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⑦]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라고" 업주들의 속마음은…

[도시재생리포트2021⑦]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라고" 업주들의 속마음은…

[문제적 공간 저항과 저항 그 경계에서] ①우리는 최하층 업주들의 이야기

  • 승인 2021-08-22 08:35
  • 수정 2021-08-24 11:03
  • 신문게재 2021-08-23 6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KakaoTalk_20210821_090310409
해가 지지 않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동구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 일원에는 업주들이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사진=신가람 기자 shin9692@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쉬었다 갈 거 아니면 그냥 지나가슈."

대전역세권 성매매 집결지 내 업주 인터뷰를 위해 무턱대고 현장을 찾았지만, 마주한 업주들의 눈빛은 매섭고 차가웠다. 한의약 특화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자 길거리에 나온 업주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이다. 집결지 중심지를 지날때면 업주(청객)들은 "쉬었다 가요"라며 회유식 말들을 건네지만, 진솔한 대화를 위해 다가가는 건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업주들에게 인터뷰를 권하자 "나는 모르겠으니까 저짝들 언니들한테나 가보슈"라고 외면할 뿐이었다. 네 번째 업주를 만나고서야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디?"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도심 부적격시설, 성매매 집결지 한복판에서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만 40년 넘게 있었다는 A 씨는 "도시재생 사업인가 뭔가 하는 거는 우리 같은 노인네한테 백날 설명해줘도 모른다. 여기 가게만 100군데 가까이 되고 일하는 사람만 수백 명에 달한다. 평생 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기 업주들 보면 다 팔십 먹은 노인네들뿐이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이대로 5년 정도만 일하다 조용히 가야지"라고 말했다.



A 씨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손님(남자)들이 지나가면 바로 성매매를 권했다. 이때쯤 업주 B 씨도 대화에 합류했다.

B 씨도 집결지에만 40년 있었다. B 씨는 "자식 보기 부끄러워 수년 전에는 청소, 접시 닦기 등 다른 일자리를 찾으러 나가봤다. 그런데 30곳 넘게 퇴짜를 맞았다"며 "누가 불법인지 모르고, 좋아서 하겠나. 이거라도 해야 반찬값이라도 버니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KakaoTalk_20210821_090109999
지나가는 남성들마다 "쉬다 가요"라며 조심스럽게 호객 행위를 하는 업주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가람 기자
대전시는 대전역세권을 중심으로 '원도심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전역 인근 낙후된 곳에 공공임대 주택사업과 상업 활성화가 목표다. 그러나 대전시 도시재생 계획에 대해 성매매 집결지 업주들은 불신했고, 요구는 명확했다. "최소한으로 먹고살게끔만 해달라"는 것.

업주들의 다양한 대안을 내놨다. 집결지 폐쇄에 따른 정당한 토지 보상과 자활 기회, 심지어 성매매 합법화 요구까지 쏟아졌다.

B 씨는 "대전역세권 사업이라고 해서 고층 건물들 들어서면서 땅값도 확 뛸 텐데, 우리한테 보상은 현 시세로 쥐꼬리밖에 안 해줄 것 아니냐"며 "최하층인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느냐. 만약에 이곳을 강제로 밀어버리면 어르신들 시위하다 전부 쓰러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용히 합류한 업주 C 씨도 "구체적이고 타당한 2~3개의 안을 대전시에서 가지고 와서 타협의 장을 마련하고 우리가 원하는 목소리도 정당하게 담아준다면 여기 협조하지 않는 업주들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백날 행정 용어나 얘기하고 법률 얘기나 떠들어 대니 단순히 약자를 이용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오죽하면 지역 한 곳에 집결지를 모아놓고 성매매 합법화 요구까지 얘기하겠나. 인간 취급받으려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당하게 세금도 다 내고 깔끔하지 않겠나. 어차피 여기를 폐쇄해도 성매매는 더 음지로 가서 성행할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업주와 주민협의체, 지자체의 긴밀한 소통 창구가 필요해 보였다. 공공개발로 진행하는 대전시의 도시재생이 역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집결지 폐쇄의 방향성과 비전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다.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한 지 무려 17년이 지났음에도 폐쇄라는 절체절명이 순간에서도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이 간극, 결국 해결사는 대전시여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성매매 집결지 사이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에 곳곳에 남성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자 업주들의 눈도 빠르게 돌아갔다.

"인제 그만 돌아가. 기자 양반 때문에 벌써 손님 많이 놓쳤어"라며 업주들은 남자들의 뒤를 홀연히 따라갔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정현, 문평동 화재에 "현장 상황 철저히 확인 중"
  2. [대전 화재]진화율 80% 붕괴위험에 내부진입은 아직
  3. [속보] 대전 문평동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부상자 다수 발생(영상포함)
  4. [대전 화재]경추골절·연기흡입 2명 중환자실…김민석 총리 "안전한 구조활동"당부
  5.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노년사회화교육
  1. [현장취재]대전크리스찬리더스클럽 정례예배
  2. 與 "대전 공장 화재 정부와 협력 인명 구조 당력 집중"
  3. 세종 문화예술지원사업 심사 두고… "불공정" VS "공정" 충돌
  4. 민주, "선거前 통합 어려워" 대전시장 충남지사 3인경선
  5. 화재발생 업체는 엔진밸브 생산 전문기업…국가소방 총동원령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 화재 참사에 "경위 철저히 규명… 유가족 참여 보장"

李대통령, 대전 화재 참사에 "경위 철저히 규명… 유가족 참여 보장"

대전 대덕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과 구조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 개요와 인명 피해, 실종자 수색 상황 등을 보고받고 건물 내부 수색 방식과 추가 구조 가능성 등을 확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청취 했다. 유가족들과 만나서는 사고 경위 설명, 신원 확인 절차 단축..

`왕과 사는 남자` 제작 이끈 한국영상대 출신 박윤호 PD
'왕과 사는 남자' 제작 이끈 한국영상대 출신 박윤호 PD

1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매출 1위 영화에 등극한 '왕과 사는 남자'. 이 같은 흥행의 이면에는 제작진의 집념이 자리잡고 있는데, 제작 전반을 이끈 박윤호 프로듀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22일 한국영상대학교에 따르면 박윤호 PD는 한국영상대 07학번 졸업생으로, 이번 작품의 기획과 제작 전반을 주도한 핵심 창작자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스토리를 담았다. 영화 소재로는 흔할 수 있는 조선왕조 단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

세종시 `런닝의 메카`로 간다… 봄날의 스타트 응원
세종시 '런닝의 메카'로 간다… 봄날의 스타트 응원

대한민국의 러닝과 슬로우 조깅의 붐은 세종시에서 시작된다. 국내 마라톤 영웅들의 계보를 이을 코오롱 육상팀이 앞에서 끌고, 아마추어 동호회가 뒤에서 미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2026년이다. 코오롱 육상팀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금메달리스트 지영준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 육상의 중흥기를 기약하고 있다. 세종시가 가진 천혜의 운동 환경을 토대로 연고팀으로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 감독이 지난 1월 세종시 첫마을에 둥지를 틀면서, 지역 초중고 육상팀의 도약과 아마추어 동호회 간 상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질환경과 토종어류의 보존을 위한 토종물고기 치어 방류 수질환경과 토종어류의 보존을 위한 토종물고기 치어 방류

  •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결승…천안라이온스 우승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결승…천안라이온스 우승

  •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일반여자부 예선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일반여자부 예선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앞두고 투표지 분류기 운영 실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앞두고 투표지 분류기 운영 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