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대장동 도적들 못 잡나? 안 잡나!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대장동 도적들 못 잡나? 안 잡나!

어둠의 공모자들 엄벌하라

  • 승인 2021-10-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수호지(水滸誌)는 중국 명대(明代)의 장편 무협 소설이다. 북송시대 양산박에서 봉기하였던 호걸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각색하였다. 원말 명초(元末明初)의 시내암(施耐庵)이 쓰고, 나관중(羅貫中)이 손질한 것으로 중국 4대 기서(奇書)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4대 기서에는 <삼국지연의>와 <서유기>, <금병매>가 포함된다. 수호지는 수령인 송강(宋江)을 중심으로 108명의 유협(遊俠)들이 양산박(梁山泊)을 거점으로 조정의 부패를 통탄하고 관료의 비행에 반항하여 민중의 갈채를 받는 이야기이다.



무송(武松), 노지심(魯智深), 이규(李逵) 등 신분이 낮은 계층과 임충(林?), 양지(楊志)처럼 지주 출신자도 가담하여 탄탄한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가련한 민중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가렴주구(苛斂誅求)에만 몰두하는 썩은 관료들을 단죄하는 게 그들의 설립 목적이다.

따라서 수호지에 등장하는 활발하고 용감한 사나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인기를 모으는 것이다. 물론 당시 관(官)에서는 양산박의 108 호걸들을 도적과 반란 수괴라며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서일까.



지금 우리나라는 일부의 도적들이 관, 즉 정부와 국민들까지 싸잡아 능멸하면서까지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 치부 행각을 벌였다. 그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이른바 '대장동 도적들'이다. 당연히 지탄과 처벌의 비난 대상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당시 483명의 땅 주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반값에 땅을 내주어야 했다. 그 땅에 지은 아파트를 6000명은 비싼 값에 샀다. 땅 짚고 헤엄치기의 전형적 치부 행각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간에서 작당한 거간꾼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이익을 거둔 자들의 후안무치 행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어둠의 공모자들'은 무려 6,000억 원이라는 사익을 편취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이 좋아서 6000억 원이지 이 돈이면 대체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지지리 못난 사람일수록 같이 있는 동료를 망신시킨다는 말이다.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에서 고작(?) 8721만 원을 투자해 무려 1007억 원이나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남 모 변호사는 여론이 악화하자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러다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압박이 가해지자 마지못해 귀국하여 성실한 대부분의 변호사들에게 애먼 수치심을 안겼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 모 씨 또한 전직 기자 출신으로 '기레기'란 오명으로 불리며 동료 기자들에게 씻기 힘든 모멸감을 줬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취재기자들 앞에서 농담까지 던지는 등 자못 당당하기까지 하다는 모습이다. 이에 누가 보기에도 흐물흐물하기 짝이 없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팀은 국민들로 하여금 "대장동 도적들, 도대체 못 잡나? 안 잡나!"라는 의구심을 팽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영국의 고위 공직을 두루 지냈다. 그는 청렴한 공직자로서 '뇌물'을 절대 받지 않았다. 한 번은 어떤 부인이 병상에 있는 남편의 송사에서 올바른 판결을 해줘 고맙다는 뜻으로 모어에게 도금한 컵을 선물로 가져왔다.

부담스러운 선물에 모어는 기지를 발휘해서 그 컵에 포도주를 가득 부어 선물한 사람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한 후 컵을 돌려주었다. 전직 고관대작들까지 두루 망라된 화천대유 사건에서 새삼 토머스 모어의 청렴관(淸廉觀)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양산박 유협들까지 공분할 '대장동 도적들', 즉 어둠의 공모자들을 반드시 엄벌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