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6강 양호후환(養虎後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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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6강 양호후환(養虎後患)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8-31 13:5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86강: 養虎後患(양호후환) : 범(호랑이)을 길러 뒤에 걱정거리(화근을 남긴다)가 된다.

글 자 : 養(기를 양), 虎(범/호랑이 호), 後(늦을 후), 患(근심 환)으로 구성되어있다.



출 처 :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보인다.

비 유 : 은혜를 베풀었다가 도리어 해(害)를 당함, 화근을 길러 근심을 사는 것





무질서한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종식시키고 하나의 나라로 통일(統一)의 대업을 이룩했던 진시황이 급작스럽게 사망한 후, 진(秦)나라는 강력한 지도자를 잃고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동시에 폭정(暴政)에 시달린 민중은 각 처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진(秦)나라는 전국 곳곳에서 벌떼처럼 일어난 반란군중 초(楚)나라 재건과 진(秦)나라 멸망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항우(項羽)를 포함한 유방(劉邦)등 항진(抗秦) 세력에 의해 결국 멸망했다. 이 중 스스로 초패왕(楚覇王)이 된 항우는 팽성(彭城)을 수도로 삼고, 초회왕(楚懷王)을 의제(義帝)로 옹립했다. 그리고 진나라를 타도하는 데 공이 큰 사람들을 제후로 봉했다. 항우는 특히 당시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유방(劉邦)을 한왕(漢王)으로 봉해 매우 험준하고 오지(奧地)인 파촉(巴蜀)땅(지금의 사천성 일대)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 후 천하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항우가 천하를 차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의제(義帝)가 항우의 사주를 받은 영포(英布)에게 시해를 당하자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불만을 품었던 제후들이 각지에서 항우(項羽)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항우가 각지의 반군들을 평정하는 사이, 유방은 관중(關中) 땅을 공략하고, 이어 50여만 대군을 몰아 단숨에 항우의 본거지인 팽성(彭城)을 점령했다. 그러나 급보를 받고 말머리를 돌려 달려온 항우의 3만 기병에게 대패한 유방은 아버지와 아내를 적진에 남겨 둔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하여 형양(滎陽)으로 달아나 군사를 정비하고 항우와 대치했다.

그 후 양개진영(항우와 유방)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홍구(鴻溝)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고 휴전하기로 했다. 항우는 약속을 지켜 유방의 아버지와 부인을 돌려보내고 팽성을 향해 철군 길에 올랐다. 유방도 항우와의 약속에 따라 군대를 철수시키려하자, 유방의 참모인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말리면서 말하길 "한(漢)나라는 이제 천하의 반(半)을 차지했고, 제후(諸侯)들은 물론 민심(民心)도 우리 편입니다. 그러나 초나라 군대는 지쳤고 식량도 떨어졌으니 이는 하늘이 초(楚)나라를 멸망시키려는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천하를 탈취해야 합니다.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이는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겨 두는 꼴이 되고 맙니다. ...(此所謂養虎遺患也.)"

유방은 장량과 진평의 계책에 따라 즉시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추격했다. 이듬해 유방은 한신과 팽월 등의 군사와 연합하여 해하(垓下)에서 항우의 초나라 군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여 초나라 군대를 섬멸했다. 항우는 달아나다가 오강(烏江)에 이르러 자결했고, 유방은 마침내 천하를 차지하고 한(漢)나라를 창업했다.

그 후 유방은 천하를 차지하는 대업을 이룩하고 나서도 결국 양호후환(養虎後患)의 싹을 잘라냈고(한신, 팽월, 영포등 장군들을 제거) 재사(才士) 장량(張良)을 멀리했으므로 후세의 평가에서는 한(漢)나라를 창업한 위대한 공적은 있으나 무자비한 양호후환(養虎後患)정책은 옥(玉)에 티의 흔적이 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 고사에서의 본질은 정치적 성향의 권모술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곧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혈맹의 동맹도 굳은 약속도 헌신짝 버리는 듯 하는 비굴함과 정정당당하지 못한 승리이지만 정치적으로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권력을 획득하여 자기의 업적을 마음대로 왜곡정리(歪曲整理) 할 수 있는 비겁한 승리자라는 교훈을 깨달을 수 있다.

통상 우리는 노련한 정치인을 정치 9단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그것은 곧 얼마나 후안무치(厚顔無恥)로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느냐의 단수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요즈음 내년에 있을 대선(대통령선거)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언제는 둘도 없는 동지였다가 언제는 또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 같은 경쟁자가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정치는 양호후환의 법칙을 거쳐야 결국 최후의 승리를 할 수 있는 묘물(妙物)인가 보다. 그러므로 반대로 호랑이를 위협의 존재로 기르지 말고 자기를 잘 지켜주는 보좌의 존재로 기르면 안 되는 것인가?

옛 성인은 지적한다.

"의심나는 사람이면 처음부터 쓰지 말고, 일단 쓰고 나면 의심하지 말라 (疑人莫用 用人物疑/의인막용 용인물의)"

우선 필요한 권모술수에 능한 자보다 넓은 안목과 깊은 성찰이 있는 덕인(德人)을 중용하는 것이 참사람을 등용한 인재등용이 될 것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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