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이동훈미술상]운산 조평휘 화백 "산수화는 모방해 그리는 것이 아닌 철학을 담는 도구"

  • 문화
  • 공연/전시

[제19회이동훈미술상]운산 조평휘 화백 "산수화는 모방해 그리는 것이 아닌 철학을 담는 도구"

제19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자
60년간 작품활동...운산산수라는 자신만의 산수화 양식 정립

  • 승인 2021-08-26 15:42
  • 신문게재 2021-08-27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10826_090958485_12
운산 조평휘 화백
"작가는 작품에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야 합니다. 또 작가는 죽을때까지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올해로 90세를 맞은 조평휘 화백은 대전 미술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대전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 온 조 화백은 한국화의 주류였던 실경산수화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운산산수' 양식을 정립하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한 때 대전 미술계의 한국화가 조평휘 화백의 영향을 받거나 받지 않은 작품으로 나누는 것이 쉬울 만큼 조 화백이 지역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지역 한국화의 살아있는 대부로 꼽히는 조평휘 화백이 제19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됐다. 심사위원들은 전통적인 회화 정신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대작을 제작해 온 조 화백을 높이 평가했다.

미수(88세)를 넘어 백수를 바라 보고 있는 조 화백은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청춘이다. 그의 작업실에 가면 한쪽 벽면을 꽉 채우는 한지에 빼곡히 웅장한 산수가 그려져 있다. 여전히 붓을 드는 이유에 대해 조 화백은 당연하다는 듯이 "작가는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화백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며 작품활동에 매진해왔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으로 피난을 와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미술에 대한 애정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때마침 나라에서 예체능계열 교사들이 부족해 서울대학교에 중등교원양성소를 만들었고 조 화백은 그때부터 교직에 입문하게 됐다.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1년 정도 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홍익대 동양화과로 편입했다. 당시 자퇴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동양화과 학생이 조 화백이 유일했다. 조화백은 당시 교수로 재직했던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가인 천경자, 이상범에게 공통적으로 사사받은 단 한 명의 제자였다.

홍익대를 졸업한 후 당시 미술계에서 유행했던 엥포르멜 운동(형태를 부정하고 미술가의 즉흥적인 행위와 격정적인 표현을 중시한 유럽의 추상미술) 영향을 받아 조 화백도 추상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1976년 대전으로 내려와 목원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는 작품은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허허벌판 시골이었던 대전의 자연을 작품으로 담게 그는 계룡산을 그리며 전통주의 산수화가로서 활동하게 된다. 조 화백의 호인 '운산'도 자신이 즐겨 그리는 산에서 땄다.

조 화백은 산수화의 열기가 식었던 1990년대에도 산수화를 꾸준히 그려 '운산산수'라는 자신만의 산수화 양식을 정립했다.

동향화 뿐만 아니라 서양화, 추상회화도 배웠던 그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 그리는 '실경산수화'보단 자연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그리기 시작했다. 격정적인 표현을 중시한 엥포르멜처럼 조 화백 또한 이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순간의 감정을 실어서 작품을 그린다. 그는 "산수화는 그대로 모방해 그리는 것이 아닌 철학을 담는 도구"이라고 말한다.

조 화백의 인생관은 자연주의다. 그는 "인생은 자연에 맡기고 순리대로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품에 있어서는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동양화는 서양화처럼 덧칠하지 않는다. 일필은 붓에 먹을 다시 먹이지 않고 단번에 그리는 것으로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붓놀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수묵화는 훈련하는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 조 화백은 60년간 갈고 닦아왔다.

이제는 산수화가 주류가 아님에도 지금까지 산수화를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화백은 "화가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야 인정 받는다"고 말한다. 모든 작가들이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만드려고 애 쓰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열심히 그리면 자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조 화백의 지금도 산수화와 삶에 대한 의미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하는 후배 작가들에게 "힘들다고 도중에 그만두면 의미가 없다"며 "모든지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아이들의 놀이터, '꿈마루 사업'… 예산 정상화 주목
  2. [2026 경제세미나] "대전 AI 성장전략, 우수한 연구역량을 산업 경쟁력으로”
  3. '시비 지원 없다'던 세종 빛트리축제… 보조금 6천만원 논란
  4. 충남대 명예교수회, 명사특강으로 지역 협력의 새 길 열다
  5. 세종시 복지·의료 사각지대… 시의회 행감서 잇단 지적
  1. 서구 사회복지관협의회 사례관리 네트워크 '서구 사례이음' 사례관리 컨퍼런스
  2. 세종시 토석채취·지하수 관리 도마 위… 시의회 개선 촉구
  3. 이준배 국힘 당협위원장, 중앙당 협력 '매개체 역할' 주목
  4.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5. [사설] AI에서 대전경제 성장 전략 찾았다

헤드라인 뉴스


양보안에도 기존 후보 고수…답 없는 대덕구의회에 區 `셧다운 위기`

양보안에도 기존 후보 고수…답 없는 대덕구의회에 區 '셧다운 위기'

대전 대덕구의회가 넉 달째 이어진 파행으로 민생을 내팽겨 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전반기 의장직을 둘러싼 감투싸움만 되풀이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건부 의장직 양보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기존 의장 후보 추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간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의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대덕구의 행정 업무에도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0일까지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도 본예산 심의마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덕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전석광..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의 다채로운 빵과 문화, 즐길 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대전 빵 축제'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엑스포과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시민과 함께하는 15m 규모의 대형 롤케이크 커팅 퍼포먼스와 축하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축제의 중심인 '빵 정거장'은 5개 구역(A~E)으로 나눠 운영되며, 방문객들은 참여 빵집의 대표 메뉴를 매장 판매가격보다 5%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대전노동청과 천안·서산지청, 중대재해 33건 조사 외면?
대전노동청과 천안·서산지청, 중대재해 33건 조사 외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천안·서산지방청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중대재해 33건에 대해 재해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해 발생 상황 파악 등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유족보상과 장의비 접수 사건도 100건이나 빠뜨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청별 현황을 분석해 15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요양 급여 승인 사건 중 대전청 15건, 천안지청 13건, 서산지청 5건 등 모두 33건의 재해 발생 상황 파악과 재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재 요양 급여 승인 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