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겨울철 도로 위 검은 위협, 도로살얼음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겨울철 도로 위 검은 위협, 도로살얼음

박광석 기상청장

  • 승인 2021-11-09 16:12
  • 신문게재 2021-11-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코끝이 시린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화 〈나홀로 집에〉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홀로 남겨진 꼬마 아이 케빈이 빈집털이 도둑과 벌이는 한판 승부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케빈은 미리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와 지하실 계단에 물을 뿌리는데, 시카고의 겨울 날씨에 빙판이 되어버린 계단 탓에 무단침입을 시도하던 도둑들은 사망에 가까운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런데, 이토록 위험한 함정이 만약 나의 출근길 도로에 설치되어 있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속도에 따른 제동거리 실험'에 따르면 도로가 마른 상태일 때보다 살얼음 등으로 미끄러울 때 제동거리가 최대 5배(100km/h, 41.9m→203.9m)까지 길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로의 노면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인명 피해율은 건조한 도로보다 서리가 내렸거나 결빙(살얼음 포함)되었을 때 1.87배까지 증가한다.

이처럼 '도로살얼음'은 겨울철 교통사고 인명 피해율을 높여 '도로 위의 살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도로살얼음이란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면서 내린 비나 눈이 도로 위에서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도로에 눈, 비 등이 내려 표면에 살얼음이 얼고 아스팔트 노면 색깔이 그대로 투영되어 검은 얼음처럼 보이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Black Ice)'라고도 한다. 잘 보이지 않으면서 매우 미끄러운 탓에 고속주행 시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로살얼음은 한번 녹았던 눈·비가 완전히 증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져 얼어붙으며 생기기도 하지만, '어는 비'로 생기기도 한다. 어는 비는 중층 대기의 기온은 영상이지만 지표면 근처는 영하의 기온일 때, 빗방울이 지표면에 닿는 순간 얼어붙어 얇고 투명하게 코팅되는 비를 말한다. 실제로 2년 전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로 40여 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는데, 이 사고의 원인 또한 어는 비로 만들어진 도로살얼음이었다. 사고 당일에는 1mm 정도의 이슬비가 내렸는데 곧바로 도로 위에서 얼어버린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어는 비'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려주는 '어는 비 서비스'를 2020년 2월부터 날씨누리(weather.go.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어는 비는 ① 강수가 발생했을 때 ② 지면으로부터 약 1km 상공인 925hPa에서 기온이 0도 이상이고, ③ 지상 온도가 0~2도 이하일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지상 온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색깔로 발생 가능성을 구분하여 보여준다.

또한,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기후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날씨마루'에서 고속도로의 위험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3가지 위험기상인 눈, 비, 안개에 대한 정보를 3단계로 나누어 영동, 서해안(경기 일부), 서울 도시고속도로에 대한 도로위험기상정보를 CCTV를 활용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서해안 전 구간 노선에 대한 서비스도 확대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겨울철 노면 상태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공되는 기상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온도가 가장 낮은 새벽이나 아침 출퇴근 시간에 특히 주의하여 운행해야 한다.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 국도와 터널, 지하도에서는 반드시 서행하고, 도로살얼음 의심구간을 지날 경우 속도를 줄일 때 브레이크를 두세 번 나눠 밟거나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야 한다. 스노우체인이나 전용 타이어와 같은 겨울용 차량 장비를 사용하고, 타이어의 마모 상태 및 공기압 상태를 틈틈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겨울에는 도로살얼음 예측정보와 도로위험기상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여 더 이상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4.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5.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1.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2.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관련 단체 민간자격증 소지자 16명 확인
  3. [홍석환의 3분 경영] 잘할 수 있다는 믿음
  4. [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5. [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