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0강 파부침주(破釜沈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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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0강 파부침주(破釜沈舟)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9-28 19:0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90강: 破釜沈舟(파부침주) :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다.

글자 : 破(깨뜨릴 파), 釜(가마솥 부), 沈(가라앉을 침), 舟(배 주)

출전 :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온다

비유 : 살아 돌아갈 기약을 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

약 400여 년의 대혼란인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에 의해 급격히 추진된 진(秦)나라의 통일정책과 대규모 토목공사 등은 백성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면서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에 진시황제(秦始皇帝) 말년에 극단적인 탄압 정책이 시작되었고. 진나라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각처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초(楚)나라의 귀족 출신인 항량(項粱)은 항우(項羽) 등과 함께 회계군수를 죽이고 그곳을 기반으로 군사를 일으켰다. 그리고 모사 범증(范增)의 계책에 따라, 회왕(懷王)을 옹립하고 초나라를 재건했다.

한편 당시 변방의 하급 관리인 정장(亭長)에 불과했던 유방(劉邦)은 여산릉(진시황의 무덤) 공사에 동원되는 인부들을 인솔하고 가던 중, 탈주자가 속출하자 아예 인부들을 해산시켜 버리고 자기 지역인 패현(沛縣)에서 소규모의 반란을 일으켰다. 유방은 패현의 서기 소하(蕭何)와 옥리(獄吏) 조참(曹參), 그리고 개백정 번쾌(樊?) 등의 지지에 힘입어 패현(沛縣)을 접수하고 그 곳의 현령(縣令)으로 추대되어 활약하다가 항량에게 가담했다. 이 후 두 사람(항우와 유방)은 천하를 차지하고자 다투게 되었고, 이에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등장케 하는 초(楚), 한(漢)의 대결은 역사에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항량은 진나라의 장한(章邯)의 군대를 격파하고 위세를 몰아 정도(定陶)에 이르러 다시 진나라 군사를 깨뜨렸다. 항우(項羽)와 유방도 진나라 군대와 옹구(雍丘)에서 싸워 크게 이기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때부터 항량은 진나라 군대를 가볍게 보고 교만(驕慢)한 기색을 보이자 그의 참모인 송의(宋義)가 간했다. "전쟁에 이겨 장수가 교만해지고 병졸이 게을러지면 패하게 됩니다." 하지만 항량은 듣지 않았다.

패색(敗色)이 짙어진 진나라 이세(二世)황제는 군대를 모두 모아 장한(章邯)을 지원했고, 장한이 오히려 초군을 공격해 정도(定陶)에서 크게 깨뜨리고 항량까지 죽이게 된다. 그로인하여 전세(戰勢)는 역전(逆轉)되어 장한은 승세를 몰아 조(趙)나라의 수도인 한단(邯鄲)을 격파하고, 거록(巨鹿)까지 포위했다. 이에 다급한 조나라는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했고, 초의 회왕은 송의를 상장에, 항우를 차장에, 범증을 말장으로 임명하여 5만의 원병을 파견했다. 하지만 송의는 안양(安陽, 산동성(山東省) 조현(曹縣))까지 와서 무려 46일 동안을 움직이지 않고 전쟁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었다. 조나라 군대가 이기면 그 기회를 타서 함께 진나라 군대를 격파하고, 만약 진나라 군대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힘이 약해져 있을 테니 그때 가서 진나라 군대를 쳐도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항우의 생각은 달랐다. 진나라 군대가 조나라를 공격하는 사이 초나라 군대가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여 안팎에서 협공을 하는 형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항우의 주장이었다.

그런 사이 11월 중순이 되자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만 갔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항우는 장막 안으로 들어가 송의를 베고 군대를 모두 이끌고 강을 건넌 후 배를 모두 가라앉히고(沈舟), 솥과 시루를 깨뜨리고(破釜), 막사를 불태우고, 사흘 치 양식을 지니고서 병사들에게 죽음으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는데도, 누구 하나 마음에 불평하는 자가 없었다. 그리하여 진나라 군대와 아홉 번 만나 싸워 크게 이겼고 진나라 장수 왕리(王離)까지 사로잡았다. 이로써 초나라 군대는 각 나라군대 중 으뜸이 되었고, 항우는 비로소 제후의 상장군이 되었으며, 제후가 모두 그의 소속이 되었다.

전쟁이란 군사들의 사기(士氣) 싸움이라고도 한다. 사기가 살아 있는 군대와 그렇지 않은 군대의 전쟁은 승패가 뻔하다. 항우는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항우군은 이제 돌아갈 방법이 없어졌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어차피 다 굶어 죽는다. 이런 절박함으로 전쟁을 치렀으니 그 결과가 어땠겠는가? 아홉 번을 싸운 끝에 거록성(巨鹿城)을 포위하고 있던 진나라의 대군을 몰살시켜버렸다.

사마천은 당시 거록 전투에서 일당십(一當十)을 하지 않은 항우군 병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속의 전투상황에서 이러한 각오를 가끔 볼 수 있다.

적을 속여 아군을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시키는 전법은 작전 간에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각오의 전투는 그리 흔한 작전은 아니다. 이와 같은 작전은 다른 작전명으로 배수진(背水陣)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은 심히 위태롭고 상황과 모든 여건이 구비되었을 때만 장수는 결심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생살이에는 고난(苦難)과 어려움의 연속이다. 어떤 때는 인내(忍耐)로 극복하고, 어떤 경우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 모두 여건과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파부침주(破釜沈舟)는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 각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생살이 '결코 쉬운 길만을 택하지 말라(須勿擇 只易路/수물택 지이로)' 그러나 함부로 파부침주의 삶도 위험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파부침주의 각오로 항우는 패자가 되었고, 2010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의 허정무 감독이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큰 업적을 이루었다.

최근 000당 대표가 다시 파부침주의 각오를 언급했다. 성공은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파부침주는 말보다 뼈를 깎는 각오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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