됐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지나 2월 17일 설날을 맞이하면서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쪽 행복도시'로 남느냐,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나아가느냐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현실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대의 실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단적인 예로 4년째 인구 39만 벽에 갇히며 2030년 완성기의 50만(신도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중도일보는 올 한해 1~4분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현안과 일정을 정리하며, 행정수도 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명절 모습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