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좌와 우 혹은 선과 후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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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좌와 우 혹은 선과 후를 보는 눈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1-01-20 15:19
  • 수정 2021-06-23 13:59
  • 신문게재 2021-01-21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이은봉
이은봉(시인, 대전문학관장, 광주대 명예교수)
사람들은 다 진실을 찾고 싶어 한다. 진실이라는 말을 진리라는 말로 바꿔도 좋다. 사람들은 다 진리를 찾고 싶어 한다.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사람들은 그것이 중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라는 진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논쟁하기를 좋아한다. 실제로는 중도를 잃게 하기 쉬운 것이 논쟁이지만.

논쟁은 주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상 분석과 해석의 방식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석과 해석이 만드는 논리만으로는 논쟁을 종식시키기는 어렵다. 우의 논리는 좌의 논리를 만들게 하고, 좌의 논리는 우의 논리를 만들게 할 따름이다. 언제나 새로운 논리를 낳고 부르는 것이 논리이다.

논리를 낳고 부르게 하는 논쟁은 결국 상대방에게 '찍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찍는 소리'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찍어 누르는 말을 가리키는 전라도 사투리다. '찍는 소리'는 아무래도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자극하는 말로는 중도라는 진리를 도출하기가 어렵다.

논쟁은 피차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피차의 상대를 두고 사람들은 좌와 우라고 말한다. 예의 '찍는 소리'로는 좌와 우의 중도라는 진리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찍는 소리'로는 좌와 우의 흥분이나 도출하기 쉽다.



이처럼 좌와 우의 논쟁은 진리를 도출하는 방식이 되기 힘들다. 실제로도 좌와 우의 논쟁이 진실이나 진리를 도출한 예는 많지 않다. 좌와 우가 다 옳기 때문이다. 물론 좌와 우는 모든 사물이나 사건, 의식이나 사유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새도 좌와 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지 않는가.

정작 중요한 것은 새가 난다는 것이다. 난다는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 간다는 것을 가리킨다. 뒤로 나는 새는 없다. 좌와 우가 있는 것만큼 선과 후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과 후도 좌와 우처럼 모든 사물이나 사건, 의식이나 사유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좌와 우에도 중심이 있는 것처럼 선과 후에도 중심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중심이 있는 것처럼 앞과 뒤에도 중심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좌와 우의 중심에 중도가 있는 것처럼 선과 후의 중심에도 중도가 있다. 좀 더 실현하기 어려운 것은 좌와 우의 중도보다 선과 후의 중도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수평적인 중심, 곧 좌와 우의 중심에는 쉽게 동의한다. 하지만 수직적인 중심, 곧 선과 후의 중심에는 아직도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선과 후의 중심을 받아들이기가 좌와 우의 중심을 받아들이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중심, 곧 선과 후의 중심은 역사적인 상상력, 곧 역사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역사적인 상상력, 곧 역사의식의 핵심은 끊임없이 시간의 처음이, 곧 시간의 첨단이 스스로를 갱신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이때의 갱신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들어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갱신을 만들게 하는 정신이 좌와 우 혹은 선과 후의 중심이 이루는 중도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역사적 상상력, 곧 역사의식에 기초한 첨단의 정신, 곧 갱신의 정신은 사회의 전 분야에 매우 필요하다. 이때의 첨단의 정신, 곧 갱신의 정신은 정치 분야, 경제 분야, 교육 분야, 법률 분야, 예술의 분야 등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특히 예술의 분야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것이 이 첨단의 정신, 갱신의 정신이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연극이든, 영화이든 예술에는 역사를 앞서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역사를 앞서 살지 않고서는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방가르드 정신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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